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달리기를 한 장소는 집 주변의 인도였다. 아파트 단지를 빙빙 도는 식으로 달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멀리까지 나갔다가 힘들어서 포기하게 될 경우를 대비한 것이었다. 이 전략은 나름 성공적인 듯 보였으나 단 일주일만에 기우에 불과했음이 증명되었다. 3키로를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다면 적어도 집 주변은 벗어날 수 있었다.
더 멀리 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때쯤 집 건너에 운동장이 있다는 점을 활용 해보기로 했다. 길 바로 건너여도 가지 않았던 이유는 앞선 이유와 동일하다. 그정도로 내 활동 반경이 좁았다는 얘기다. 하긴 집 밖으로 스스로 나와서 숨을 헐떡거리고 있는 것도 얼마나 대견했는지 모른다. 회사에서 진을 다 빼고 오면 거실 바닥에 껌딱지처럼 붙어 앉아서 TV 채널이나 돌리고 앉아 있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게 일상이었으니까.
운동장에 처음 갔던 날, 푸른 색으로 뒤덮인 깔끔한 바닥이 눈에 들어왔다. 호기심에 올라서 보니 맨바닥과는 다른 폭신함이 느껴졌다. 이때까지도 내 신발은 일반 운동화였다. 여느 러너들이 착용하던 푹신한 러닝화와는 결이 달랐다. 황영조 선수가 금메달을 차지하던 그 시대에나 신었던 단단하고 안정감이 훌륭한 신발이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