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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아윤 Aug 04. 2024

나 돌보기

나의 건강일기


나는 낮잠 자는 것을 싫어했다. 항상 N잡으로 살아와서 시간도 없었거니와, 어쩌다 시간이 생겨서 피로도를 이기지 못해 쓰러지듯 낮잠 자고 일어나면 회복된 컨디션보다 하루를 알차게 보내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해 질 녘 노을보다 더 강렬하게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운동하는 것을 체질적으로 싫어하다 보니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도 전혀 없었고 그 흔한 스트레칭조차 하지 않았다. 하루의 고된 업무가 끝나면 내가 좋아하는 위스키로 마음을 달래고, 눈뜨면 한 움큼의 영양제를 먹는 것이 건강관리의 전부였다. 나에게 있어 건강은 그냥 말 잘 듣는 큰아들 같았다. 출산 후에도 3일 이상 쉬어본 적 없었고 밤낮으로 쉴 틈 없이 일해도 큰 병 없이 잘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나에게 선물 같은 시간을 선사했다. 일을 줄이고 나에게 집중하며 하루하루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 몸에서 신호가 왔다. 예전에 비하면 체력을 쓰는 일이 훨씬 줄어서 컨디션이 좋아야 하는데, 체력은 더 떨어지고, 야식을 먹지 않은데도 살이 쪘다. 그간 내 몸상태는 어디가 아프면 살이 쪘기에 병원을 가보니 갑상선 암이 의심된다며 수술을 꼭 해야 한다고 하셨다. 내 인생의 계획에 수술 따윈 없었는데 갑작스러운 수술을 앞두고 벼락치기 숙제를 했다. 술을 끊고, 하루 만보씩 걸으며 몸에 좋은 것만을 먹으려고 애썼다. 간절히 암이 아니길 바라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건강 앞에 무릎을 꿇었다. 돌이켜보니 나는 내 몸의 신호에 굉장히 무심했다. 엔진오일도 제때 갈아주지 않고, 타이어도 점검하지 않은 채 겨우 주유하라는 경고등에만 반응하며 휘발유만 넣어준 셈이었다. 다행히 암은 아니었지만 수술이라는 이벤트는 나에게 건강에 대한 겸손을 가르쳐주었다. 


그러나 사람이 한 번에 바뀔 수는 없는 법. 건강의 중요성을 깨달았어도 하루아침에 안 하던 운동을 하기는 어렵다. 대신에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좋은 습관을 하나씩 기르기로 했다. 

눈뜨자마자 기지개하며 간단히 1분 스트레칭하기.

음양탕 한잔과 영양제 먹기. 

강아지와 30분 새벽산책하기.

아침 거르지 않기.

평일에 맥주 한 캔 이상 마시지 않기.

매끼마다 샐러드 먹기.

자기 전 벽스트레칭 10 분하기.

주 3회 이상 만보 걷기.

"에게, 이건 원래 하는 거 아냐? "할 정도로 우스운 수준이지만, 아직은 이조차 신경 쓰지 않으면 건너뛸 정도로 습관이 되지 않는 나 자신을 키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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