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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불타고 있다.

'매직아워' 마법 같은 그 시간을 담다.

by 요요


"어? 하늘이 불타고 있다."

"와, 진짜 하늘 뭐지? 해 넘어가면 더 예쁘겠는데?"


2024년 1월 13일 겨울의 한가운데 그날의 하늘은 정말 예뻤다. 그날 하늘은 정말이지, 눈을 뗄 수 없게 예뻤어. 날씨도 맑았고 미세먼지도 적었고 아주 깨끗한 날이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차가운 바람이 조금 불어서 춥긴 했지만 하늘빛이 너무 좋았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이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카메라에 담는 게 쉽지는 않다. 평일엔 아무리 하늘이 예뻐도 출퇴근하면 촬영하기가 힘드니까... 다행히 그날은 토요일이었고, 집에서 빈둥대다가 하늘을 보자마자 갑자기 마음이 동해 서둘러 카메라 장비를 챙겨 차를 몰고 나섰다.


운 좋게도 도로가 막히지 않아 서울숲에 금방 도착했다. 근데 시간이 넉넉하질 않네? 크고 무거운 삼각대에 카메라 가방까지 매고 서울숲에서 따릉이로 갈아타 성수대교 쪽으로 서둘러 향했다.

해는 아름답게 서쪽 하늘을 넘어가고 있었다. 지는 해 보다는 지고난 후가 멋지다. "매직아워"라고 부르는 그 순간. 부드럽고 따스한 빛이 내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간질이는 느낌이랄까. 진짜 너무 좋다.


개인적으로 여기가 저녁노을 사진 찍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아직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


삼각대를 펼치고 카메라를 준비하면서도 여유가 있었다. 다행히 아직 해가 넘어가지 않고 조금 남아있었거든. 몇 번 테스트로 찍어보고 나서, 드디어 해가 넘어간 직후 그 순간을 담았다.

많지 않은 사진을 찍었는데, 촬영한 사진 대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이제 사진으로는 담았으니, 눈으로도 이 풍경을 보고 기억하려 한동안 그대로 멍하니 바라봤다.

성수대교에서 본 동호대교, Hasselblad X2D, 90mm


다시 자전거를 타고 다른 촬영 포인트로 옮겨갔다. 남산타워와 성수대교를 함께 담고 싶은 생각이다. 성수대교와 남산 그리고 야경을 촬영하려면 앞서 이야기 한 매직아워의 빛이 사라지기 전에 사람들이 만든 인공조명이 켜져 있어야 풍경이 아름답게 바뀐다.


포인트로 이동을 한 뒤 내가 생각한 풍경으로 바뀌기를 기다렸다. 하늘은 많이 어두워지고 있었지만 성수대교와 남산타워 그리고 건물엔 아직 모두 빛이 채워지지 않았다.


모두 빛이 채워질 때까지 기다렸고, 나는 셔터를 눌렀다.

와~! 이번에도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오늘 빛이 좋으니 대충 찍어도 사진이 좋구나"라고 웃으며 생각했다.


이 사진을 보고 서울 야경 명소라고 소문이 나면 좋겠다.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남산타워 일몰 사진을 찍기 좋은 위치다.

성수대교와 청담대교 사이에서 본 남산타워, Hasselblad X2D, 90mm


마지막 세 번째 포인트로 옮겨가 촬영을 이어갔다.

이날은 정말 예쁜 손톱달이 하늘에 떠 있었다. 초승달이 맞는 표현이긴 하지만, 나는 왠지 손톱달이라는 말이 더 정겹게 느껴진다.

강 건너편에 보이는 청담동 위로 떠 있는 귀여운 손톱달. 생각보다 높은 곳에 있어서 한강에 반영되지 않아 아쉬웠지만, 텅 빈 하늘에 달 하나가 있으니 프레임이 꽉 찬 느낌이라 마음에 들었다.

강 건너에서 바라본 청담동, Hasselblad X2D, 90mm


급하게 준비하고 서둘러 나온 하루였지만, 좋은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서 복잡했던 마음이 조금은 풀리는 기분이었다.


하늘은 말이 없었고, 강은 조용히 모든 걸 비추고 있었다.

“요즘 잘 지내? 괜찮지?”

어쩌면, 그런 안부 한두 마디가 듣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냥 누군가의 말 없는 위로가 필요했는지도…


고요한 강물과 바람, 노을 속에 말하지 못한 마음을 천천히 흘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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