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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혜지 Jul 06. 2024

필름카메라와 플래쉬

플래쉬와 추억의 공통점







낮에 종로5가의 현상소에 필름카메라 현상을 맡기고 저녁 먹을 때 쯤 필름사진을 받았는데 플래쉬를 터트리지 않고 찍었더니 많은 사진이 날아가버려서 아쉬웠다.


카메라를 자주 들고 다니지않아서인지 25살때부터의 사진들이 차곡차곡 모여있었는데 너무 어두워서 볼 수 없는 사진은 꼭 내 지나가버린 과거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아쉬워서 어두운 사진을 밝혀보려 많은 노력을 했지만 흐려진 기억처럼 선명하게 밝힐 수 없었다.


확실하게 보이는 사진은 서른 장 중에 열두장 정도였는데 사진 안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내가 행복해보여서 좋았다.


사진은 피사체만 담을 뿐, 그 안에서의 내 감정과 상황들은 담을 수 없어서 2년 전의 내가 어떤 마음과 생각으로 사진을 찍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게 아쉬웠다.


그저 추측할 뿐이다.



내 독사진은 거의 없고 추억 기록용으로 사둔 카메라였어서 친구들과 찍은 사진이 많아서 좀 많이 늦었지만 친구들에게 사진을 보내주기도 했다.


전하지 못한 사진도 있는데 흐리게 나와 보내줄 수 없다는 핑계가 있어 다행이었다.



오늘 현상소에 현상을 맡기고 나오면서 나중에 필름을 찾으러 올 때 맘에 드는 사진은 인화를 부탁드리겠다고 했는데 그냥 하지않기로 마음 먹었다.


사진은 추억을 담아주지만 시간은 그 추억을 무용하게 만들어버리는 것 같다.


분명 그 당시엔 매일같이 보고 그만큼 소중했던 인연들이었는데 상황이 변하고 상대적으로 멀어져버린 우리의 모습을 보니 그때 그 시절은 과거였을 뿐이라며 낙인찍어버리는 것 같았다.


앞으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라며 사진으로나마 그 시간들을 그리워하라며 으름장 놓는 것 같았다.



몇년 뒤의 나는 엊그제 찍었던 졸업스냅을 보며 씁쓸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미국으로 떠나는 친구들이 있기에 시간이 한참 지나고나면 어느정도 멀어질 수 있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내가 씁쓸해하지 않을 정도로만 거리가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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