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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아윤 Aug 04. 2024

매일 화장하는 여자

나의 취미


난 화장을 하지 않는다. 아니, 화장이 재미없다고 말하는 게 맞겠다.

가끔 내 얼굴에 알록달록 색칠할라치면 시작하는 순간 언제 끝나지.. 벌써 지겨워진다. 뭐, 더 솔직히 얘기하자면 내가 애써 공들인 결과가 흐뭇하지 않아서다. 딱히 외모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전과 후가 조성아나 정샘물 같은 신의 손을 거치지 않고서야 다이내믹한 변화가 없기도 해서이다.

그래도, 난 예쁜 걸 좋아한다. 내 얼굴에다 하지 못하는 색칠공부를 식탁 위에서 주로 펼쳐 보인다. 


광채 나는 피부 대신 반질한 스텐접시 위로 

쿠션파대 두드리듯 초록탱글한 양상추를 톡톡 얹고 

오늘의 기분을 대신할 주인공인 

어제 먹다 남은 치킨을 

한 올 한 올 붙이는 속눈썹같이 

한결한결 뜯어 양상추위에 올린다. 

아이섀도 그라데이션 하듯 

빨강 노랑 파프리카를 믹스하고,

빨간 립스틱 대신 발사믹소스,

드디어 대망의 파우더 같은 모짜렐라 치즈를

그라인더 위에 놓고 쓱쓱 뿌려놓으면

오늘의 화장 끝.


세상 어떤 일이 목표하고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고 결과를 얻기까지 요리보다 빠를 수 있을까? 내 수고로움을 반감시키는 가족들의 행복한 미소, 식구들의 무한한 인정의 보상까지 내가 식탁 위를 꾸미는 이유.


매일 책을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며 만들어낸 내 영혼의 먹이를 화사한 식탁 위에 쏟아내 본다.

사랑하는 이들의 일상과 어우러진 소중한 저녁을 위해 오늘도 난 그렇게 화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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