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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되지 못한 것

by 문이


늦은 시각, 지하철 승강장을 빠져나오다가 못 볼 것을 보았다. 누군가 길 한쪽에 커다랗게 구토를 해 놓은 것이다.


순간 나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누가 그랬을까? 얼마나 술을 퍼 마셨을까? 소화되지 못 한 채로 뿜어져 나온 것은 마치 누군가의 분노, 억울, 슬픔 같은 부정적 감정 덩어리 같았다.

세상에 부딪혀 생긴 상처를 감춰보려 했을까? 단단히 굳어버린 마음을 풀어보려 했던 것일까?


애잖하고 안타까운 젊은이와 중년과 노년의 낯선 얼굴들이 스친다.

역겨운 오물을 치워야 하는 청소부는 또 어찌하랴.


결코 쉽지 않은 인생들이 떠다니는 별이 서글프다.



원문장


술을 억수로 마신 다음날 아침에 누운 똥은 불우하다.

김훈, 자전거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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