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떨어지는 빛

6화

by gir

그날 밤, 하늘은 평소보다 더 환했다.

어둠의 거리 위로, 하늘의 도시가 유리처럼 빛났다.
그 아래, 수많은 영혼들이 고개를 들고 바라봤다.
빛의 조각이 바람에 흩어지고,
마치 비처럼 떨어지는 장면이었다.

“오늘은… 많이 내리네.” 누군가 속삭였다.

여자는 공장 밖에 서 있었다. 노인의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늘의 빛은 따뜻하지 않다. 그런데 지금, 그 빛은 너무 아름다웠다.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빛의 파편 하나가 손등에 닿았다.

순간,
타는 냄새가 났다.

그녀의 피부가 스치듯 타들어가며, 손등에 희미한 금빛 자국이 남았다.

그리고 곧, 하늘에서 더 많은 빛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작은 파편들이 아니라, 폭포처럼 쏟아지는 빛.

거리의 영혼들이 비명을 질렀다.
누군가는 그 빛을 잡으려 달려갔고,
누군가는 피하지 못한 채, 그대로 사라졌다.

빛은 그들을 감쌌다가,
재처럼 흩어 뜨렸다.

“도망쳐!” 누군가 외쳤다.

여자는 몸을 웅크리며 골목으로 뛰어들었다.
뒤에서 쏟아지는 빛들이 바닥을 태웠다.

타들어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의 눈에 한 장면이 스쳤다.

하늘 위...... 거대한 도시의 가장자리에 서 있는 한 남자의 그림자.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 그가 바라보는 곳은 이쪽이었다.

“……당신.”

그녀의 입에서 미세한 숨이 새어 나왔다.

그때, 노인의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빛은 위에서 쏟아지지만, 따뜻함은 아래에서만 피어난단다.

빛의 폭풍이 멎자, 어둠의 거리는 조용해졌다.

남아 있는 영혼들은 몇 되지 않았다.
바닥엔 타버린 빛의 가루만 남아 있었다.

여자는 무릎을 꿇고 손을 폈다. 그 속엔 아직 따뜻한 구슬이 있었다.

그 빛이 희미하게 떨리더니 스스로 꺼져갔다.

그리고 그 순간,
멀리 하늘 위에서
한 줄기 눈부신 빛이
다시 천천히, 조용히 흘러내렸다.

이번엔
따뜻했다.

keyword
이전 06화어둠의 거리 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