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코리아나 미술관 <백그라운드 보이스> 전시 리뷰
감각은 항상 존재한다. 감각은 소리와 함께 가까이 있으며 그 소리는 많은 감각 중 하나이다. 사람은 독립된 개체이고, 사람마다 감각을 통해 생각하는 것은 모두 다르다. 저마다 자신만 의 감각을 가지며 그로 세상을 탐색하고, 탐색을 한 후에는 본인만의 독자적인 이해와 어떠한 ‘것’이 형성된다.
우리는 다양한 감각을 통해 어떠한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우리 몸을 작동시키는 사회, 문화적으로도 형성된다. 우리의 몸이 사회와 함께 작동하는 상호작용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백그라운드 보이스 전시를 관람한 후, 모든 감각은 나의 기억과 우리 기억의 상호작용으로써 온다는 것을 느꼈다. 백그라운드 보이스 작품 속 열선 풍기의 형태를 가진 움직이는 스피커 형태의 사운드 설치 작품은 중학생 시절 합창단의 경험을 떠올리게 했다. 가지런히 모여 몸을 살짝 식 움직이며 함께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작품 속 식물들과 여러 설치물은 교실을 떠올리게 했으며, 작품은 모양 자를 가지고 수학을 공부하던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그 기억 속 나는 가장 먼저 소리를 떠올렸다. 교실에서 떠드는 시끄러운 아이들의 목소리와 깔깔 웃는 웃음소리, 교실 내에서 키우는 식물에 분무기로 물을 주는 소리처럼 말이다. 전형산 작가는 직접 제작한 기계 장치를 통해 개념화된 새로운 소리를 생산하며 새로운 사운 드 노이즈의 예술적 접근을 보여준다. 여기서 새로운 소리가 나타나며 그 소리가 관람자에게 어떻게 접근하는지 생각해 본다. 나에게 그 접근은 과거인 것 같다. 사람이 가진 그 과거의 기억들은 모두 사회의 공동체 안에서 나타나는 것이 제일 크다. 이처럼 ‘소리’는 우리 사회의 집합적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사회의 기억은 무엇일까. 사회의 기억은 곧 나의 기억이다. 어떤 것을 느끼는 것은 나의 모든 감각에서부터 오는 것이고, 그 감각은 나의 모든 기억 속에서부터 온다. 나의 기억은 결국 나 의 기억이 모두 모인 사회의 기억이다.
과거의 기억과 소리의 원천 1800년대 후반,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급속한 현대 시대에서 기술, 문화, 사회적 변화에 직 면하는 사람들은 안정을 회고하면서 과거에 주목했다. 현실에서 살짝 물러나서 과거를 떠 올 리는 것은 산업혁명이 생겨난 과거의 시대이던, 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시대이든 비슷한 다. 갈수록 세속화되어 가는 세상 속에서 사상가들은 과거를 정체성의 원천으로 파악하려는 예리한 감각을 키워나갔으며 여러 가지 목적에서 개인적인 과거를 탐구하였다. 베르그송에게 과거는 자유의 원천이었고, 프로이트에게는 정신건강을 약속해 주는 것이었어며, 프루스트에게는 낙원으로 이끄는 열쇠였다.
그럼, 우리가 개인적인 탐구를 할 과거는 무엇일까? 전형산 작가는 작품 속 불완전성과 관계성에서 착안하여 소리의 집합과 운동이 공간의 심상을 변화시켜 새로운 시공간을 만드는 과정을 상상한다. 불완전성과 관계성을 통해 우리의 집단과 움직임이 어떻게 모여지는지 상상해 본다. 그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회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와 감각, 모든 생각들은 개인차가 상당히 크다. 자신의 과거가 아득한 옛날까지 뻗쳐있는 사람이 있다. 똑같은 과거여도 어떤 사람은 최악의 기억이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있고, 생각하자마자 미소 짓게 하는 행복한 기억이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과거를 잊지 못하고 과거에 붙들려 사는 사람들, 그래서 현재와 미래를 희생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본인의 과거가 어떠한들, 모든 경험들이 다 좋은 소리를 낼 수는 없다. 그것이 듣기 싫은 소리이든 어떠한 소리이든 말이다. 이로써 우리는 서로 합창을 완벽하게 하지 못해도 그것이 좋은 소리의 합창이 아니어도, 과거 속에서 다 함께 합창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로써 백그라운드 보이스는 작품의 소리에서 얻은 풍부한 감각적 자극이 어디에서부터 오는지 생각해 볼 기회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