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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사리 Jul 30. 2024

올해도 쉽지 않다

안개가 꼈다


올해로 미국에 산지 6년 차 

작년에는 비자문제로 한참을 힘들게 보내다가 

겨우겨우 취업비자를 받고 이제는 수월할 줄 알았다. 


하지만 어디 인생이 쉬울까, 

나의 사소한 인생문제로 이미 고단한 삶을 살고 있지만 

올해 내 심장을 가장 졸이게 만들었던 건

이 주 전에 회사에서 퍼포먼스를 더 내라는 피드백을 받은 것이다. 

회사에서 잘리면 3개월 안에 일을 구해야 하는 취업비자 신세이기에 

갑자기 심장이 쿵했다. 

외노자의 입장에선 신분문제보다 두려운 건 없기 때문이다.  


이직을 하고 항상 입에 달고 살던 말이 '정말 어렵다.' '뭘 모르는지 조차 모르겠다.'였다. 

프로덕트가 어려우니 이해도가 낮아지고, 모티베이션도 떨어졌는데, 

역시나 그게 매니저에게도 보였나 보다. 

아직은 심각한 단계는 아니고, 좀 더 퍼포먼스를 내보자는 취지로 멘토링도 붙여주고 

매주 매니저랑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매니저가 깐깐하게 나를 모니터링하니까 

매일 미팅에서 내가 평가받는 기분에 신경이 곤두선다. 


그동안 나의 문제는 매우 한국인 같이 소극적이고, 시킨 일만 하는 것이었다. 

또 이해도가 낮아서 미팅에서 대화에 매니저가 참여해야 한다는 것도 문제이다. 

일단 모든 미팅에서 한마디라도 하고 나오자 나의 목표를 정했고

정말 아무 말을 할 때도 있고, 질문을 할 때도 있고 가끔은 좋은 지적을 할 때도 있다.  


이 일을 계기로 내가 그동안 너무 쉽게 지냈나 반성을 하게 되었다.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해서 다른 미팅에 가서 집중해서 관찰하고, 또 대답은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는지 메모를 하게 되었다. 일단 인풋이 많아지니, 같은 질문을 다른 곳에서도 할 수 있게 되었고

잡다한 지식들이 늘어나게 되는 것 같다.


화면에서의 일 뿐만 아니라, 뒤에서 알고리즘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까지 이해하라는 게 참 나에겐 버겁다.

그 프로덕트를 잘 아는 사람을 찾아가서 계속 물어보고 있는데, 고마운 나의 개발자. 

개발도 하고 설명도해주느라 고생이 많다. 


확실히 피드백을 받고 나선 나도 좀 능동적이고 말 한마디 하는 것쯤이야 하며 나의 존재를 들어내고 있다. 

이성적으로는 안일했던 나에게 참 좋은 기회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매주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두렵다. 오늘은 그래도 중요한 미팅에서 좋은 피드백을 주었으니,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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