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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혜지 Aug 24. 2024

당신의 리추얼은 무엇인가요?

주말마다 간단한 생각 정리 겸 일주일 동안 있었던 일 기록용으로 블로그를 쓰고 있다. 블로그에 들어가면 상단에 매일 다른 질문이 올라온다. 매번 읽어보기만 하고 넘겼던 질문인데, 한 번은 내 눈길을 끄는 질문이 있었다. 바로 '나만의 리추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였다.


리추얼(ritual)이란 단어 자체로만 보면 의식이라는 사전적 의미는 조금 종교적이게도 보이고 생소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요즘 쓰이는 의미에서의 리추얼은 일상 속의 루틴에서 벗어나 한 행위에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행동하는 걸 의미한다. 많은 작가들과 철학가들이 이 리추얼을 가지는 것을 강조하는데 나만의 루틴은 정해두되, 기계적이지 않은 의도적인 행위를 요구한다.


그렇다면 나만의 리추얼을 고민하기에 앞서, 왜 리추얼이 그토록 중요한 지가 궁금할 것 같다. 내 생각을 공유하자면 나는 리추얼을 나를 알아가고 돌보는 시간으로 본다. 평일동안 일을 하든 공부를 하든 각자에게 주어진 일을 정신없이 해내고 나면 주말이 된다. 그럼 하루는 집안일을 하는데 시간을 쏟고, 하루는 못 만났던 친구나 가족을 만나고 나면 또다시 평일이 시작된다. 이런 쳇바퀴 같은 생활 안에서 생각은 점점 사라지고 나를 돌볼 시간 또한 거의 남아있지 않게 된다. 내가 그저 재미만 좇는 사람이었다면 일과 이후나 주말에 친구들을 만나면서 노는 것만으로 충분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항상 내가 어떤 사람인지 끝없이 탐구하다 보니 일상의 재미와 쾌락만을 좇으며 살아가는 영혼은 죽어있다고 생각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나를 돌보기 보다 남에게 관심이 많고, 나를 알아가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가십에 더 귀를 기울인다. 혼자 있기를 두려워하거나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물리적으로 혼자 있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저 남들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진짜 혼자일 수 있는 시간을 말하는 거다. 앞의 두 상황 모두 본인의 영혼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혼자 있지를 못하니 진정한 나를 알아가기보다는 표면에 비친 내 모습을 자기 자신이라고 정의하게 된다.

그럼 나를 알지 못하는 공허한 마음과 시간을 채우기 위해 도취적 쾌락만 좇는 것이다.


알다시피 요즘 사회는 각박하고 우리에게 숨 쉴 틈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나를 돌보지 않는 사람들은 자기중심적인 나르시시스트가 되거나 우울증 환자가 된다. 심지어는 둘 다일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에게 나를 돌보고 알아가는 수단으로 리추얼이 필요하다.


나의 리추얼은 오전 시간에 이루어진다. 애초에 술이나 유흥을 즐기지 않기에 밤은 나에게 휴식과 정리의 시간이다. 그래서 남들보다 더 이른 시간에 일어날 수 있게 된다. 이것도 형식적인 미라클 모닝을 위한 새벽 기상이 아니라 내가 새벽의 고요함과 그 잔잔함 속의 분주한 부지런함을 사랑하기에 나를 위해서 하는 행동이다. 아침에 일어나 그저 씻고 밥 먹고 외출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일찍 일어나 나를 알아가는 시간으로서의 여유를 갖는 거다.


여기서 내 리추얼은 세 가지인데,

1) 일어나자마자 30분 정도 간단히 요가하기

2) 그 이후엔 따뜻한 차를 마시며 일기 쓰기

3) 오늘 해야 할 일 메모하기


세 가지 모두 아주 간단하다. 나는 체질적으로 아침에 잘 붓기도 하고 찌뿌둥한 몸이 불편해서 아침 요가를 하는 것도 있지만, 잠을 깨우기도 할 겸 마음을 한 템포 차분하게 가라앉히려고 하고 있다. 그래서 요가를 하지 않은 날은 하루동안 마음이 붕 떠있는 기분이 든다.

또 차를 마시며 일기를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날 기분에 따라서 마시고 싶은 차를 골라 마시며 나를 돌아보는 일기를 쓴다. 예전에 아침일기가 좋대서 무작정 따라 했을 때는 막상 뭘 적어야 할지도 모르겠어서 어제 있었던 일을 쓰고는 했다. 그러나 요즘 차를 마시며 오늘의 내 기분과 마음가짐은 어떤지, 아니면 내가 나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된 게 있는지 정말 나의 감정과 나를 알아가는 일기를 쓴다. 다시 한번, 그저 일기를 써야 해서 쓰는 게 아니라 차를 마시며 일기를 쓰는 게 나를 진정으로 돌볼 수 있고 알아가는 시간이기도 하고 내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행위이기에 하는 거다.

마지막으로 그냥 내가 정말 오늘 해야 하는 '일'이나 '공부'도 있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들도 같이 적는다. 내가 오늘 꼭 해야 하는 것들을 되새기면서 일과 이후에 나를 기쁘게 할 수 있는 것들을 함께 적는 거다. 그게 빨래가 될 수도 있고 책 읽기나 산책, 보고 싶었던 영화 보기가 될 수도 있다. 이렇게 해야 할 일을 적으면서 하루를 그저 주어졌기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아침에 오늘 하고 싶은 걸 적으면서는 저녁 시간에 내가 할 일들을 기대하며 행복하게 시작할 수도 있다.


이러한 리추얼들이 모이고 모여서 내 자아를 이루고 이게 내 정체성을 만들어준다.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사상이나 가치관도 이를 피해 갈 수 없다. 부모님 세대 때는 집단사상이 지배적이었다면 어느샌가 내가 더 중요한 세상이 당연시되었듯이 말이다. 나라는 사람을 알고 자아를 더 단단하게 고정시키고 나면 빠르게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 나만의 가치관으로 휩쓸리지 않게 된다.


매일 자기 전에 보던 휴대폰을 잠깐만 내려놓고 나를 위한 시간을 30분만이라도 가져보는 게 어떨까.


그래서 당신만의 리추얼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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