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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티 Nov 07. 2024

겜돌이 교사의 교실에서 게임하기 –3-

가랏! 몬스터볼

「가라 몬스터볼! 어 그래 잘가고~ 안녕」


포켓몬은 명실상부 최고의 ip라고 할 수 있다. 포켓몬이 성공한 이유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이 있다. 간단하면서도 명확하게 드러나는 디자인적인 요소라든지 애니메이션이나 마케팅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분석이나 접근도 좋지만 나는 본질적으로 내가 왜 포켓몬을 좋아했는지, 왜 그 시절 내 친구들과 나는 포켓몬에 미쳤는지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코흘리개였던 내가 좋아하던 이유라면 분명 지금의 우리 아이들에게도 좋아하는 이유가 되어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떠올린 내가 포켓몬에 미쳤던 두 가지 이유 중 첫 번째는

많은 수의 포켓몬 덕분이다정확히는 어딘가에 정말로 있을법한다양한 컨셉의 포켓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갈기가 불꽃으로 타오르는 포니타, 바다 위에서 우리를 다른 곳으로 데려다주는 라프라스, 어떻게든 변할 수 있는 메타몽 등 다양한 컨셉과 거기에 들어맞는 재미있는 설정들은 정말 어딘가에 포켓몬이 살고 있지 않을까? 혹은 포켓몬이 사는 곳에 가보고 싶다는 기대감을 주었던 것 같다. 

(입에서 불을 뿜어내는 공룡? 그러면서 꼬리에도 불이 있어 꼬리에 불이 꺼지면 목숨을 잃는다는 안타까우면서도 재미있는 컨셉? 생긴 것도 귀엽고 진화형은 날아다녀? 아이들에게는 공룡만 해도 치트킨데 이런 멋진 요소를 잔뜩 모아둔 파이리를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거 못막습니다.)

물론 이제는 피카츄를 비롯한 1세대 포켓몬이 나온 지도 오래되었고 9세대까지 나오면서 모든 포켓몬을 합하면 1000마리가 넘어간다. 그 당시의 내가 느꼈던 ‘여기에는 포켓몬이 있을 것 같다!’ 거나 ‘이곳에서는 어떤 포켓몬이 나타날까?’ 하는 미지의 설렘을 기대하기에는 아무래도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난 시간만큼이나 아이들은 많은 정보를 가지게 되었다. 즉 미지에 대한 설렘은 떨어질지언정 여러 포켓몬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나 가치를 잘 파악하고 있다. 다시 말해 ‘어떤 포켓몬이 나타날까?’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키기는 어려워도 ‘우와 이 포켓몬! 이 친구 진짜 멋져지는데!’ 라거나 ‘그 포켓몬은 언제쯤 나타날까?’ 하는, 미래시에 의한 정보를 이용해 흥미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 즉, 결이 약간 달라지긴 했지만 큰 틀에서 다양한 포켓몬을 접했을 때 오는 흥미는 여전할 수 있다는 결론이었다.

결국 다양한 포켓몬을 어떻게 마주하고 잡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 흥미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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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흥미를 충족시키기에 1화에 잠깐 언급한 이상한 알만 가지고 운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으려면 다양한 포켓몬을 만나고 직접 포획하는 행위가 있어야 했다.

그래서 아이템샵 한쪽에 ‘야생 포켓몬이 나타났다.’라는 코너를 만들고 아이템샵에 몬스터볼, 슈퍼볼, 하이퍼볼을 만들어 팔게 되었다.

(지금 올라온 야생 포켓몬은 고라파덕이다. 교체 주기는 교사 마음이고 어떤 포켓몬이 들어갈지도 교사 마음이다. 포켓몬에 대한 정보가 많은 만큼 적당히 인기 있는 포켓몬, 진화형태가 우수한 포켓몬, 귀엽거나 멋있는 포켓몬을 내 마음대로 배치할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포켓몬에 대해 사심을 채우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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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는 방법은 간단하다.  

    포획용 볼이 있다면 내게 와서 야생 포켓몬을 잡고 싶다 이야기한다.  

    교사와 가위바위보를 한다.  

    그 볼이 몬스터볼이라면 가위바위보 3번 중 3번을 다 이겨야 한다. 슈퍼볼과 하이퍼볼은 이기는 횟수를 각각 2회, 1회로 줄여준다.  

간단한 룰이지만 사실 몬스터볼로 잡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1/27의 확률이라 약 3% 정도다. 그러다 보니 시도했다가 첫판에 가위바위보를 져서 허무하게 기회를 잃어서 아쉬워하는 경우가 많이 생겼다. 특히 피카츄가 야생 포켓몬으로 나왔을 때 정~~~~~말 많은 친구들이 시도를 했고 대다수가 실패를 맛보면서 아쉬워했다,

(어쩌겠니 이게 인생인걸 얘들아...하지만 그 와중에 3%의 확률을 뚫고 피카츄를 획득한 친구가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더욱 아이들이 열광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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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게도 몬스터볼의 확률이 낮으면 돈을 더 모아서 슈퍼볼이나 하이퍼볼을 살 법도 한데 아이들은 죽어도 몬스터볼을 활용하여 잡으려고 했고 내 생각보다 많은 실패를 맛보게 되었다. (내가 수학을 못 가르친 탓인가?)

너무 잦은 실패는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판단으로 이를 보완하고자 포켓몬 배틀을 가져왔다.(배틀 방법은 매우 간단 하지만 다음 화에 설명하도록 하겠다.)

실제 포켓몬 게임처럼 포획 시도를 하기 전에 선생님과 배틀을 한 뒤, 이기면 가위바위보 승리 횟수를 하나 차감해주는 방식을 도입했는데, 배틀에 지더라도 기존과 같은 방식처럼 몬스터볼을 사용하는 것이라 아이들 입장에서는 보너스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즉 허들을 낮춰 접근성을 높였고 당연히 아이들의 흥미도와 포획률도 많이 늘었다. 이런 방법으로 학생들은 오늘도 호시탐탐 야생 포켓몬의 변화를 기다리며 몬스터볼을 사모으고 있다. (하이퍼볼을 사라고 바보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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