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언니는 엄마 대신이다. 엄마가 8년 전 돌아가시고, 시어머니도 치매가 오면서 김장김치는 언니 집에 가서 함께 만들어 가져온다.
친정 엄마가 시집간 딸들에게 바리바리 먹을 것을 싸서 챙겨주듯 언니 집에 갈 때마다 돌아오는 길은 챙겨준 음식 들로 가득하다. 물건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꽉 채워서 돌아온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언니는 세 동생과 아버지 몫까지 챙기느라
열흘 전부터 분주했다고 한다. 고춧가루, 각종 젓갈. 절인 배추, 파, 마늘, 생강, 갓, 무 등을 구입하고 손질하는 등 여러 준비를 하느라 매일 정신없이 보냈다.
아버지를 모시고 우리들이 1박을 하는 동안, 언니는 미리 준비해 놓은 재료들로 식사거리와 간식거리를 뚝딱 잘도 만들어냈다.
김장을 마치고 짐을 싸면서 언니가 말했다.
"김장 준비하느라 한 열흘 정신없이 흘렀는데 이제 할 게 없겠네."
언니에게 김장은 큰 짐처럼 준비부터 마치기까지 해결해야 할 숙제 같았을 것이다. 그래서 고단함도 모르고 가족과 함께 신이 나서 일을 진행했을 테다.
언니는 맏이라는 책임감이 있는 걸까?
엄마의 빈자리가 허전할 때 엄마처럼 사랑을 베풀어주는 언니가 있어서, 마치 믿을 구석 하나 있는 듯 든든하고 고맙다.
월요일, 다시 시작하는 일상에 태양이 떠오르듯 힘이 차오른다.
원문장
청어를 잡아 국내로 들여올 때 대부분은 제풀에 지쳐 모두 죽는데 그런데 한 어부가 청어가 있는 수조에 천적인 메기를 넣었더니 청어들이 메기를 피하려고 부지런히 움직여 싱싱함을 유지한 채 항구에 도착한다는 거야.
안은미, 아빠의 빈구두를 신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