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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on Jun 20. 2024

'디자인'이 디자인하다.

[디자인 언어영역] '디자인의 디자인'을 읽었습니다.

#디자인의디자인 (2023.11)

디자인의 디자인 / 하라 켄야


-디자인 읽기: #하라 켄야 (Kenya Hara)


-디자인 쓰기

디자인을 디자인답게 바라볼 줄 아는 디자이너이자 디자인 이론가, 하라켄야를 진심으로 존경한다. 디자이너이지만, 통상적으로 말하는 디자이너라고 말하기엔 너무나 '가볍게' 느껴지는 몇 안되는 디자인계의 거장이라 말하고싶다. 하라 켄야가 쓴 책이라면 뒤도 돌아보지않고 바로 사서 읽고싶은 유일한 사람. 디자인이 뭔지도 모르고, 아무생각 없이 그저 하라는 과제하고, 월급받고 주어진 일하던 때부터 들어봤던 분. 디자이너는 다양한 책들을 열심히 읽어야한다고 매학기마다 강조하지만,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몸으로 실행하는 것은 하늘과 땅차이기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무반응이지만, 가뭄에 콩나듯, 반응하는 학생들이 방학에 읽을 책을 추천해달라는 메일을 보내면 가장 먼저 추천해주는 책. 내가 디자인을 전공하고 이 분야에 몸담고 있으면서 나에게 정말 많은 영향력을 선사했고, 선사하고 있는 분. 이 분은 내가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지조차 모르시겠지만 새삼스레 디자이너로, 디자인 이론가로, 그 생각을 디자인결과물뿐 아니라, 글로도 공유해주셔서 진심으로 너무나 감사하다고 꼭 전하고싶다.

이 책은 시각화된 어떤 것으로만 편향되게, 또는 왜곡되게, 때로는 폐쇄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디자인 분야에서 '행위로서의 디자인을 언어화하는 것'에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 속에 어제보다 털끝만큼이라도 더 의미있는 질서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여지는 결과물 뿐아니라, 그 결과물이 담고있는 서사와 맥락을 이해시킬 수 있어야한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디자인의 탄생산업혁명의 수단이었기에, 디자인은 역사적으로 늘 주인공을 빛나게 해주는 '조연' 또는 '엑스트라1', '지나가는 행인2' 정도의 역할을 해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시작이 그러했기에, 디자인이 가진 잠재력은 무궁무진하고, 지금도 그러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여전히 '스타일링(Styling)'에만 집중되어 있는 세상적 시선이 안타깝다. 시각적으로 사람들의 눈을 현혹시키는 수단이 아니라, 오감을 파고들어 침투하게하는, 즉 인간이 가진 본질을 반응하게 만들 수 있는 힘(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이 진짜 디자인이라 말하고싶다.


가시화된 결과물이 제품이든 서비스이든 영상이든, 그 어떠한 형태이든, 해당 결과물을 통해 인류가 공감할 수 있는 가치관을 형성하는 것이 '디자인'이고, 이미 형성된 가치관을 재검토하고 검증할 수 있는 것이 '리디자인'임을 정리할 수 있었다. 하라 켄야는 리디자인을 '일상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디자인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여, 누구나 잘 아는 형태를 통해 디자인의 리얼리티를 찾아보는 것(P.39)'이라 정의하고 있다. 하라 켄야가 소개하고 있는 리디자인의 사례들을 살펴보며, 하라 켄야가 생각하고 이해하고 있는 '리디자인'의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반 시게루 / 사각형 화장지

왼쪽은 일본의 건축가 반 시게루가 리디자인한 '사각형 화장지'이다. 화장지 종이심을 원형에서 사각형으로 다 시 디자인한 것 뿐인데, 저항이 발생해 화장지 낭비를 줄일 수 있고, 화장지를 운송할 때에도 공간절약이 가능해졌다. 제품디자인 전공이 아닌 건축가의 눈으로 바라본 결과물이기에, 가능한 일이었을까 감히 생각해본다.


구마 겐고 / 바퀴벌레 덫

또 한명의 건축가 구마 겐고가 리디자인한 '바퀴벌레 덫'은 과히 신선하다. 두루마리 형태의 접착 테이프지만, 사용하고자 하는 장소와 구조에 따라 가늘고 긴 사각형 튜브형태로 변신가능한 바퀴벌레 덫은 지극히 구조적이고, 단순하며, 덫이 사용되는 공간의 대한 이해(바퀴벌레 출몰장소)와 바퀴벌레에 대한 이해가 모두 포함된 인상적인 해결책이라 생각한다. 하라 켄야는 구마 겐고의 리디자인 결과물을 '기념비적인 '하우스'를 부정하고 유동적인 '튜브'를 선택했다.(P.56)'고 표현하고 있다.


멘데 가오루 / 성냥

요즘 시대에 무슨 성냥이냐 할 수 있겠지만, 라이팅 디자이너인 멘데 가오루가 리디자인한 '성냥'을 통해 인간에게 가장 친근한 '불'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상기시키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조명을 디자인하는 사람을 '조명디자이너'라 생각하지만, 스탠드나 조명이 아닌 '빛과 동시에 어둠을 디자인'하는 사람이라는 하라 켄야의 표현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대부분은 어디를 밝혀야하는가에 초점을 맞추지만, ‘어떻게 어둠을 디자인할까’를 고민해보면 예상치못한 새로운 디자인이 나올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2007년 2월 27일에 초판이 발행되었고, 2021년 10월 30일에 23번째 발행이 진행되었다. 100년정도가 지나야 '고전'이라 칭할 수 있다고들 하는데, 내 생각같아선 2107년까지 계속해서 발행되어, 감각적이고 시각적인 것에 치우쳐있는 디자이너들의 시선에 다시 중심을 잡아주는 디자인계의 '고전 중의 고전'이 되어주기를 소망하게 된다.

너무나 공감가는 주옥같은 글들을 곱씹느라 한장을 넘기는 것이 쉽지않았던 기억. 고전의 힘을 믿는 나에게는 디자인계에 흔하지 않은 고전으로 남을 책이라 감히 말하고 싶고 말할 수 있는 참으로 고마운 책이다.



-디자인 듣기


/머리말 그 수없이 많은 보고 느끼는 방법을 일상의 물건이나 커뮤니케이션에 의식적으로 반영해가는 것이 바로 디자인이다.


/p.12 행위로서의 디자인을 언어화하는 것도 사회와 마주하는 디자인 행위의 하나.


 /p.35 형태나 소재의 참신함으로 놀라움을 선사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의 틈새로부터 평범하면서도 은근히 사람을 놀라게 하는 발상을 끊임없이 끄집어내는 독창성이라말로 디자인이다.


 /p.36 기존 미디어나 새 미디어 가운데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횡단하여 모두 시야에 넣고 종횡으로 사용하는 기능이 디자인인 것이다.


/p.40 인간이 살아가는 것, 생활하는 것의 의미를 물건 만들기의 과정을 통해서 해석하고자 하는 의욕이 바로 디자인이다.


/p.41 사회의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해석해나가는 과정에 디자인의 본질이 있다.


/p.52 전자 미디어의 가능성에 대해 몽상하는 데만 정신이 팔려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에서의 실천이 다소 느슨해져 있는지도 모르는 우리가 커뮤니케이션 음치를 벗어날 수 있도록 중요한 단서를 제시한다.


/p.58 빛의 디자이너이지 조명 기구를 디자인하는 사람은 아니다. 빛과 동시에 어둠을 디자인하는 사람.


/p.109 오늘날의 종이는 미디어의 주역에서 내려와 실무적인 업무에서 해방된 덕분에 다시 본래의 '물질'로서 매력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된 것


/p.124 치장하지 않는 것, 또는 간결함 속에서 새로운 가치관이나 미의식을 만들어내는 것, 최저 가격이 아니라 풍족한 저비용, 가장 현명한 저가격대


/p.220 커뮤니케이션에 관여하는 디자이너의 일은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여 그에 어울리는 정보의 형태를 알리고 최적의 미디어를 통해서 그것들을 사회에 유통시켜 나가는 것


/p.225 정보 디자인의 공인 지점은 그 사용자에게 힘으르 주는 것 (미국 정보공학자, 리처드 솔 워먼)


/p.226 주제의 역할은 무엇인가를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왕성한 사색을 발생시키는 촉매로서 작용하는 것이다.


/p.227 디자이너가 할 일정보의 핵심을 누구나 섭취하기 쉬운 상태로 친절하게 정리정돈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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