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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이는대학생 Oct 07. 2024

[독서] 『불교』

20241007

소설을 읽거나 공부를 할 때면 어느 순간 세계관이 확장됨에 따라 전율을 느끼는 때가 있다. 소설의 경우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에서 등장했던 '톰 리들의 일기장'이 사실 볼드모트의 호크룩스 중 하나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가 그러했고, 과학에서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그저 상이하기만 한 입자가 아니라 동일한 종류의 쿼크가 상이하게 결합한 결과임을 알았을 때가 그러했다.


내가 알고 있던 개별적인 지식들이 사실 거대한 체계 안에서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흥분되는 일이고, 그 방대한 체계를 공부해 나가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역사 시간에 종교를 배울 때면 그 세계관은 어떠한지, 경전에서 다루는 교리란 무엇인지가 무척이나 궁금했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이 호기심이 바로 내가 『불교』를 읽게 된 이유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불교에서는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며, 그 사상은 어떤 색다른 체계를 이루고 있는지에 대한 호기심.


왜 성리학이나 기독교도 아니고 하필 불교이냐 하면, 내가 읽거나 보는 창작물들에서 불교로부터 따온 설정들이 발견될 때가 있어서이다. 개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쿠베라>. 인도 신화를 기반으로 한 판타지 웹툰이다. 세계관과 서사가 너무도 흥미로워서 재밌게 보고 있다.



이 작품에는 '해탈', '무아', '착' 등의 용어나, 신들을 정신적 경지에 따라 5단계로 나누는 설정 등 작가님께서 불교에서 차용하신 것 같은 내용들이 종종 등장했다.


배경지식이 없어도 이해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었지만, 만약 불교적인 배경지식을 가진 채로 작품을 본다면 <쿠베라>를 보다 다양하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즐거운 감상이라는 목적 외에, <쿠베라>에서 보여지는 불교 관련 설정 자체가 매력적으로 느껴진 탓도 있다. 비록 작중 설정은 각색된 면이 있겠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찾아볼 가치가 있어 보였다.


나는 데미언 키온이 지은 『불교』를 읽었는데, 이는 불교에 대한 입문서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내가 원했던 교리적 · 철학적 차원의 내용뿐만 아니라 서사적 · 신화적 · 윤리적 · 법제적 차원의 내용들까지도 폭넓게 다루는, 불교의 다양한 면을 소개하고자 한 책이었다.


내가 흥미롭다 느꼈던 점을 크게 2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듯하다.


1. 니니안 스마트의 7가지 차원

『불교』는 불교를 온전히 정의내리기가 어려움을 드러내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는 종교의 범주가 명확하지 않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서구의 종교들과 비교해 보면, 불교는 이들과 동일한 범주로 묶이기에는 불합리한 면이 없지 않아 있어 보인다. 불교는 다른 종교들처럼 신을 숭배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신과 정령의 존재를 부정하지도 않는다.


이렇게 확정짓기 어려운 불교를 최대한 온전히 소개하기 위해, 저자는 니니안 스마트가 제시한 방법을 도입한다. 이는 종교 현상을 단일한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고, 7가지의 서로 다른 차원에서 분석하는 것이다. 이로써 불교의 다양한 면모를 가능한 빠뜨리지 않고 보일 수 있다.


내가 이 부분을 인상 깊게 읽은 이유는, 이 새로운 분석 방식을 통해 나 또한 내 생각을 이전보다 명료하게 정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사상 체계 혹은 세계관이라는 말로 불완전하게 드러내었던 나의 관심 분야를 이제는 보다 명확히 인지하고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앞으로 내가 다른 종교에서 내가 바라는 부분만을 발췌하고자 할 때에도 이는 도움이 될 것이다.


찾아보니 니니안 스마트가 저술한 『종교와 세계관』에서는 7가지 차원 각각이 목차에서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던데, 기회되면 그 책에서 '신화적 차원', '교리적 차원'을 다룬 장만 읽어봐야겠다.


2. 불교의 교리적· 철학적 차원

내가 『불교』를 읽고자 한 주된 이유였기에 이 내용이 나올 때마다 더 집중하여 읽었고, 공책에 따로 정리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입문서이니만큼 교리적 · 철학적 내용은 깊게 다루어지지 않았지만, 세계관을 훑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 제 3장 '업과 윤회'와 제 7장 '명상'에서 우주론 및 정신적 경지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딱 내가 바라던 내용이 적혀 있어 좋았다.


지금 나의 지식 수준은 용어의 개략적인 의미를 아는 정도에 그치므로 앞으로 관련 내용을 더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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