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포켓몬 마스터가 될 거야
「나는 포켓몬 마스터가 될 거야」
내 초등학생 시절에 나온 포켓몬스터라는 만화는 정말 센세이션했다. 피카츄라는 귀여운 캐릭터 하며, 몬스터볼 던지는 거 하며, 상성을 따져가며 하는 전투까지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재미있는 것 투성이었다. 이후 나온 포켓몬 빵에 동봉되어 나온 띠부띠부실을 모으고 있노라면 나도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지우처럼 포켓몬을 마스터를 향해 나아가는 느낌을 받고는 했다. 이 포켓몬스터라는 애니메이션이 게임에서 먼저 시작됐다는 걸 알았던 것은 약간의 시간이 지난 이후였다.
1번 이상해씨부터 151번의 뮤까지 모든 진화종류를 다 외우고 다니던 내게 처음 만난 흑백의 적녹청버전 게임은 재미를 넘어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느낌이었다. 정말로 내가 포켓몬 세계에 들어온 것 같았고 내가 정말 지우가 되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초등학교의 기억과 추억을 갖고 자란 내가 ‘아이들은 포켓몬을 정말 좋아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위 사진처럼 컬러가 아닌 흑백이었고, 한글이 아닌 단 하나도 읽지 못하는 일판으로 처음 접했지만 정말 내가 이 세계에 속해서 포켓몬 트레이너가 되어 포켓몬들과 소통하는 느낌은 여전히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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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아이들에게 포켓몬을 나눠주기 위해 시작한 일은 저번 화에 보여준 것처럼 아이템샵에 ‘이상한 알’이라는 아이템을 등록한 것이다. 사실 아이들은 낯선 아이템에 선뜻 다가가지 못했지만, 모아놓은 DP도 많고 호기심도 많은 우리 반 유니콘 학생이 한번 사본다고 하였다. 그 뒤 상태창 메인화면에 보이도록 알 상태를 올려놓고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했으며 2일 뒤 부화했다고 하며 구구를 나눠주었다.
시간이 지나 지금은 9세대까지 나왔지만 모든 포켓몬을 만들기에는 내 열정이 부족했고 ‘1세대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귀찮음과 약간의 기꺼움으로 겨우 오려 만든 카드가 갑자기 말 그대로 살아 숨 쉬는 포켓몬이 되는 순간이었다.
(1세대 포켓몬보다 늦게 태어난 아이들이지만 이미 모든 진화를 알고 있는 것을 보면 역시 1세대가 근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의젓하던 우리 유니콘이 방방 뛰며 포켓몬 마스터가 되겠다고 외치는 그 모습은 정말 압권이었다. 그 옛날 내가 꾸던 포켓몬 마스터의 꿈이 지금의 아이들에게도 이어지는 듯하여 내심 흐뭇하기도 했다. 참고로 포켓몬은 내가 주고 싶은 것을 나눠줬다. 스타팅 빼고 역시 첫 포켓몬은 구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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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포문을 연 포켓몬 세계는 아이들의 흥미를 끌었고 너도나도 알을 사고 싶어 했다. 하지만 알을 구하기 위해서는 DP가 필요했고 지금 반에서는 충분한 DP가 돌아가고 있지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늘 그렇듯 DP를 푸는 이벤트를 열어볼까 고민하던 차에 예전에 주변 선생님께서
아이템 되팔기 기능을 넣으면 어떻겠냐는 말이 생각이 났다.
좋은 기회다 싶어서 바로 적용을 해봤고 아이들은 반값에 가지고 있던 아이템을 마구마구 팔고 DP를 마련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포켓몬이 낳은 ‘광기’라고 표현하는 게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열심히 만든 아바타 다 팔고 거지꼴을 해가면서 DP를 마련하는 것이 마치 영끌하여 집을 마련하려는 우리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면 상황이 이해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