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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ter Oct 18. 2024

비누

'소중하다'의 의미는 무엇일까?


어느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다.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비누'입니다. 비누가 발명되기 전에는 산파들이 아기를 받을 때에도 손을 씻지 않고 그냥 받는 경우가 많았지요. 그로 인한 감염이 산모의 생존률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우연히, 스치듯 들은 이야기였음에도

날 이후로 매 번 손을 씻을 때마다 곱씹게 되었다. 아무렇지 않게 쓰던 게, 마지막에 종잇장 같이 남은 게 세면대로 들어가버릴까 조마조마해 할 때 외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저 물건이 인류에게 그렇게 소중한 것이었다니.


내 비누는 마알간 핑크빛이다.

처음 보았을 때 "와, 너무 좋은 향이다" 한 번 하고선 그 다음부터는 무의식적으로 써 온 비누. 가까이 있고, 오래 써 왔고, 익숙하기에 이제는 내가 이걸 쓰고 있는지도 잊고 있던 비누.

그러나 내가 알든 모르든, 비누는 꽤나 든든하게 나를, 그리고 인류를 지켜주고 있었다고 한다.


삶과 비누는 도대체 무슨 관계이길래 나는 이렇게 비누에 관한 생각에 깊이 빠져든 것일까?

비누에 관해 새로운 관점을 갖고 나서부터 과거의 내가, 또 지금 내가 되고 싶어하는 인간상을 떠올려 보았다. 어린 시절에는 무엇을 해도 특출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물론 그것이 지난 날의 나를 치열하게 만들어 주었고, 많은 경험을 하게 해 주었기에 그건 그 나름대로 감사하다. 반면 지금의 내 삶은 '비누 같은 사람이 되어보지 않으련' 악장을 지나고 있는 것 같다. '특출나지 않아도, 스타가 아니어도, 늘 그 곳에 있어 든든한 도움을 주는 사람. 화려한 자동차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속의 엔진 같은, 보여지지 않아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는 법도 배워보지 않으련. 그것에도 무한한 가치가 있단다.'

삶이 나에게 속삭이는 듯 하다.


이 길의 끝에서 내가 비누 같은 사람이 되어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가 되어있을지 모르지만

최소한 비누의 소중함을 이해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만은 분명하기에 삶이 가져다 준 작은 우연에 또 한 번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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