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기생충
“저 퇴사하려구요.”
라고 말하면 백이면 백 돌아오는 말은 똑같다.
“뭐하려고?”
난 그말에 웃으며 대답한다.
“모르겠어요. 나가서 찾아봐야죠.”
그럼 또 걱정섞인 말이 돌아온다. (진짜 걱정인건지 부러움이 섞인건지는 사실 모르겠다)
“혜원아, 회사밖은 지옥이야. 그래도 이직처라도 정하고 나가, 아니면 뭘 할지 정하든가”
근데 그런 걱정을 하는 사람들은 다 조직내에 속한 회사원이다.
이직해보지도 않았고, 그냥 이 회사에 쭉 다녀오기만 했으면서 회사밖이 지옥인지 아닌지 어떻게 안단말인지
유튜브에도 무계획퇴사를 검색하면 모두 이를 말리는 영상뿐이다.
퇴사 후 인생이 꼬이는 과정, 무대책 퇴사가 위험한 이유 등등 각종 자극적인 제목으로 무계획 퇴사를 말린다.
근데 어느 유명한 영화에 그런 대사도 있지 않은가?
가장 완벽한 계획은 무계획이라고
계획이 없어야 실패도 없고 기대치가 없기 때문에 실망도 없다. 난 지금 그런 상태다.
직장인들도 매일 아침마다 난 오늘 뭘 해야지! , 난 이 회사에서 어떤 사람이 되어야지! 생각하며 출근하는거 아니지 않은가? 그러면서 왜 퇴사자들에게는 거창한 계획을 바라는걸까
나에겐 회사안이 지옥이다. 잔뜩 경계태세를 갖추고 긴장을 한채 부원들의 핑퐁에 늘 안테나를 기울이고 있는 일은 정말 고역이 아닐 수 없다.
거기다 누가 나한테 업무적으로 스트레스를 주는 날이면...그대로 뒤돌아서서 회사를 나가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아침 출근길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것만 같고 퇴근하면 지친몸을 침대로 다이빙하고, 잠들땐 이대로 영원히 잠들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이 나날들이 지옥이 아니면 뭘까?
이게 지옥이 아니라면....차라리 또다른 지옥을 가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너무 힘들때면 옥상에 올라가 바람을 쐬기도 하고 화장실에 혼자 들어가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데 그때뿐이다. 화장실도 옥상도 천국은 아니었기때문에..
다시 회사 자리로 돌아오면 숨이 턱 막히고 상사의 목소리에 흠칫흠칫 놀라기 일쑤다.
근데 이걸 구구절절 설명하기는 너무 귀찮다.
퇴사하고 뭐할거냐는 사람들에게 ctrl C ctrlV해서 보여주고싶다.
"뭐하고 살아야할지는 모르겠지만, 회사안에선 절대로 못찾을것같아서 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