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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는 길 7

by gir

여자는 아이의 학교를 가는 길을 걸으며 가슴이 벅차올랐다.

여자의 기억 저편에 어렴풋 남아있는 어린 시절 학교에 등교하던 길....

여자는 아이와 같은 국민학교를 졸업했다. 여자가 학교를 다닐 때와 많은 것이 변 했다.

길 위에 아이가 혼자 걷는 모습이 그려졌다.

길가에 가로수는 가지마다 초록 여린 잎들이 싹을 피우며 올라오고 있었다.

복덕방 유리창엔 " 매매 문의" 글씨가 희미하게 바래있었고, 햇살이 복덕방 문 안으로

스며들어 주인 할아버지를 단잠을 돕고 있었다.

아이들이 없는 한적한 문방구 앞에 작은 오락기는 쉼 없이 돌아가며 아이들을 기다리는 듯했다.


학교 앞에 다 달았을 때 달고나 단내가 여자를 반겼고 그 냄새 속에서 아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달고나 장수는 휘젓으며 열심히 여러 모양의 달고나를 만들고 있었다.

정문을 지나 교정으로 올라가는 길 산새들의 소리와 아이들의 소리가 흥겹게 뒤섞여 마치 학교는 춤을 추는 것만 같았다.

아이와 가까워질수록 분필냄새와 아이들의 땀냄새, 흙냄새가 봄 공기 속으로 한데 섞여 흘러나왔다.


강당을 올라가는 계단 앞 엄마는 조용히 서 있었다.

운동장으로 아이들이 뛰어나온다. 그 뒤로 주희가 보인다. 작은 눈동자로 엄마를 발견한 순간

시간이 잠시 멈춘 듯했다.

아이는 엄마에게로 달렸다.

여자는 무릎을 굽혀 품을 열었다. 작은 몸은 품에 속 안겼다.


아이는 물었다 " 엄마 회사 이제 안 가?" 여자는 아이에게 웃으며 "오늘은 일찍 끝났어 깜짝 놀랐지?"

아이는 얼굴에 분홍빛 꽃이 폈다.

아이의 머리카락엔 흙먼지와 햇살이 섞여 있었다. 여자는 그 냄새를 들이마셨다.

책 냄새 대신, 아이의 하루 냄새가였다.


둘은 손을 잡고 학교를 나셨다.

정문 앞에 병아리장수 앞에 서서 아이는 병아리를 보며 물었다.

" 엄마, 저거 우리 집에서도 키울 수 있을까?"

여자는 잠시 곤란한 듯 고민하는 척하더니 아이를 힐끔 보고는 활짝 웃으며 "그럼 마음만 먹으면 뭐든 키울 수 있지" 아이의 표정도 어느새 밝아졌다.


둘의 그림자가 봄빛 아래 길게 늘어졌다.

달고나 앞에서 아이와 여자는 눈이 마주치고 함께 웃었다.

여자는 달고나 두 개를 주문했다. 달고나 파는 옆쪽에 무릎을 감싸 안고 둘은 말없이 우산모양의 달고나모양을

조심스럽게 겉 테두리부터 조금씩 따 내며 달콤한 시간을 보냈다. 두 번 더 도전을 했지만 여자도 아이도 성공하지 못했다.


지하철로 향하는 가로수길을 두 손을 꼭 잡은 채 걸었다.

시원한 봄바람이 아이와 여자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고 온 세상이 봄 햇살에 반짝였다.

" 엄마!! 엄마가 학교에 와서 너무 좋아...." 아이의 새싹 같은 손가락이 여자의 손등 위에서 춤을 추는 듯했다.

아이와 여자의 얼굴에 봄꽃이 활짝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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