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용서와 건강한 인간관계
최근 '이십춘기'라는 단어를 자주 듣는다. 이는 20대 중후반이 겪는 제2의 사춘기로, 내 삶의 큰 변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부모님은 작은 공장을 운영했지만, 사업이 실패해 경제적 기반이 무너졌다. 당시 10대 시절의 나는 그 심각성을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오래된 인연과의 관계가 끊기고 모든 것이 정리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대학 마지막 학기를 맞이하면서 나는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원래 당뇨와 천식이 있었던 데다 담 제거 수술 이후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시면서, 부모님의 건강을 돌보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느 날, 용기를 내어 부모님께 질문을 했다.
"취업을 하게 되면 경제적으로 더 나아질 수 있을 텐데, 왜 미뤄야 하나요?"
부모님의 대답은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너의 소득이 우리 가정의 소득에 포함되면 기초생활수급 자격이 없어질 수 있어.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조금 미루는 게 좋지 않을까?"
부모님 세대에게는 안정적인 직업이 인생의 성공을 의미했지만, 나는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제가 취업을 미루면, 제 경력이 쌓이지 않을까 걱정이에요."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은 후에 시작해도 늦지 않을 거야."
그 말은 나의 꿈과 목표를 점점 멀어지게 만들었다. 나는 친구들이 취업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며 조급함을 느꼈다. 그래서 학창 시절부터 이어온 다양한 활동들, 예를 들어 교내 활동이나 아르바이트 경험을 통해 쌓은 역량들을 돌아보았다. 그동안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길을 선택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이제는 내가 원하는 직업을 찾기 위해 나는 최소 6개월 동안 필요한 기술을 배우고, 경력을 쌓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취업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다양한 직업 훈련을 받으며, 나의 강점과 부족한 점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불안한 마음을 느끼기도 했지만, 이는 나를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만난 멘토 선생님께 조언을 구했을 때,
"너는 지나치게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것 같아."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은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항상 자존감이 높다고 생각했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한 친구에게 연락하게 되었다. 예전에 친구의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 말들이 깊이 와닿았다.
"너는 너 자신을 잘 모르는 것 같아. 그게 계속 너를 괴롭힌다면 문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중요한 것은 그 불안함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를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을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일의 양이 항상 성공과 연결되지 않는다. 스스로를 잘 알아야 하고, 객관적으로 자신의 상황을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직장 생활에서 성과급이 주어지는 것처럼, 모든 선택은 결국 자신이 만들어가는 결과물이다. 커가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수입을 기대하면서 일을 하다 보면 쉽게 지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안정적인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일을 다닐 때 규칙적인 생활을 했고, 집에 돌아오면 쉽게 잠이 들곤 했다. 그러나 그 자유는 때로 불안함과 함께 찾아오기도 했다.
현재 자율적인 삶을 살고 있지만, 매일 같은 패턴으로 반복되는 일상이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다. 원하는 시간에 일어날 수 있고, 원하는 시간에 잠들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하루의 시작은 언제나 똑같이 반복된다. 아침에 일어나면, 나는 먼저 냉장고를 열어본다. 무엇을 먹고 싶을까? 다양한 음식들이 떠오르지만, 결국 손에 쥐는 것은 라면이다. 라면은 익숙한 맛이지만, 그 속에서 느끼는 공허함은 점점 커져갔다. 그 국물의 따뜻함이 나를 위로해주기는 하지만, 동시에 나는 왜 이런 단순한 선택이 나를 가두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더 많은 다양한 경험이었는데, 왜 나는 자꾸 안전한 선택으로 돌아가게 되는 걸까?
새벽 4시가 지나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고, 통상적으로 5시간, 잘 자면 6시간 정도 자고, 늦잠을 자더라도 아침 10시 반쯤 일어난다. 이러한 패턴이 건강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어느 날 몸에 이상이 생겨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에게 '스트레스 때문에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때까지 내 몸에 문제가 있다고만 생각했지만,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단조로운 일상이 계속될수록, 나는 내 존재의 의미를 잃어버릴까 두려워졌다. 내가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내 전부가 라면, 과연 나는 행복할 수 있을까? 그 질문이 나를 괴롭혔다. 하지만, 일상 속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보려 했다.
독서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과 지혜를 배울 수 있었다. 여러 권의 책을 읽으면서 그 속에서 나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하루에 한 권의 책을 읽으며, 나에게 영향을 준 작가는 하퍼 리였다. 『앵무새 죽이기』를 통해 사회의 불평등과 개인의 도덕적 선택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가끔은 창밖을 바라보며 세상의 변화를 느끼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작은 변화들이 내 삶에 조금씩 색깔을 더해주었다. 내가 원하는 삶을 찾기 위해, 나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현재의 직업 선택과는 관련이 없을지라도, 결국 나를 성장시키고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해 주었다.
부모님도 나의 이러한 성장 과정을 인정하고 지켜봐 주시는 것 같다. 내가 일하는 방식이나 태도를 보시면서, "우리 딸은 결코 생각 없이 사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믿어주시는 것 같다. 하지만 바람이 불지 않아 방향을 잃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기분. 이게 나의 전부라면 나는 그게 너무 무섭다. 이러한 감정을 극복하기 위해 변화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십춘기는 나에게 단순한 사춘기를 넘어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의미하게 되었다. 내가 배운 중요한 교훈은 '현재를 살자'는 것이다. 지나치게 미래를 걱정하고, 원인과 해결책에 집착하는 것이 아닌,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스스로에게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