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02] 규칙없음
D-302. Sentence
규칙없음
느낌의 시작
규칙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 규칙이 왜 만들어졌는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그리고 내가 지켜야 할 이유가 분명할 때만 필요하다. 그렇지 않은 규칙은 결국 나를 가두는 틀이 된다.
마음의 흐름
나는 오랫동안 융통성 없는 ‘규칙쟁이’로 불렸다. 성실하게 무언가를 꾸준히 해내는 힘은 분명 강점인데, 때로는 그 힘이 나를 짓누른다. 왜 해야 하는지보다 지켜야 한다는 형식 자체에 몰두해, 우선순위가 뒤틀리고 나와 가족까지 힘들게 만든 적이 있다. 두 아들 역시 나의 규칙 때문에 작아질 때가 있었다.
이제는 사춘기의 한가운데를 달려가는 아들에게서 규칙이 점점 사라진다. 정확히는, 부모의 규칙 대신 자신만의 규칙으로 살아가려 한다. 그 나름의 자유가 곧 규칙이 되고, 상황과 기분에 따라 약속도 무너진다. 어릴 적엔 혼내고 호통을 쳤지만, 지금은 변하는 게 없고 감정만 상한다는 걸 안다. 그래서 자주 하는 말은 이것이다.
“선택은 네가 해. 그에 대한 책임도 네가 지면 돼.”
오늘은 오전과 오후 수업이 있었다. 같은 과목, 두 개 반. 하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오전반은 배우려는 열정이 느껴졌지만 오후반은 산만하고 집중이 흐트러졌다. 앞에서 강의하는데도 학생들이 노트북을 켜놓고 다른 일을 하거나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면,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아진다.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부족한 건 아닐까 의심하지만, 곧 생각을 고쳐잡는다. ‘이 시간을 그렇게 보내기로 한 것도 너희의 선택이고, 결과도 결국 너희 몫이다.’
어떤 학생은 하나라도 더 배우려 애쓰고, 또 어떤 학생은 눈앞의 시간조차 흘려보낸다. 나 역시 그 나이엔 몰랐고, 보이지 않았고, 들리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에서야 놓친 시간들이 땅을 칠 만큼 아깝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그땐 몰랐다. 그러니 오늘 수업의 피곤함도 결국 내가 세운 욕심의 규칙일지 모른다. ‘매주 멋진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내가 만든 틀 말이다. 추석에 읽어야 할 자료가 쌓여 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AI가 아무리 빠르게 발전해도 내가 모르면 소용이 없다. 차근차근 읽고 또 읽으며 채워가야 한다. 오늘 글은 제목처럼, 정말 규칙 없이 썼다. 하지만 뭐, 이런 날도 있는 거지.
내 안의 한 줄
스스로의 규칙을 넘어 자유로워지는 내가 더 나답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