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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아윤 Aug 04. 2024

자랑인 듯 자랑 아닌 자랑 같은 자신감

나를 자랑하기


나에 대해서 자랑하려니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  장점을 나열하기엔 '자랑'이란 단어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야. 내가 생각하는 단점도 경우에 따라서는 자랑할 일이 되기도 하니까 말이야. 가령 난 술을 아주 좋아하고 그러다 보니 잘 마시는 편인데 난 단점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 남편은 사람들을 만나면 자랑을 하더라고. " 우리 와이프, 술 잘 마셔! " 

그래서 자랑보다는 내가 어떤 부분에 자신감이 있는지 말해보려고 해.


우선, 난 좀 무대체질이야. 평소엔 소심한 듯 말수도 많이 없지만, 멍석을 깔아주면 나도 모르는 에너지가 마구 나와. 고등학교 때, 원래 나의 이미지는 학년이 끝나면 '쟤 우리 반이었나?' 할 정도로 존재감 없는 아이였는데, 수학여행 때 반 장기자랑 대회에 아무도 지원을 하지 않으니 단순히 합창반이라는 이유로 내가 지목이 되었어. 반장이 "소영아, 제발 부탁한다"는 그 말에 전학생 앞에서 노래를 부르게 된 거지.  무대 올라가기 전엔 마이크가 덜덜 떨렸는데, 막상 노래를 하니 하나도 안 떨리는 거야. 그때 알았지. 아.. 난 무대체질이구나.. 하고.  그 뒤로 난 장기자랑은 물론이고, 아이들이 졸리면 수업시간에 노래 불러주는 전용 가수가 되었어. 내가 생각해도 그땐 참 노래를 잘했었는데.. 훗. 


그리고, 난 이야기를 잘하는 것 같아. 중3 때 과외선생님이 영화 '벤허 특별상영'에 초대권을 주셔서 같은 반 친구랑 같이 봤었거든. 다들 알겠지만, '벤허'라는 영화는 4시간에 가까운 아주 긴 영화잖아? 오죽하면 중간에 인터미션도 있었지. 그 영화를 본 다음날, 옆 짝꿍한테 이야기를 해 주는 데 아이들이 하나둘씩 모이더라고. 쉬는 시간마다 다들  뒷 이야기 해달라고 쪼르르 달려와서  하루종일 이야기해 줬어. 같이 영화 본 친구는 넌 어쩜 그걸 다 기억하냐며 영화는 지루했는데 네가 얘기해 준 것은 재밌다고 했던 기억이 나. 

내가 원래 그런 성향인데 몰랐던 건지, 사춘기를 겪으면서 내 성격이 바뀐 건지는 잘 모르겠어. 그 후로 난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두렵진 않아. 학창 시절, 대학시절 통틀어 조별 모임에서 발표는 늘 내가 도맡아 했으니까 말이야. 게다가  남들이 말하기 두려워하는 말하기도 늘 내 담당이었지. 좋게 말하면 의리 있다, 정의감이 있다 그러겠지만,  순전히 오지랖이 넓은 성격 때문인 것 같아. 


마지막으로, 난 참을성이 많아.

내가 자랑처럼 이야기하는 출산. 큰 아이는 힘 한번 주고 낳고, 둘째는 힘 두 번 주고  낳았다고 말하긴 하지만, 사실 출산이 그렇게 쉬울 일이었겠어?  난 둘 다 최~대한 병원을 늦게 갔어. 물론 너무 감사하게도 부정출혈이나, 양수가 터진다던가 그런 변수가 없었기에 가능하지만, 이틀을 잠 못 자고 가진통 하는데 초산인데도 불구하고 4분 간격까지 참다가 병원엘 갔어. 고통이 점점 심해지는데, 이것보단 더 아플 거야, 아직 아닐 거야.. 이런 생각을  버텼는데, 그게 끝이더라.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이번에 진통 오면 힘주세요" 하는데,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진통이 세게 오는 거야. 그래서 힘을 있는 데로 줬지. 너무 힘들어서 잠깐 쉬려고 하는데 의사 선생님이 "더, 더, 더" 그러시길래 숨도 안 쉬고 힘을 빡 줬더니.. "네~ 다했습니다" 그러더라. 나의 첫 출산. 진짜 힘 한번 주고 낳은 것 맞지? 오후에 의사 선생님이 회진 오셔서 내가 감사하다고 인사드리니 "아휴~제가 더 감사하지요~" 했던 게 생각나네. 간호사들도 "아!"소리 한 번을 안 내고 출산하시는 산모는 처음이라고.. 아무튼 지금껏 살아온 세월의 여러 과정을 겪으며 느낀 건, 내가 역경지수가 높은 편이라는 거야. 어쩌면 철저히 미래지향적인 성격 탓에 지금의 고통이 미래에 결과로 돌아올 것이라는 무조건적인 믿음이 있어서였겠지. 뭐 '그릿'이나 '긍정적인 사고방식'의 영향도.


어때? 내가 생각하는 나의 자신감이 너희에게도 공감이 되니?

가끔 내가 생각하는 나와,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내가 너무 간극이 클 때 많이 반성하게 되더라. 내가 비록 표현은 대문자 'T'이지만 마음속엔 'F'의 감성이 많다는 것도 알아주었으면 좋겠어. 나의 자신감이 자만감이 되지 않도록 늘 겸손하며 살아갈게! 오늘 하루 내 글을 이렇게 끝까지 읽어주는 너희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보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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