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좋아합니다, 참으려 해봤지만 더는 안되겠어요.
「저는 게임 좋아합니다. 참으려 해봤지만 더는 안되겠어요.」
마지막으로 게시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좋을 것 같다. 메인 화면을 구축하다 보니 어느덧 제법 게임 화면처럼 변한 우리 반의 상태창이 보이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다른 게임 홈페이지가 생각이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홈페이지 하면 떠오르는 게 바로 자유게시판이었는데 이런 소통의 자리도 필요하다 생각했다. 요즘 SNS가 많다고는 하지만 우리 반만의 이야기를 적을 수 있다면, 일주일의 이야기를 남겨서 기록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페들렛에 게시판을 만들고 메인 화면과 연결해 두었다.
(게임 홈페이지처럼 여러 페이지로 연결해서 만드는 재미가 있었다. 여러 가지가 합쳐지니 이제 제법 뭔가 운영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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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컨텐츠들이 그러하듯 처음에는 관심도가 높다가 종국에는 시들시들해지기 마련이다. 처음 게시판이 열렸을 때도 반짝 즐기는가 싶더니 곧 관심이 사그라져갔다. 그리고 나도 늘 그러하듯 지속적인 관심이 주어지길 바랐다. 그래서 한 주의 마무리를 적으면 자신의 레벨에 맞는 DP를 부여하기로 했고, 역시 자본의 힘은 대단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아이들의 관심은 꾸준히 이어졌다.
처음 게시판 작성이 어려웠지 학생들은 이용하다 보니 차츰 여러 이야기를 적기 시작했고 유니콘 같던 에이스 학생은 건의 사항으로 컨텐츠를 제안하는 등의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여러 sns들은 공개적인 부분이 너무 많다 보니 이런 폐쇄성은 사용하기에 따라 학급의 응집을 높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이너스통장은 재밌는 컨텐츠인 것 같은데 어떻게 운영할지 사실 감이 안 와서 내버려 두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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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으로 학급을 운영하면서 사실 지금도 당장 변해가고 있는 것들이 많다. 늘 말했듯 나는 게으른 선생이라 아이들에게 자기 아바타를 뽑아주기는 도저히 못 할 것 같아서 아바타 탭을 만들어 자랑하게 만든다거나 DP의 소모처를 늘리거나 약간의 꾸밈 요소를 더 해보기 위해 닉네임 물감을 팔아보는 등 게임에 패치가 있는 것처럼 우리의 교실을 개조하고 변화시키고 있다.
(별 기능 아니고 자기 닉네임을 색깔로 칠해주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은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었다. 그때그때 원하는 방향으로 변동이 가능한 것이 게임으로 운영하는 것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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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성향상 논리적으로 말이 통해야 하고 머리 쓰는 것을 좋아해서 6학년을 선호한다. 그래서 그리 긴 교직 생활은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6학년을 많이 했었다. 그리고 이런 게시판이나 문제토벌 등 운영적인 측면에서 6학년은 적용하는 것이 편했고 이에 따른 반응과 즐거움은 즉각적으로 내게 돌아왔다. 그럼에도 나는 올해 4학년으로 내려와서 운영하고 있다. 그 이유는 학생들의 반응이나 동기부여, 의미 등이 효과적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게임이 좋아서’, 내가 느껴봤기에 아는 ‘게임이 가지고 있는 힘을 믿기 때문에’ 게임으로 학급을 운영하기 시작했지만 마음 한켠에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부분들을 내가 일찌감치 심어주게 되는 것은 아닐지,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제공하는 자료에 기계적인 반응을 하는 것은 아닐지 하는 의문이 있었다. 그렇기에 적용의 익숙함과 편리함에서 벗어나 낯설지만 보다 더 순수함(?)에 가까운 학년에 적용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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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학생 전부가 핸드폰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접속이 원활하지는 않지만, 아직 분수와 소수에 익숙하지 않아서 내가 어렵사리 만든 문제토벌 탭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패들렛을 올해 처음으로 접하면서 다루는데 어리숙하지만 학생들이 오롯이 이 시스템에 적응하고 흥미를 가지며 생활하고 있다는 점은 나를 즐겁게 한다.
문제를 토벌하기 위해서 공부하는 모습, 자신의 레벨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상태창을 꾸미고 확인하고 싶어 매일 학교를 빨리 오는 모습들은 분명 ‘게임의 좋은 부분이 아이들에게 전해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핸드폰 사용에 제약도 있고 없는 학생들이 있어서 칠판 앞에 둔 공용 패드를 두었다. 아침마다 아이들이 달려들어 자기 상태창을 확인하는 모습, 머리 색깔만 바뀌어도 아바타가 예쁘게 변했다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은 꽤나 나를 즐겁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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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그동안의 시행착오에 관한 이야기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모든 반이 그러하듯 변화는 항상 마주하게 될 것이다. 과거에는 문제였지만 미래에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고, 혁신적이라 생각했던 시스템이 구닥다리로 전락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기꺼이 변화를 맞이해보려고 한다.
게임 접속 BGM만 들어도 설레던 코흘리개 겜돌이의 추억처럼 아이들이 교실에 들어섰을 때 모험을 떠나는 것처럼 느낄 수 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학교가 재밌다고 느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고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고 느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이런 바람으로 오늘도 역시 상태창을 뒤적거려 보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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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기간 동안 서툰 솜씨로 채워 넣었던 이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 혹시 글을 읽고 망설이고 있는 선생님이 계신다면 눈 딱 감고 한 걸음만 내딛기를 바랍니다. 분명 재미가 있을 겁니다. 왜냐하면 게임이거든요! 그럼에도 확신이 없다면 학생들에게 물어보세요. 게임 좋아하냐고요.
이 시리즈는 마무리 짓고 2학기부터는 비정기적으로 변화 과정이나 적용사례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