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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 to the Z Aug 31. 2024

바이오테크놀로지의 시대(3)

유전자를 마음대로 편집할 수 있다고?

생명공학 기술이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현재 가장 많은 가능성을 보이며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로 유전자 치료 기술을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까지 대부분의 질병 치료 기술은 세포 단위 이상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예를 들어, 항생제는 박테리아 세포를 죽이는 약물이고, 면역치료제는 우리 몸의 림프구들의 기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반면, 유전자 치료는 세포 속의 핵산의 일부분, 유전자 단위의 조작과 삽입을 통해 원하는 결과를 얻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핵산을 직접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걸까요? 어떤 방법을 통해 이러한 미세 조절이 가능한지, 이러한 기술이 어떻게 발전해나가고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01. 유전자 치료와 편집: CRIPR-Cas9 기술을 중심으로

유전자 치료의 주된 방법 중 하나는 ‘유전자 편집’ 기술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유전자를 핵산의 특정 위치에 추가하거나 제거하는 것이죠. 유전자 편집 기술의 발전의 경과는 CRISPR-Cas9 기술의 발전과 함께 걸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12년 유전자 편집 도구로 개발된 CRISPR-Cas9은 박테리아의 면역 체계에서 유래한 기술입니다. 박테리아는 바이러스나 다른 요소가 침입했을 때, 해당 침입자의 유전물질 일부를 CRISPR(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이라는 박테리아 DNA의 특정 서열 패턴 영역에 삽입합니다. 이후 두 번째 침입이 일어났을 때 보관한 유전물질을 주형으로 같은 침입자의 DNA를 인식하고, 확인이 끝나면 해당 DNA를 절단해 침입자에 대응합니다.

CRISPR-Cas9 기술을 이용한 유전자 편집 원리.(Takara Bio)

이 기전을 이용한 CRISPR-Cas9 기술에서는 다양한 효소와 핵산이 활용됩니다. 우선, 목표 DNA를 식별하는 단일 가이드 RNA(sgRNA)가 목표 DNA 서열에 결합합니다. sgRNA는 Cas9과 복합체를 형성해 목표 DNA에 부착시킵니다. Cas9는 박테리아가 가지고 있는 엔도뉴클레아제로, 목표 DNA에서 이중 가닥을 절단하는 효소입니다. 숙주의 자연적인 수리 기작이나 맞춤형 DNA 서열을 사용하여 절단된 DNA를 수리함으로써 다양한 편집이 가능합니다. 특정 유전자 영역을 제거할 수 있고, 여러 유전자 부위를 변형하거나 원하는 DNA를 추가할 수도 있으며 유전자 발현을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최근 CRISPR-Cas9는 다양한 기술적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시티딘(C) 염기를 우라실(U) 염기로 바꾸거나, 구아닌(G)을 아데닌(A)으로 변화하는 등 개별 염기를 치환하고 편집하는 기술이 개발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CRISPR-Cas9을 사용하여 배아 상태에서 직접 유전체를 수정하는 것이 가능해졌으며, 성체 동물에서 직접 유전자를 편집하는 기술이 개발되는 등 다양한 발생 수준에서 직접 기술 적용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러한 기술 발전을 기반으로, CRISPR-Cas9 기술은 다양한 질병의 치료를 위해 임상 시험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하는 질환에서 유전자 수정을 통한 치료를 목표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일례로, 헌터 증후군의 치료에 이용될 수 있습니다. 헌터증후군은 라이소좀 효소인 IDS의 결핍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으로, 발명하면 GAGs(Glycosaminoglycans)이 체내 여러 조직에 축적되어 전신의 다양한 기관에 기능 장애를 유발합니다. 현재 CRISPR-Cas9 및 ZFN(Zinc Finger Nuclease) 매개 유전자 편집을 사용하여 헌터 증후군 치료를 위한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IDS를 만드는 정상 유전자를 환자의 유전체에 삽입해 효소 결핍을 해결하려는 것이죠. 유사하게, 유전자 편집 기술을 통한 겸상 적혈구 질환 치료 역시 힘을 얻고 있습니다. 겸상 적혈구 질환은 헤모글로빈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는데, 적혈구가 비정상적인 낫모양으로 변형되어 혈관 질환과 장기 손상, 빈혈 등을 불러옵니다. CRISPR-Cas9을 통해 비정상적인 헤모글로빈 유전자를 교정하여 이를 치료할 수 있습니다. 현재 겸상 적혈구 질환 환자의 혈액에서 얻은 자손 적혈구의 세포 기능을 CRISPR-Cas9을 사용하여 재확립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유전성 질환에 대한 CRISPR-Cas9 기술의 적용 잠재력은 무궁무진합니다. β-지중해빈혈 환자의 유도 만능 줄기 세포에서 HBB 유전자 돌연변이를 수정하는 연구, 낭포성 섬유증 환자의 배양된 줄기 세포에서 CFTR 유전자를 수정하는 연구, 상염색체 우성 망막색소변성증 등 망막 이상증을 치료하기 위한 연구 등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한 치료법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또한, CRISPR-Cas9 기술은 헌팅턴 병의 잠재적 치료법으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헌팅턴 병은 진행성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HTT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발병합니다. 이 유전자는 헌팅턴 단백질을 생성하는데, 돌연변이로 인해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생성되어 운동 기능 장애와 인지 기능 저하 등을 불러옵니다. CRISPR-Cas9은 이러한 HTT 유전자 돌연변이, mHTT(mutant Huntingtin) 유전자를 절단하거나 비활성화시킬 수 있습니다.


유전자 편집 기술은 이외의 질환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우선, CRISPR-Cas9은 다양한 암 질환의 치료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유전자 편집 기술을 통해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고, 세포의 운동성을 감소시키며,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CRISPR-Cas9 기술은 대사성 간 질환이나 동맥경화증을 포함한 대사성 질환의 치료에도 응용되고 있으며, 림프구 기능 이상으로 인한 면역 질환 치료에도 활용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이러스의 생활사를 보여주는 개념도.(부산일보)

또한, 감염성 질환 역시 유전자 편집 기술을 통해 치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표적으로, 한때 인류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HIV, 일명 에이즈(AIDS)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에이즈(후천성 면역결핍증후군)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되어 발병합니다. HIV-1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이는 주로 CD4 T 림프구를 감염시켜 면역 체계를 파괴하고 심각하게 악화시킵니다. 세포에 바이러스가 진입하면 바이러스 RNA가 DNA로 전환되는 역전사가 일어나고, 바이러스 DNA가 숙주 세포의 유전체에 통합됩니다. 이로써 감염된 세포에서 새로운 바이러스 입자가 생성되어 세포를 파괴하고, 다른 세포를 감염시키게 되는 것이죠. 이때, 바이러스의 복제와 유전자 발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HIV-1 DNA의 양 말단에 위치한 반복 서열인 LTR입니다. LTR은 바이러스 DNA가 숙주 세포의 유전체에 통합되는 과정에 관여하며 바이러스 유전자의 전사와 발현을 조절합니다. 현재는 CRISPR-Cas9을 사용하여 HIV-1 DNA의 LTR을 변이 시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LTR을 변이 시켜 HIV 바이러스의 생존과 발현을 막으려는 것이죠. 


CRISPR-Cas9 기술은 치료뿐만 아니라 연구 목적에서도 활용도가 큽니다. 최근에는 하나의 sgRNA를 사용하여 여러 위치에서 특정 돌연변이를 효율적으로 생성할 수 있게 되었으며, CRISPR-Cas9을 사용하여 다양한 종과 유전적 배경에서 돌연변이를 생성하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이러한 조작을 통해 암을 포함한 질병 연구와 생체 기전 연구를 위한 모델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유전자 편집 기술은 향후 의학 및 생명과학 분야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줍니다.


02. 유전자 치료의 상용화와 맞춤형 의학

CRISPR-Cas9 기술을 포함한 유전자 편집 기술은 유전자 치료 분야의 빠른 발전을 이루어냈습니다. 유전자 치료는 질병의 치료나 예방 등을 목적으로 유전물질을 환자의 세포에 도입하거나 제거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구체적으로, 결함 있는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대체하거나, 질병 유발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새로운 유전자를 도입하여 질병 요인과 싸우도록 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작동합니다. 이러한 유전자 치료는 현재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인 졸겐스마(Zolgensma)나 스핀라자(Spinraza), 비인두암 치료제인 온코인(Oncorine), 다발성신경병증 치료제인 파티시란(Patisiran) 등 다양한 치료 제품이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유전자 치료 기술은 맞춤형 의학의 발전과 맞물리면서 더더욱 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맞춤형 의학은 개인의 유전적, 환경적, 생활 방식 정보를 바탕으로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을 선택하는 의료 접근 방식입니다. 개인의 유전체를 분석하여 질병 위험과 약물 반응성을 예측하거나 개인의 환경 및 생활 습관 정보를 총체적으로 반영하여 질병을 예측하고 치료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죠. 맞춤형 의학은 유전체 시퀀싱 기술의 발전과 개인의 유전적 특성에 따른 약물 반응성을 예측하는 약물유전체학의 발전 등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규모 유전체 및 임상 데이터를 기초로 질병 예측 모델이 개발되는 등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의 빠른 발전 역시 맞춤형 의학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맞춤형 의학은 현재에도 구체적인 임상 사례들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종양의 유전적 프로파일에 따라 표적 치료제를 선택하는 정밀 종양학이 발전하고 있으며, 유전체 시퀀싱을 통해 희귀 질환의 원인 유전자를 식별하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전적 위험 요인과 생활 습관 정보를 통합하여 개인화된 심형관 질환 예방 전략을 수립하고 있으며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을 고려한 맞춤형 정신 건강 치료 접근법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맞춤형 의학은 각각의 개인에게 최적화된 치료 및 예방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으며 유전자 치료 기술의 사용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더 많은 발전과 범위 확대를 위해서는 다양한 기관에서 생성된 유전체 및 임상 데이터의 표준화와 다양한 인종의 유전체 데이터 확보, 그리고 안전한 공유 체계 구축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처럼 많은 가능성과 강력한 힘을 보여주는 유전자 치료 기술이지만, 윤리적 논쟁에서 자유롭지는 못합니다. 유전자 치료나 편집을 할 경우 예측하지 못한 돌연변이가 발생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지 불확실하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게다가 CRISPR-Cas9을 포함한 유전자 편집을 진행할 경우, 유전적 변형이 다음 세대로 전달될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또한, 유전자 편집 기술이 치료 목적을 넘어서, '디자이너 베이비' 등 우생학적인 용도로 남용될 가능성에 대한 지적도 있습니다.


과학계에서도 이러한 쟁점을 인지하고, 다양한 대응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선, 유전자 편집 기술 사용에 대한 윤리 성명을 여러 과학단체에서 발표하면서 윤리 지침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국제적으로 협력하여 해당 기술의 윤리적 사용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에서도 CRISPR 기술의 윤리적 사용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많은 국가에서 CRISPR 기술을 인간 배아에 남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유전자 편집 연구의 윤리성을 검토하기 위한 전문 위원회를 설립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유전자 편집 기술의 윤리성에 대한 논의는 사회 전반에서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관련된 공개 토론회나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증가하고 있으며 대학과 연구기관에서도 CRISPR 기술의 윤리적 측면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논의에 참여하는 구성원의 이와 같은 확장은 유전자 편집 기술의 발전과 상용화를 위하여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전자 편집과 치료 기술이 더욱 확장되고 일반적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우선 유전자 편집 및 치료 기술과 그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이해가 필요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과학자, 정책 입안자, 시민 사회가 협력하여 이러한 기술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하며, 이를 통해 해당 기술의 발전과 적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평가하는 시스템을 정립할 수 있을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유전자 편집 및 치료 기술의 사용에 대한 국제적 합의와 가이드라인 마련을 이루어냄으로써 유전공학 기술이 긍정적인 방향성 아래에서 성장하고 사회에 적용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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