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을 끝낸 주인공은 누구?!
01. COVID-19 팬데믹을 극복하다: mRNA 백신 기술의 기본 원리 및 활용
2010년대 유전 공학 기술의 최대어가 CRISPR-Cas9이었다면, 2020년대의 주인공은 mRNA 백신 기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아직 2020년대 초반이지만, 그만큼 mRNA 백신이 보여준 임팩트는 어마어마한 것이었습니다. COVID-19 팬데믹이라는 전례 없는 사건에서 mRNA 백신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수십억 명의 사람들에게 적용되어 팬데믹 대응의 핵심 요소가 되었습니다.
mRNA 백신은 mRNA를 세포나 조직에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효과적인 전달을 위한 여러 시스템이 개발되었는데, 나노 mRNA를 세포나 조직에 직접 주입하는 방식이나 다양한 고분자를 통한 전달법 등이 있습니다. 특히, 지질 기반 나노입자(LNPs)에 캡슐화되어 체내에 주입하는 방식은 생체 적합성과 안정성이 높아 가장 널리 사용됩니다. LNP는 mRNA를 보호하고, 세포 내로의 전달을 용이하게 합니다. 전달되는 mRNA는 여러 구조로 구성됩니다. mRNA의 5’ 말단에는 캡 구조가 위치합니다. 캡 구조는 mRNA의 안정성을 높이고 번역 효율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하며, 일반적으로 7-메틸구아노신(m7G) 캡이 사용됩니다. 캡 다음에는 5’ UTR(Untranslated Region)이 위치합니다. 이는 말 그대로 번역되지 않는 서열로, mRNA의 안정성과 번역 효율을 조절합니다. 오픈 리딩 프레임(ORF)은 표적 단백질을 코딩하는 서열로 mRNA 백신의 핵심입니다. ORF 뒤에 위치하는 3’ UTR과 mRNA 3’ 말단의 폴리 A 꼬리는 mRNA 안정성과 번역 효율을 추가로 조절합니다.
mRNA 백신 기술의 메커니즘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우선, 세포내이입(endocytosis)을 통해서나, 세포막과 융합하는 과정을 통해 LNP가 세포 내로 진입합니다. 세포질에서 LNP가 분해되면서 mRNA가 방출되고, 세포의 리보솜이 mRNA를 인식하고 이를 번역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ORF에 코딩된 표적 단백질을 세포에서 만들어내게 됩니다. 생산되는 단백질은 주로 바이러스 항원인데, 코로나 바이러스의 경우 바이러스 표면의 왕관처럼 생긴 '스파이크 단백질'이 이상적인 표적 단백질입니다. 생산된 표적 단백질은 세포 내에서 처리되어 주요 조직적 합성 복합체(MHC) 분자와 결합한 후 세포 표면에 제시됩니다. 이렇게 항원이 제시되면 CD4+ T 림프구와 CD8+ T 림프구 모두를 효과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으며, B 림프구의 활성화를 통해 특이적 항체의 생성을 유도합니다.
이렇게 활성화된 B 림프구와 T 림프구의 일부는 '기억세포'로 분화합니다. 기억세포는 같은 항원에 다시 노출되었을 때 신속하게 반응하여 더 강력한 면역반응을 일으킵니다. 즉, mRNA 백신을 접종하게 되면, 이후 진짜 바이러스에 노출되게 되었을 때 바이러스 항원을 빠르게 인지하고, 면역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활성화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ORF에 넣은 서열에 대응하는 바이러스 항원 등을 체내에서 생산함으로써 진짜 바이러스가 침입하기 전 예행 면역반응을 진행하여 실제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이죠.
mRNA 백신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전략들이 존재합니다. 앞서 언급한 mRNA 안정성과 효율에 기여하는 구조들, 5’ UTR, 3’ UTR, 폴리 A 꼬리의 최적화와 길이 조절 등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코돈 사용 최적화나 G-C 염기 함량 조절 등을 통해 mRNA의 안정성과 번역 효율을 향상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 중, 현재 가장 많은 연구와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는 부분은 전달 시스템 분야입니다. LNP의 조성을 최적화하거나 유전자 전달을 개선하는 독점적 플라스미드 등 새로운 전달 시스템을 개발하여 mRNA의 세포 내 전달 효율을 향상하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작용 메커니즘과 기술적 개선을 바탕으로, mRNA 백신은 COVID-19 팬데믹 대응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앞으로도 다양한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적용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mRNA 백신 기술을 활용해 지카 바이러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HIV 등 여러 감염성 질환에 대한 항바이러스 면역을 유도하는 전임상 및 임상 시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 2(SARS-CoV-2)에 대한 mRNA 백신은 이미 상용화되어 있으며, 이 같은 바이러스가 갖고 있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표적 단백질로 한 여러 백신이 개발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mRNA 백신 기술은 암 치료 분야에서도 큰 잠재력을 보이고 있으며, 희귀 질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응용가능성을 가집니다.
02. 백신 기술의 사회제도적 영향: 백신 부작용 논의를 중심으로
mRNA 백신의 개발 과정과 성공은 보건 시스템과 법을 포함한 사회적 요소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우선, 공중보건 비상사태에서 새로운 백신을 신속히 개발한 경험을 통해 ‘다중 목표 접근법’이 정립되었습니다. 여러 후보 백신을 동시에 개발하여 성공 확률을 높이는 전략이 확립된 것이죠. 또한, COVID-19 이후에도 다른 질병이 크게 유행할 수 있다는 경각심과 함께, 공중보건 시스템의 적응성과 회복력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즉, 새로운 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팬데믹 사태에서 백신과 관련해 또 하나의 논점이 되었던 것이 ‘백신 부작용’입니다. mRNA 백신 기술은 새롭게 개발된 유형의 기술이었기 때문에 부작용 문제에 대한 관심과 불안이 컸습니다. 이러한 부작용에 대한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법원이 백신과 부작용 사이의 인과관계 성립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법정에서는 무엇을 기준으로 백신과 부작용 간의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걸까요?
현재에는 크게 세 가지 기준을 가지고 백신과 부작용 사이 인과관계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시공간적 밀접성으로, 접종 시기와 증상 발생이 시간적으로 밀접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 인과관계의 추론이 의학이론이나 경험칙상 불가능하지 않아야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피해가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어야 합니다. 이 세 가지 기준을 모두 만족할 때 인과성이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러한 기준을 이해하고, 적용 양상을 확인하기 위해 우선 과거의 백신 접종 부작용 관련 판례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대표적으로 DTaP 및 소아마비 백신으로 인한 난치성 간질 발병 사례가 있습니다. 이 사례에서 원고는 해당백신을 접종받은 다음날부터 난치성 간질 등 후유장애를 갖게 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사례의 경우, 앞서 언급한 세 가지 기준이 충족된다고 판단하여 백신에 의한 부작용을 인정했습니다.
우선, DTaP 및 소아마비 백신 접종 후 24시간 이내에 이상증세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시공간적 밀접성이 인정되었습니다. 다음으로, DTaP 백신과 영구적 간질 발병과의 관련성은 명확하지 않았으나, 전문가의 증언이나 식약청의 자료를 기반으로 하였을 때, 백신에 포함된 치매로살과 같은 물질이 원고에게 악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판단하는 데 문제가 없었습니다. 또한, 여러 보고서와 CDC의 자료에서 DTaP 백신 이상 반응으로 발작, 영구적 뇌손상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인과관계의 성립을 경험칙상으로 추론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백신 접종 전 기저 증상 및 병력이 전혀 없었고, 이상증세가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이라는 구체적 증거 역시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 등이 고려되었습니다. 이러한 기준에 입각해 법원은 이상 증상과 백신 접종 사이의 상당 인과관계를 인정하였습니다.
결국 이러한 판단에서 쟁점이 되는 것은 두 번째 기준, 즉 ‘백신에 이한 부작용임을 이론적, 경험칙상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폐렴구균 예방접종으로 인한 안면마비 발병을 주장한 또 다른 사례를 보면, 이 두 번째 기준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판단되어 최종적으로 인과관계가 기각되었습니다. 이상 증상에 대해 이론적으로 설명 가능한 의학적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으며, 세계적으로 폐렴구균 백신과 안면마비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사실 등에 기초해 경험칙상으로도 인과관계를 설명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COVID-19에 대한 mRNA 백신 역시 이러한 기준에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이때, 어떤 자료들이 백신과 부작용 사이 인과성을 보여주는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확실한 기준이 확립되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21년 9월에는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았던 월경 장애가 같은 해 10월에는 백신 이상 반응에 추가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불명확성은 우리가 이미 수차례 이야기해 보았던 현대 과학의 불확실성에 기반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부작용인지를 판단하거나, 백신 자체의 안전성을 보증하는 과정에서 방법론적, 기술적 불확실성이 개입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즉, 이전의 사례와 달리 ‘과학적 이론에 기반한 측정’, ‘전문가 집단 내의 일반적 인정’이라는 판단 기준이 명확하게 적용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불명확성 때문에, 2020년 9월 기준 코로나 백신 부작용 피해 조사 심의건 1586건 중 인과성이 인정된 사례는 7건에 불과했습니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입중책임의 전환’에 대한 논의 역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일부는 이처럼 질병관리청에서 인과관계를 불인정하는 경우, 피해를 호소하는 일반 국민이 판단을 뒤집을 의학 근거를 확보하여 인과성을 증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따라서, 백신 접종 후 피해 발생에 대해 법원 분쟁이 일어날 경우 인과성 여부 입증책임을 질병관리청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주장은 실제로 감염법 개정안에 수용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이미 인과성 입증책임이 크게 완화되어 있는 상태이며, 입증 책임 전환 방안에 대한 정책적인 고려가 필요하다며 유보 및 반대하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은 mRNA 백신 기술을 포함한 의료보건 기술의 발전 외에도 다양한 사회적 논점들을 제공했습니다. 불확실성이 내재하는 분야에서 과학적 증거는 어느 범위에서, 어떤 기준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인지, 백신 접종으로 인한 부작용 문제에서 인과성 입증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인지,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에서와 같이 기술적 리스크가 있더라도 공중보건을 위해 예방접종을 장려한 경우 개인과 공동체의 이해관계는 어디까지 고려되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다양한 쟁점들이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제들에 대한 논의가 깊이 있게 이루어졌는가에 대해서는 조금 회의감이 듭니다. 아직까지 이들 논쟁은 현재 진행형이며, 명확한 방향성을 찾지 못한 듯싶습니다. 향후 더 많은 사회구성원들의 참여를 통한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이유이며, 우리가 코로나 팬데믹을 종료된 과거의 사건이 아닌 현재의 사안으로 바라보아야 할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