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 이름 아래 적힌 너

‘엄마’라는 또 다른 이름을 선물 받다

by 아델린

연말정산을 마무리하고 나서, 가방 속에 뒹굴거리던 서류들을 하나씩 꺼내 들었습니다.

늘 그렇듯 대충 정리하고 넘기려던 찰나, 손끝에 걸린 건 가족관계증명서였습니다.


만약 결혼하지 않았다면, 그 문서에는 오직 제 이름 하나만 적혀 있었겠지요.

그런데 이제는, 제 이름 아래에 우리 아이의 이름이 함께 적혀 있습니다.


순간, 가슴 한켠이 뜨겁게 차올랐습니다. 저 혼자였던 이름 아래, 이제는 제가 지켜야 할 생명이 함께 있다는 것. 그 한 줄의 문장이, 제 인생의 모든 변화를 말해주는 듯했습니다.


천천히 눈을 옮겨보니, 제 이름 옆에는 ‘모(母)’, 그 아래 아이 이름 옆에는 자(子)’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습니다.

짧은 글자 두 개, 그러나 그 안엔 한 사람의 인생이 들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제가 걸어온 길,

지금의 나, 그리고 앞으로의 저를 모두 품고 있었습니다.




그 글자들을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언젠가 저의 이름이 혼자 서 있던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저 하나로 충분했던 세상이, 이제는 너를 품어야 완전해졌다는 걸, 그때야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모’와 ‘자’.

그 짧은 글자들이 말없이 속삭였습니다.

“너는 이제 누군가의 엄마야. 네 삶은 혼자가 아니야. 너의 이름은 누군가의 세상과 연결되어 있어.”


그때 깨달았습니다.

는 더 이상 예전의 ‘나’로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누군가의 이름 아래 함께 적힌 존재로서, 가 걸어온 시간마다 사랑이라는 이름을 새기고 있었다는 걸요.




가방 속을 다시 열어보았습니다.

이젠 아기 때처럼 분유통이나 물티슈는 없지만, 대신 아이가 먹는 비상약,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 작은 핸드폰,

침을 자주 흘려 늘 챙겨 다니는 손수건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 속에서 저는 종종 ‘제가 사라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가족관계증명서속 그 한 줄을 바라보며 알게 되었습니다.

는 사라진 게 아니라, 너를 품으며 다시 태어난 것이었습니다.


예전엔 제 이름 하나만으로 충분했던 세상이, 이젠 너의 이름이 함께 있어야 완전해졌습니다.

그건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저의 인생이 새로 쓰인다는 뜻이었습니다.


‘엄마’라는 이름은, 세상 가장 작지만 단단한 울타리였습니다. 그 이름을 품은 순간부터, 나는 나를 더 강하게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아이를 품고 살아간다는 건, 세상에 또 하나의 이름을 남기는 일입니다. 그 이름은 저를 닮았고, 저를 자라게 했습니다.


오늘도 가끔 가방을 열어 가족관계증명서를 다시 꺼내봅니다.

그 속엔 ‘조서연’이라는 이름과, 그 아래 따뜻하게 자리한 ‘우주원’이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두 이름을 잇는 또 하나의 이름 바로 ‘엄마’, 저의 또 다른 나입니다.


그 한 줄의 가족관계증명서, 오늘도 저를 ‘엄마’라 부르게 합니다.입니다.







“아이를 품는다는 건, 나의 이름 아래 또 다른 생명을 새긴다는 것이다.”

- 아델린



♡함께 하는 작가님♡

지혜여니 , 따름 다정한 태쁘 ,김수다 ,바람꽃 , 아델린, 한빛나,새봄

keyword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