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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대화다

인물 사진이 밋밋한 건 '관계'가 없어서다

by 요요


좋은 인물 사진은, 낯선 사람 앞에서 서툴게 떨던 그 순간 시작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멋진 인물 사진이란 좋은 카메라, 그리고 좋은 렌즈, 멋진 피사체, 적절한 구도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처음 인물 사진을 찍으며 느낀 건 정반대였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인물 사진은...
카메라를 들고 낯선 사람 앞에서 어설프게 떨리던 순간, 그때 나눈 짧은 대화와 눈빛, 말보다 먼저 마음이 오간 작은 틈에서 나왔다.


2024년 6월 SR 님, Hasselblad X2D


본격적으로 시작 한 첫 인물 사진의 대상이었던 EG님과의 촬영이 내게 그런 경험이었다.
그분은 포즈를 잘 잡았고, 나는 그걸 잘 찍으려 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우리가 서로 어떻게 마주 했는가였다.


사람들은 자꾸 사진 기술을 배우려 하고, 카메라 스펙을 따지고, 렌즈를 바꾸고, 프리셋을 찾는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그 안에 담긴 "관계의 공기"다.


사진은 결국, 사람이 만든다. 기술이 아니라 감정이 먼저다.

특히 인물 사진에서는 더더욱.

그리고 그런 감정은 어색한 첫 만남, 서툰 말투, 약간의 어정쩡함에서 나온다.


2024년 6월 JI 님, Hasselblad X2D


그날 사진이 좋았던 건 빛도, 날씨도, 카메라도 아니다.
그냥... 서로가 조금 서툴렀기 때문이다. 그 서툼이 카메라를 통해 전해졌고, 그게 사람 냄새가 나는 사진이 되었다.


어쩌면 우리가 너무 많이 잊고 있는 건 이거 아닐까?


잘 찍는 사진보다 [진심이 담긴 사진],

포즈보다 [시선],

완벽한 세팅보다 [어설픈 공감]


다음에 또 누군가를 찍게 된다면, 기술보다 먼저 그 사람이 어떤 하루를 살고 있는지가 궁금할 것 같다.


2024년 4월 DM 님, Sony A7R5


제목을 "사진은 대화다"라고 적었지만, 진짜 제목은 "(인물) 사진은 (인물과의) 대화다". 제목이 길어서 축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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