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슬퍼하지 마
이것도 면접이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학생 때 두 번 해본 경험이 있었는데, 재학생이기만 하면 별다른 조건 없이 받아주었다. 처음은 중학생 때였는데, 애들이 문제집이나 학원 숙제 들고 와서 "응, 다 듣고 있어. 얘기해." 하면서 푸는 것 아닌가. 전문상담교사는 제지를 안 했다. 청소년을 상대로 하는 것이 이래서 이뤄지기 어렵다. 전문상담교사가 되려 파트타임상담교사보다 실력이나 경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왕왕 있다.
두 번째는 대학생 때였는데, 참여하면 어떤 수업에 가산점을 주는 제도가 있었다. 필자는 몰랐다. 그 수업을 듣지도 않았고 말이다. 구성원 중 한 명이 자기는 이것 때문에 참여했다는 뉘앙스로 말하는 것이 아닌가. 도구처럼 이용당한다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나빴다. 나중에 덕분에 원하는 곳에 붙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축하한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공짜 상담은 내담자가 수혜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을 텐데, 그렇지 않다. 되려 임상단계를 거치는 연습생 상담사의 경우는 내담자를 못 구해 쩔쩔매는 경우도 있다. 지속성이 있어야 변화가 보이고 치료가 이루어지는데,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어떤 특정 인물 한 명'을 대상으로 N번 이상 진행해라, 하는 연구과제가 내려오는 경우가 있다. 한 번이야 왕복 두 시간 거리라도 와주겠지만, 여러 번 와주는 것이 지랄인 거다. 지인이어도 못 해주는 경우도 꽤 있다. 되려 교통비를 받아야 할 정도.
그래서 의아했다. 공고를 보고 전화를 해서 확인해 보고는 더 뜻밖이었다. 면접을 구십 분을 진행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약속 시간을 잡고, 줌 링크를 전달받았다. 코비드 19 사태 때 학생도 아니어서 줌 수업도 해본 경험이 없었다. 영상통화야 해봤지만 말이다. 배경 바꾸는 것도 할 줄 몰라서 이불도 개지 않은 방을 뒤에 두고 그냥 진행했다. 면접관은 사실상 정해진 질문지를 읽는 수준이었다. 상담 경험이 있는지, 나이가 몇 살인지처럼 단답형인 경우도 있었지만, 누구랑 어디서 사는지, 예전에는 무슨 일 했는지 꽤나 디테일하게 묻기도 했다.
충동에 관한 질문이 나왔을 때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살짝 했다. 좌우의 스펙트럼을 놓고 봤을 때 (영문법에서 현재완료 시제 가르칠 때 그리는 일직선 표처럼) 정치 성향이 꽤나 극단적인 것처럼 비칠 수도 있을 텐데, '중도'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고 사는 사람이므로, 그냥 소신껏 있는 그대로 대답했다. 합격 여부는 며칠 뒤에 연락 주겠다고 했는데, 그건 형식적인 멘트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로 연락이 온 것이 아닌가. 떨어졌다고 말이다. 사실상 붙을 거라고 기대를 많이 했는데, 한 시간 가까이 (구십 분이라고 했지만 오십 분 정도 진행했다) 봤는데, 많이 허탈했다. 더군다나 사적인 이야기도 막 했는데, 그건 하지 말걸 그랬나 하는 후회도 들었다. 정치 이야기 해서 떨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필자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이므로 어쩔 수 없었다.
첫 회기 때 아마 비밀보장에 대한 당부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여럿이 있으므로 지켜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일대일 상담의 경우 상담사들이 익명성에 대한 교육을 확실히 받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염려는 없는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드니 말수가 절반으로 줄어들어서 일대일보다는 집단을 선호하게 되어서 면접을 본 것이었다. 다음에 또 볼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