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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아윤 Aug 04. 2024

후회보다 전진

단 하루만 돌아갈 수 있다면

단 하루만 돌아갈 수 있다면 24년 전 어느 날 새벽, 광안대교 사이로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음악대학으로 전향을 결심한 날, 음악을 향한 나의 열정 따위 바다에 던져버리고 미련 없이 공대를 열심히 다니자 결심할 테다. 한 번도 참여한 적 없는 대학축제도 즐기고 쌍권총 몇 개 맞아 계절학기로 채우기도 하는 평범한 대학생활도 하고 무난한 직장인의 삶을 살았다면 지금의 나와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나의 선택을 굳이 후회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날의 선택으로 나에게 남은 건  해보고 싶었던 공부를 해보았다는 만족감과 음악을 접할 때 가슴으로 듣기보다 이성적인 분석이 앞선다는 것 외에는 내 인생에 안정된 직장도, 주류적 삶을 살 수도 없었다. 예술의 길은 험난하기에 십수 년 무명의 세월을 이겨낼 용기와 인내심은 나에게 부족했고 잔기술의 연마로 심장의 공허함을 속이며 나의 뱃속을 채어왔다.


그날, 나의 자아를 마주하지 않았다면 첫사랑을 만나지도 않았을 테고 4년이 넘는 지독한 사랑의 결실이 아픔으로 남겨졌을 때 더 이상 누구와도 사랑이 힘들겠다 생각하는 일도 없었을 거다. 아픔이 사라짐을 사랑이라 착각하는 일도 없었을 테고 현실을 도피하지 않고 체념의 마음으로 직장생활에나 집중하며 묵묵히 하루하루를 살았다면 난 아직 혼자 살고 있지는 않았을까.. 이혼의 아픔 또한 없지 않았을까..

그러다 에이.. 내 사주가 어차피 고생할 팔자라면 그 나름대로의 시련이 또 있었겠지. 우리 인생엔 총량의 법칙이 있으니까 난 그냥 숙제를 열심히 빨리 해치웠다 생각하자 하고는 믿지도 않는 사주를 읊어본다.



후회하지 말자. 인생의 희로애락을 겸허히 받아들이자. 나의 슬픔과, 고독과, 행복과, 환희를 희석시키지도, 정제하지도 말자. 날것의 기억들을 오히려 소중히 여기자. 그날의 감정과 기억들은 나의 글과 음악들로 재탄생 될지어니 먼 훗날, 예술로 승화된 나의 인생이 뿌듯해질 날을 기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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