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우면 지는 거다
'관행'이라는 단어. 바꿔 말하자면 암묵적인 룰이다. 이천 년대 초반에 초등학생이었는데, 생일인 아이들은 집에 같은 반 친구들을 초대하거나, 이 층 짜리 패스트푸드점에서 파티를 하곤 했다. 물론 그날은 주인공의 부모가 쏘는 것이었다. 열 명이 넘어가면 수십만 원은 나올 텐데,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시키지 않아도 선물을 사 오니까. 주로 크레파스, 장난감 같은 것들이었다. 개당 만 원 안팎의 것이 '국룰'이었다. 연필 한 자루나 지우개 하나를 주면 욕먹을 수도 있었고, 포장을 안 해오면 성의 없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었지만, 그런 일은 잘 없었다. 당일 정산이 끝나서 뒤탈이 없었다. 정리하자면, '너는 받았는데, 왜 난 안 해줘!' 같은 건 없었다는 것이었다. 요즘 초등학생들도 이렇게 하는지는 모르겠다. 필자는 마음의 동요가 모기새끼만 해서 초코파이만 탑 쌓아서 해줘도 감동받는다.
도대체 언제부터 하기 시작한 건지 모르겠는데, '브라이덜 샤워'라는 것이 생겼다.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요약하자면, 신부의 친구들이 주최해서 파티룸을 빌려 드레스를 입고 파티하는 것이다. 돈을 내는 사람이 누군지에 따라서 다르지만, 주고받기가 공평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열에 아홉은 있는 것 같다. 물론 이런 말을 할 자격은 없다. 결혼은 모아둔 돈이 없고 연애 경험도 몇 번 없어서 포기했고, 남들과 작게라도 파티를 해본 경험은 언제가 마지막인지 기억도 안 난다.
오늘 브라이덜 샤워를 욕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검색을 해보았다. 도대체 그게 뭔지 궁금했다. 사진 속에는 색깔이 각기 다른 드레스를 입고 환하게 미소 짓는 여자들이 서 있었다. 꽃이며 번쩍번쩍한 대리석으로 치장된 파티룸은 태양빛이 정면으로 눈에 들어왔을 때처럼 눈부셨다. 케이크는 보통 삼 단은 되었고, 샴페인이며 와인이 곁들여져 있었다. 사진은 누가 찍어준 걸까? 작가라도 고용한 걸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네이버 플레이스에 '파티룸'이나 '브라이덜 샤워'라는 키워드로 검색해 보면, 천호역이나 잠실역 인근에서만 수십 개가 뜬다. 외곽에서도 이럴 정도인데, 강남이나 홍대 같은 데서는 도대체 몇 개가 뜰까? 물론 남들이 다 하는 것을 생각 없이 따라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파티룸 가격이며 컨디션을 알아보았다. 마치 불합격당한 대학교 담장을 까치발 들고 넘보는 재수생처럼 말이다. 간당간당한 시야에서 강의실 창문을 보며 '내년엔 저기 앉아 수업을 들을 수 있겠지'하는 생각까지 하는 것처럼 말이다.
눈요기를 한 것도 같았고, 농락당한 것도 같았다. 물론 수차례 수십만 원씩 써야 하는 것은 부담이지만, 허례허식이라 욕하는 사람도 많지만, 드레스를 살면서 몇 번이나 입어보겠는가. 사진 한 장 남기는 것 정도는 나쁘게 생각 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