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사진이 밋밋한 건 '관계'가 없어서다
좋은 인물 사진은, 낯선 사람 앞에서 서툴게 떨던 그 순간 시작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멋진 인물 사진이란 좋은 카메라, 그리고 좋은 렌즈, 멋진 피사체, 적절한 구도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처음 인물 사진을 찍으며 느낀 건 정반대였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인물 사진은...
카메라를 들고 낯선 사람 앞에서 어설프게 떨리던 순간, 그때 나눈 짧은 대화와 눈빛, 말보다 먼저 마음이 오간 작은 틈에서 나왔다.
본격적으로 시작 한 첫 인물 사진의 대상이었던 EG님과의 촬영이 내게 그런 경험이었다.
그분은 포즈를 잘 잡았고, 나는 그걸 잘 찍으려 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우리가 서로 어떻게 마주 했는가였다.
사람들은 자꾸 사진 기술을 배우려 하고, 카메라 스펙을 따지고, 렌즈를 바꾸고, 프리셋을 찾는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그 안에 담긴 "관계의 공기"다.
사진은 결국, 사람이 만든다. 기술이 아니라 감정이 먼저다.
특히 인물 사진에서는 더더욱.
그리고 그런 감정은 어색한 첫 만남, 서툰 말투, 약간의 어정쩡함에서 나온다.
그날 사진이 좋았던 건 빛도, 날씨도, 카메라도 아니다.
그냥... 서로가 조금 서툴렀기 때문이다. 그 서툼이 카메라를 통해 전해졌고, 그게 사람 냄새가 나는 사진이 되었다.
어쩌면 우리가 너무 많이 잊고 있는 건 이거 아닐까?
잘 찍는 사진보다 [진심이 담긴 사진],
포즈보다 [시선],
완벽한 세팅보다 [어설픈 공감]
다음에 또 누군가를 찍게 된다면, 기술보다 먼저 그 사람이 어떤 하루를 살고 있는지가 궁금할 것 같다.
제목을 "사진은 대화다"라고 적었지만, 진짜 제목은 "(인물) 사진은 (인물과의) 대화다". 제목이 길어서 축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