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의 나와 마주하며, 오늘의 나를 다시 꺼내보다
어느 날, 가방 속 지갑을 꺼내 들었습니다.
그 안에는 시간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사진 몇 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젊은 시절의 제 모습, 그리고 아이의 환한 웃음이 담긴 사진, 가족과 함께한 따뜻한 순간들까지
그 안에는 제가 걸어온 시간들이 차곡차곡 겹쳐 있었습니다.
빛이 바래고 모서리는 닳았지만, 그 속에 있는 얼굴은 분명 저였습니다. 화장을 곱게 하고, 환하게 웃고 있는 젊은 날의 제 얼굴. 손에는 아무것도 들지 않았고, 눈빛에는 설렘이 가득했습니다. 사진들을 하나씩 바라보며 한참을 멍하니 있었습니다.
그때의 저는 지금보다 훨씬 가볍고 자유로워 보였습니다. 아이의 손을 잡고, 가족을 챙기며, 엄마로, 아내로, 늘 누군가를 먼저 생각하며 살아가던
지금의 저와는 조금 다른 표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문득 깨달았습니다. 그때의 저와 지금의 저,
그리고 앞으로의 저는 결코 다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요.
젊은 시절의 저도 ‘나’였고, 지금의 저 또한 ‘나’이며, 더 깊어지고 물든, 엄마로서의 저 또한 여전히 ‘나’라는 사실을요.
잠시 초라하고 힘든 지금의 제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거울 속에는 언제나 바쁘고 지친 엄마의 얼굴이 비쳤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20살의 저, 세상과 맞서며 꿈꾸던 30살의 저, 가족을 위해 묵묵히 걸어온 40살의 제가 함께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저, 50살의 저를 생각했습니다. 더 깊어진 눈빛, 더 단단해진 마음, 조금은 주름진 얼굴이겠지만, 그 모습마저도 제 삶의 한 부분으로 사랑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저를, 이 순간의 저를, 있는 그대로 사진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이제는 그 모습을 가방 속 어두운 곳에 몰래 넣어두지 않으려 합니다. 오늘의 저를, 초라하다고 숨기지 않고
“괜찮아, 너 참 잘 살아왔어.” 그렇게 다정히 말해주고 싶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제 얼굴, 이 하루의 표정 하나하나를 하나의 사진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젊은 날의 저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웃는 오늘의 저를 기록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저에게 찾아올 또 다른 시간들, 그때의 저를 기대하며, 오늘의 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저는 이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