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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사준 첫 가방

사랑으로 시작된 인연, 그리고 성장의 기억

by 아델린

가방을 열 때마다 문득 생각합니다.

‘내가 처음으로 매던 가방은 언제였을까?’
아마도 그건, 엄마가 제 손을 꼭 잡고 어린이집 문 앞에 서 있던 그날이었을 겁니다.
가방 속에는 색연필 몇 자루, 이름표가 붙은 손수건,

그리고 아직 세상을 잘 모르는 제게 전해준
엄마의 믿음과 사랑이 들어 있었겠지요.
묵묵히 성장해 온 제 가방들 속에는 엄마가 믿어주던 마음이,
그리고 세상 밖에서 힘겨운 하루를 버티고 돌아올 때마다
제 아픔을 함께 안아주던 따뜻한 손길이 담겨 있었습니다.


다시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가방을 꾸릴 때마다,
그 안에는 언제나 엄마의 희망과 사랑,
그리고 나를 지켜주는 기도와 눈물이 함께 들어 있었을 거예요.
그건 제가 눈치채지 못했을 뿐,
늘 제 곁에 머물던 엄마의 마음이었습니다.




이제는 압니다. 그 어린 시절, 제가 처음 가방을 메고
세상으로 한 걸음 내딛던 그 순간을 엄마는 여전히 기억하고 계시다는 걸요.
어린이집,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을 거쳐 사회로 나서던 모든 순간마다
엄마는 제 가방을 챙기며 속으로 빌고 또 빌었을 거예요.
“오늘 하루도 잘 다녀오렴. 아무 일 없길.”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 가방 속에 물건만이 아니라, 엄마의 바람과 믿음, 그리고 눈물 한 방울이 들어 있었다는 걸요.
이제 저는 그때의 엄마 마음을 압니다. 아이의 가방을 챙기며
그 속에 사랑과 걱정, 그리고 기도를 함께 넣는 지금의 제 모습이
그때의 엄마와 닮아 있다는 걸요.
그 모든 순간들이 온전히 기억나진 않아도, 엄마의 손길과 시선, 그리고 믿음이
지금의 저를 이 자리까지 이끌어 주었습니다.





이제 저는 압니다.
가방은 단지 물건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사랑과 믿음, 그리고 삶의 이야기를 품은 또 하나의 마음이라는 걸요.
생각해 보면, 우리가 처음 매던 가방은 우리가 직접 산 가방이 아니라 우리를 세상에 보내준 엄마가 사준 가방이었습니다.

그 안엔 설렘과 사랑, 그리고 보호받는 마음이 담겨 있었지요.
그렇게 우리는 누군가의 품 안에서, 또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관계 속에서 자라고 어른이 되어갑니다.

그리고 이제는, 저도 제 아이에게 그런 가방을 건네줄 차례가 되었습니다.
사랑이 시작된 자리에서, 다시 사랑을 배우며요.






엄마의 사랑이 내 안에 자라, 오늘 나는 또 하나의 사랑을 품었습니다.
– 아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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