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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우리, 아직 내 마음에 있습니다

우리의 추억이 머무는 자리

by 아델린

제게는 아직도 잊히지 않는 가방이 하나 있습니다.

사회 초년생이던 시절, 처음으로 해외연수를 떠나며 회사 동료이자 가까운 친구와 함께 구입했던 가방입니다. 처음으로 내 돈으로 산 명품 가방, 그 안에는 설렘과 기쁨이 가득했습니다.

그땐 모든 게 처음이라 낯설고 두렵기도 했지만, 좋은 사람과 함께라면 어디든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며,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웃던 그 시절. 그 친구와 함께 보냈던 시간은 그 자체로 저에게 하나의 추억이자 위로였습니다.




하지만 인연은 언제나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더군요. 서로를 이해한다고 생각했던 마음들이 작은 오해와 서운함으로 금세 어긋나 버렸습니다.
한때는 모든 걸 함께하던 친구였는데, 어느 순간, 서로의 가방 안에는 같은 물건이 아닌 다른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가방을 볼 때마다, 지금도 마음 한가운데가 아립니다. 그 안에는 설렘도 있지만, 동시에 이별의 아픔도 함께 들어 있으니까요.
그때는 몰랐습니다. 가방에 담긴 건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함께했던 시간, 그리고 내 마음의 조각들이라는 걸.

이제는 그 가방을 드레스룸 어딘가에 고이 두고 바라볼 뿐입니다.
때때로 그 가방을 마주할 때면 철없던 나를 떠올리며 조용히 미소 짓습니다.
“그땐 많이 어렸구나.
사람의 마음은 물건처럼 다루면 안 된다는 걸 이제야 알겠어.”





그 가방은 저에게 ‘다시는 그러지 말자’는 다짐을 남겨주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그래도 그때의 나도 최선을 다했잖아’ 하고 스스로를 다독이게 하는 따뜻한 기억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그 친구와의 관계를 아쉬움으로만 남기지 않으려 합니다.
그 시절의 우정과 웃음, 설렘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조금 더 어른스러워질 수 있었습니다.
첫 명품 가방은 저에게 상처와 아픔을 남겼지만, 그보다 더 큰 배움과 사랑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생각합니다. 다음에 또 가방을 산다면, 그 안에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좋은 추억과 진심 어린 관계만 담고 싶다고요.

누군가와 함께 나눈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비록 이별로 끝나더라도, 그 시간은 나를 성장시켰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마음에 새깁니다.
“당연한 인연은 없으니, 옆에 있을 때 최선을 다하자.”
그 마음으로 오늘도 제 가방을 닫습니다. 추억은 조용히 마음에 남기고, 새로운 인연에게 진심을 다하기 위해서요.







“사람은 소유로 자라지 않고, 관계로 성장한다.”
– 아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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