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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마지막

by 문이


시댁에서 늦은 저녁까지 김장을 하고 있는데 동생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다급한 목소리였다.

"언니, 병원에서 엄마가 위급하다고 전화가 왔어. 나는 아빠한테 들러서 모시고 갈테니 언니가 먼저 병원으로 가 봐."


엄마는 돌아가시기 한참 전부터 심장병으로 고통을 겪으며 중환자실과 입원실과 집을 번갈아 오가셨다. 인생을 마무리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혼자 남을 아빠를 위해 살림을 가르쳐드리고, 자식들에게 자신의 소중한 물건들을 미리 전해주셨다. 그걸 받으며 목이 메었다. 엄마 앞에서 맘놓고 울수도 없어 가슴으로 울었다. 이별을 앞두고 가족들의 사랑은 짙어졌지만 엄마의 고통을 대신 짊어질 수는 없었다.


그날 오전까지만 해도 엄마는 나에게 전화를 하셨다.

"명주야, 느그 언니랑 우리집이서 김장 허는디 총각김치 좀 가져다 먹어라."

병원에 도착하니 그렇게 통화까지 했던 엄마가 좀 전에 돌아가셨다고 간호사가 그랬다. 병상에 기대어 앉아 편안한 얼굴로 숨을 거두셨다고 했다.


혼자서 엄마가 있는 방에 들어갔다. 천을 거두고 엄마의 얼굴을 보았다. 평안한 얼굴에 눈을 감은 모습이 그냥 한 잠 자고 있는 듯 했다. 얼굴을 만져보니 온기가 느껴졌다.

"엄마!"

대답이 없다. 믿기지 않았다. 죽은 사람을 처음 보았기에 낯설었다. '엄마의 영혼이 나와 엄마의 몸을 공중에서 내려다 보고 있는 걸까?' 허공을 두리번거리고 엄마를 보고, 얼굴을, 손을 만지고, 또 부르고. 죽음을 처음 마주한 나는 이 상황 앞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염을 할때 엄마의 차갑게 굳어진 몸을 만지고, 엄마의 관이 흙에 덮힐 때에야 이제 영영 이별임을 실감하며 목놓아 울었다.


엄마가 걸어갔을 나이를 나도 따라가며 가끔 엄마를 추억한다. 산책길 고요한 곳에서 엄마를 만나면 엄마는 괜찮다며, 잘하고 있다며 미소로 인사해준다. 그럴때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그리고, 영원한 이별은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원문장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을 들여다볼 때 혼도 곁에서 함께 제 얼굴을 들여다보진 않을까.


한강, 소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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