아침에 아들이 식탁에 앉아서 어제 점심 급식시간에 있었던 이야기를 한다.
어제 급식소에서 한 친구의 반찬을 빼앗아 먹는 시늉을 했단다.
근데 옆에 있던 선생님이 갑자기 자기를 있는 힘껏 때리더란다.
알고 보니 선생님이 친구 급식 빼앗아 먹는 장난치지 말라고
여러 번 강조하며 훈계 중이었는데 아들이 그걸 못 듣고
눈치 없이 선생님 앞에서 하지 말라는 짓을 한 꼴이었던 거다.
선생님이 화가 나서 아들을 때렸고 아들은 이유도 모르고 맞아서 화가 났단다.
선생님을 한 대 치려고 하다가 참았단다.
너무 기분이 나빠서 그 길로 일어나 식판에 있는 밥을 다 버리고 점심을 안 먹고 교실로 갔단다.
나중에 선생님에게 다시 잡혀가서 들어보니 선생님이 훈계 중이었던 걸 알게 되었단다. 친구한테는 사과를 했고 선생님이랑도 그 상황을 마무리지었는데 그분이 안 풀렸던 모양이다.
밥상에서 나한테 그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그런 아들의 욱하는 성격이 딱 지 에비 닮은 것 같아서 버럭 큰소리가 나온다.
“선생님 한 대 칠 뻔했는데 참았다.”
아들이 강조한 건 아마 ‘참았다’는 단어였을 거다. 그런데 내 귀에 선생님을 한 대 칠 뻔했다는 말이 꽂힌다.
“선생님을 칠 것 같은 기분이 드나?”
“그럼 이유도 없이 때리는데 그런 기분이 안 드나?”
아들을 비난하려고 시동을 걸다가, 아! 내가 요란하고 어리석고 글러지는구나 싶어서 얼른 멈춘다.
“참은 건 잘했네. 그때 진짜 쳤으면 오늘 아침에 엄마 출근 못 하고 너네 학교에 불려 갔겠지.”
그런데 멈추려고 해도 멈춰지지가 않고 비난이 나온다.
선생님 입장에서는 네가 반항하는 것 같았겠지.
친구 입장에서도 네가 괴롭히는 것 같지 않았겠니.
선생님이 오죽했으면 그 친구 반찬 빼앗아 먹지 말라고 했겠어.
너는 장난이었겠지만 그 친구한테는 괴롭힘으로 느껴졌을 수도 있고.
네가 잘못했을 때 널 때린 선생님이 그러면 안 됐던 것처럼
누군가 잘못을 하더라도 우리가 그 사람에게 똑같이 잘못된 행동을 할 권리는 없어.
잘못된 누군가 때문에 내가 잘못된 행동을 해 버리면 안 되는 거야.
아이고 대소유무의 원리로 마음을 대조해 주어야 하는데 아들에게 아침부터 일장 연설을 했네.
아침 밥상에서 어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 아들의 마음은 뭐였을까.
아들의 이야기를 듣고 자꾸 비난이 나오고 실망스럽고 걱정되고
지 에비 닮아 그런가 망념까지 나오는 나를 오늘 멈추지 못했네.
허허. 그런 날도 있는 거지.
요즘 일기거리가 참 많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