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했어요! 뽑기, 아이템샵, 포인트
「또 꼴등을 뽑았다... 망했어.」
사실 포인트제도를 사용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놀이 수업을 많이 하던 터라 보상은 박수나 ‘으쓱함(?)’ 정도면 된다고 느꼈었고 학교 다닐 때 포인트에 해당하는 강화는 한계가 있다는 식의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의 학창 시절, 더욱이 초등학교 시절에는 포인트로 학급을 운영하시는 선생님들이 많으셨고 그 포인트도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며 다녔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어느 순간 우리 반에는 DP라는 포인트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포인트는 실제적인 의미는 없었고 단순히
라는 느낌을 받으면서 본인이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척도의 역할을 했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레벨의 개념으로 보였을 거 같기도 하다.
그렇게 학생들은 1년을 아무것도 모르고 생활하다 학년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날에 우리 교실에 때가 묻은 여러 물건들을 DP로 경매하는 형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해준다. 본인들이 쌓아 올린 포인트가 많은 친구들은 별것도 아닌 작은 물건들에도 높은 가격을 매겨 가져가는 상황도 자주 발생한다. 본인들이 ‘1년을 잘 견뎌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아 가는 장치로써 활용된다는 걸 알게 되면서 매년 사용하게 되는 제도였다.
(이를테면 내가 이렇게 1년 동안 찍어둔 폴라로이드 사진을 포인트 경매로 가져가는 것이다. 포인트 경매는 지금까지도 운영하는 컨텐츠가 되었다. 1년 동안 애들은 이게 뭐가 좋은지도 모르고 그냥 모은. 그런데 생각해 보면 수집하는 그 자체로도 상당히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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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으로 학급을 운영하게 되면서 DP의 사용처가 늘어나게 되는 것은 필연적이었다. 본인들의 상태창을 꾸미게 되면서 지속적으로 꾸밀 수 있는 컨텐츠가 필요했고 명색이 게임인데 아이템이 없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새로운 화폐를 만들기에는 복잡해질 것 같아서 DP를 화폐로 하여 아이템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처음에는 어떤 품목을 넣을까 하다가 늘 그렇듯 게임에 이런 게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것저것 집어넣었다. 문제토벌을 진행하다 보니 거기에 유용하게 사용 가능한 포션과 여러 아바타를 랜덤하게 부여하는 랜덤박스를 부위별로 팔았다.
처음 아이템샵을 열었을 때 아이들의 반응은 매우 좋았다. 기존의 포인트제도가 교사가 지정해 준 목표치에 도달하면 보상을 주는 것과는 달리 자신들이 이용할 수 있는 아이템을 본인들의 선택으로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과 달리 부위별 랜덤 상자가 있는 초창기 모습이다. 내가 지금 사지는 못해도 살 수 있다는 목표의 의미도 될 수 있었고 선택권을 준다는 것이 학생들에게 큰 메리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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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곧바로 문제가 발생했는데
DP의 수급처가 마땅치 않은 상태에서 학생들의 DP가 많이 소비되지 않는다는 것
위의 문제와 더불어서 DP가 귀하다 보니 잘 쓰지 않아 상태창 변화가 미미하다는 것
이 두 가지가 나타났다. 약간 경제적인 문제에 당면하게 된 것인데 1번 문제의 경우 다른 선생님들이 사용하는 월급 등 여러 해결 방법이 있겠지만 나는 종종 주마다 레벨에 해당하는 DP를 부여하는 이벤트(약간 랭커에게 주간 혜택 주는 듯한 느낌으로)로 해결하곤 한다. (이 이벤트 덕에 학생들은 레벨을 더 올리려고 하는 동기를 부여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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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문제가 좀 곤란했었는데 품목을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단순히 품목을 변경한다면 같은 문제가 재발할 것 같아서 운의 요소가 들어있는 뽑기를 활용하게 되었다. 뽑기를 DP로 팔고 거기 있는 등수로 아바타와 여러 아이템을 주면 조금 더 재미있게 운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바일게임이나 여러 게임에 가챠가 존재하는 것처럼 뽑기판 하나만 적용했을 뿐인데 아이들은 이 뽑는 요소를 너무 좋아했다. 이 뽑기 한방에 아이들은 DP 소모가 늘었고 나도 품목을 단일화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상태창과 캐릭터를 꾸미도록 유도할 수 있게 되었고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다.
(지금 아바타를 꾸미기 위해서는 뽑기나 특별상품을 구매하는 방법밖에 없다. 하지만 이 뽑기라는 작은 운빨 요소에도 애들은 열광하면서 뽑는다. 그리고 망한다! 이 친구 역시 꼴등을 뽑았다. 역시 가챠는 위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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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호 때 얻은 교훈으로 내가 아이들에게 기대하는 부분을 유도하는 요소를 삽입하게 되었는데 할인과 특별판매가 그것이다. 뽑기처럼 운에 따른 요소에서 벗어나 확정적인 부분도 필요했는데 아이들에게 비정기적으로 여러 물품을 할인하여 DP를 소모하거나 꾸밀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리고 특별한 행사나 시기, 예를 들면 생존수영이나 현장체험학습, 여름맞이에 어울리는 아바타를 올려놓고 판매하는 것도 아이들에게 확정적인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요소가 되었다.
(요즘은 닉네임물감이라는 아이템을 새로 만들어서 아이들이 사용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반값 행사 중이다. 아바타는 한정판으로 나오긴 하지만 예쁜 거 말고 탈모헤어나 재밌는 것들 팔면서 아이들도 컨셉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