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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 7일 차, 드디어 나를 발견했습니다

다시없을 그 격리의 시간, 그리운 쉼의 기억

by 아델린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던 날, 솔직히 말해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거였습니다.
“아... 이제 어떡하지? 주원이 어떡하지?”

그리고 잠시 후, 아주 조심스럽게 이런 생각이 스쳤어요.
“드디어… 나 혼자 있을 시간이 생겼다? 혼자 뭐 하고 있지? 외롭겠다.”
기대 반, 걱정 반의 시작이었습니다.

그 시절에는,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으면 국가에서 지정한 격리 시스템에 따라 의무적으로 자가 격리를 해야 했습니다.
덕분에 저는 결혼 후 처음으로 완벽한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되었죠.

아이와 늘 붙어 다니던 제가,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본 건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처음엔 너무 쓸쓸했습니다.
주원이와 활동지원 선생님은 멀찌감치 떨어져 있고, 집 안엔 오롯이 저 혼자뿐. 밥도 혼자, 약도 혼자, TV도 혼자 보니 괜히 울컥하기도 했어요.
그런데요, 그 외로움이 딱 하루 가더라고요.





다음 날부터는 신기하게, 혼자 밥을 먹는 것도, 혼자 누워 있는 것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너무 좋았습니다.
‘이게 뭐지? 이렇게 좋은 걸 내가 왜 이제야 알았지?’
머리맡엔 약, 침대 옆엔 리모컨, 누가 부르지도, 찾지도 않는 시간이라니. 이게 바로 천국이구나.

그 시절, 저를 가장 감동시켰던 건 매일같이 현관문 앞에 놓여 있던 종이백 하나였습니다.

저를 걱정한 동네 친구가
“격리 중에 끼니를 거를까 봐”
하루는 샌드위치, 하루는 두부조림, 또 하루는 유부초밥을
꼬박꼬박 종이백에 담아 문 앞에 두고 갔어요.

누군가 나를 위해 매일 가방을 채워두고 간다는 것, 그건 단순한 도시락이 아니라 “괜찮아, 너도 챙김 받아야 해.”
라는 말 같았어요.

그 종이백을 볼 때마다, 그 안에 음식보다 더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음을 느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누군가 내 가방 속에 ‘나 자신’을 다시 넣어준 일이었어요.
바쁘고 지친 엄마로 살아오며 비워두었던 ‘나’를, 누군가 매일같이 조용히 채워준 거죠.





그 시간 동안 저는 처음으로 ‘나를 챙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누구의 요구에도 응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하루.
그건 외로움이 아니라, 회복이었어요.

격리가 끝나던 날, 문이 열렸는데 희한하게도 발이 떨어지질 않았습니다.
“이 행복, 다시 못 오는 거지?”
그때의 고요와 여유, 그리고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던 그 시간. 그건 ‘감금’이 아니라, 나를 구한 쉼표였습니다.

얼마 후, 주원이 약을 타러 병원에 갔을 때였어요.
늘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시던 의사 선생님이 주원이의 상태를 살피던 중, 문득 제게 물으셨습니다.

“주원이는 요즘 어때요? 엄마는요, 잘 지내세요?”

그때 저는 잠시 망설이다가, 그동안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꺼내놓았습니다.
“선생님, 사실 코로나 격리 때가 이상하게 그리워요.
힘들었는데… 참 행복했어요.”
선생님은 조용히 웃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서연님만 그런 거 아니에요.
쉼 없이 달려온 분들에겐 그 격리의 시간이 오롯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나니, 마음 한구석이 따뜻하게 일렁였습니다.
그때가, 내 안의 내가 돌아온 시간이었다.

이제는 다시없을 그 격리의 시간.

그 시간은 나를 되찾게 한 잠시 멈춤이자, 나를 위한 선물이었습니다.






“내 가방에 내가 없던 시절, 누군가 대신 나를 채워주었다.
그 마음 덕분에, 나는 다시 나를 챙기기 시작했다.” – 아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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