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10월의 마지막 날이다.
아버지와 함께 공원을 산책했다.
가을은 한창 피어나고 있었다. 나무마다 붉고 노란 색으로 물들고, 빨간 열매들은 탐스럽게 익어 새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꽃도 나무도 저마다의 빛깔을 한층 더 깊게 물들이며, 사람의 생각까지도 차분히 가라앉게 했다.
나는 그 빛깔들 앞에서 절로 감탄이 흘러나왔다.
“아버지, 저것 좀 보세요. 너무 예쁘지 않아요?”
하지만 아버지는 별다른 반응이 없으셨다.
그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고개를 끄덕이셨을 뿐이다.
나는 길가의 식물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그 속에서 감동하는 이 사소한 순간이
얼마나 평안하고 따뜻한 일인지 새삼 깨달았다.
같은 것을 보더라도, 주의 깊게 바라보고 마음을 열 때 그것들은 나에게 조용한 기쁨으로 다가온다.
그 기쁨들은 마치 진주가 한 알 한 알 꿰어지듯
삶의 한 줄로 이어진다.
그것을 선물처럼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흘려보내느냐는 결국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우리는 종종 너무 바쁘게 앞만 보고 달린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주변을 살피며
지금 이 순간의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그럴 때 우리는 현재를 온전히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