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향 냄새가 천천히 공기를 채우고 있었다.
조문객들의 발소리가 바닥의 나무결을 밟을 때마다
그 소리가 무겁게 깔렸다.
남자는 문가에 서 있었다.
검은 정장, 빛이 스며든 듯한 흰 셔츠.
그런데 그의 그림자는 바닥에 닿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손끝이 반투명했다. 숨도, 체온도 없었다.
그는 손을 움켜쥐었다.
살짝 떨리는 손끝에 아무 감각도 없었다.
‘꿈인가?’
하지만 그가 내쉰 숨은 공기를 흔들지 못했다.
그제야, 모든 게 끝났다는 걸 알았다.
세상의 모든 소리가 멈춘 듯했다.
향 냄새만이 천천히, 그의 주위를 돌고 있었다.
영정 사진 속에는 웃고 있는 여자가 있었다.
늘 뒷자석에 앉아, 유리창 밖으로만 세상을 보던 그 여자.
그가 오랫동안 모시던 사람이었다.
남자는 한 걸음 다가가다 멈췄다.
조문객들 사이로 이상한 기운이 스쳤다.
마치 공기 한쪽이 다른 시간으로 틀어진 듯했다.
그리고 그 틈에서, 또 다른 존재가 보였다.
하얀 옷, 어깨까지 흘러내린 머리.
그 여자는 눈을 크게 뜨고,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를 찾는 듯, 혹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듯한 눈빛이었다.
남자는 그 모습을 보고 숨을 삼켰다.
하지만 소리는 공기 속으로 스며들 뿐,
아무에게도 닿지 않았다.
그녀는 천천히 뒤돌았다.
여자는 자신의 손을 들여다봤다.
반투명한 피부 사이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왔다.
“이게… 나인가?”
속삭인 목소리는 공기에 닿기도 전에 사라졌다.
미소를 지었지만, 그 미소는 자신에게조차 낯설었다.
그리고 그 순간,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여자의 몸에서는 희미한 회색빛이 흘렀다.
반면 남자는 은은한 금빛 후광에 싸여 있었다.
두 빛이 닿는 순간, 공기가 약간 일렁였다.
“당신은…” 여자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조금 떨렸지만, 분명하게 울렸다.
“운전기사였던 사람입니다.” 남자가 말했다.
잠시 침묵. 여자의 시선이 그를 훑었다.
“이 세상에서도, 저 세상에서도 결국 같은 자리군요.”
그녀는 미소 지었지만, 그 미소는 차가웠다.
남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단지 조용히 그녀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문득 뒤돌아보았다.
그 순간,
그녀의 어깨 위에서 빛이 한 줄기 꺼지고 있었다.
향 냄새가 더 짙어졌다.
울음소리는 물속에서 들리는 것처럼 멀어졌고, 조명이 천천히 뒤집히며 바닥 위로 흘렀다.
공기가 아래로 떨어졌다.
누군가의 울음이 거꾸로 흘러 올라갔다.
그리고 세상은, 거꾸로 서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