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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 to the Z Jul 29. 2024

에너지와 지속 가능성(1)

이러다가는 우리 다 죽어!: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01. 기후위기가 다가오는가?

2004년 개봉한 영화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를 아시나요? 영화 투모로우는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가 빙하기에 돌입하는 상황을 그린 재난영화입니다. 지금까지 기후변화를 소재로 한 다양한 영화들이 개봉해 왔지만, 상업적 흥행면에서 가장 성공한 영화는 투모로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지 않은 분이더라도 도쿄에서 거대한 우박이 떨어지고, 뉴욕이 홍수로 인해 물에 잠기고, 한기가 밀고 들어와 도서관이 얼어붙는 장면을 한 번쯤 보셨을 수 있을 겁니다.

영화 투모로우(2004) 중에서 이상 기후가 덮친 뉴욕.(서울신문)

투모로우는 과학적 사실보다는 극적인 요소를 강조한 픽션입니다. 재난 영화라는 장르적 특성상 과장된 요소가 많고 과학적 정확성은 다소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의 잠재적 위험성을 효과적으로 강조합니다. 그렇다면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는 왜, 어떻게 발생하는 걸까요?


현대 사회에서 에너지의 총 발전량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발전 방식은 화력 발전입니다. 한국의 경우 2022년 기준 석탄화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율이 39.7%에 달합니다. 화력 발전은 화석 연료를 연소시켜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메탄 등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합니다. 또한, 자동차 등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다양한 물품에서도 연소 반응이 일어나 온실가스가 만들어져 배출됩니다. 이러한 온실가스는 인위적인 온실효과를 일으켜 지구온난화와 기후 변화의 원인이 됩니다. 

온실 효과의 발생을 보여주는 모식도.(SBS 뉴스)

온실 효과란, 태양으로부터의 복사 에너지를 지표면이 흡수하고, 다시 대기로 방출한 에너지를 대기 중의 온실가스가 흡수 및 방출하여 지구의 온도를 유지하는 현상입니다. 사실, 이 온실 효과 자체는 자연적으로도 이루어지며, 또한 없으면 안 되는 효과입니다. 자연적인 온실 효과가 없다면 지구의 온도가 너무 낮아져 생명이 살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산업화 이후 일어난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의 급격한 증가는 비정상적인 온실효과의 증가를 일으켰고, 지구 온난화 및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인위적인 온실효과로 인해 발생한 지구 온난화는 극지방의 빙하 감소, 해수면 상승, 해양 순환 패턴의 변화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변화는 폭풍, 홍수, 가뭄 등 이상 기후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02.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위기인가 사기인가?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해보려고 합니다. 1958년, 찰스 데이비드 킬링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지속적으로 측정한 결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명확히 증명할 수 있었습니다. 이 관측 결과를 '킬링 곡선'이라고 합니다. 이후 기후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가와 지구온난화의 관계를 더욱 명확히 하고, 미래 기후 예측이 가능해지는 등 점차 대중의 관심이 증가하였습니다. 그러던 1988년, NASA의 제임스 한센이 미국 의회에 출석해 기후 변화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기후 변화 문제가 대중적으로 큰 주목을 받게 됩니다. 이에 따라 같은 해 유엔과 세계기상기구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을 설립했고, IPCC의 활동과 보고들은 지금까지도 환경 정책 전개의 중요한 토대가 됩니다. 이후 교토의정서와 파리 협정 등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여러 국제 협력 및 협약이 진행되었습니다.


교토의정서와 파리 협정은 대부분의 분들이 한 번쯤 들어본 적 있으실 겁니다. 그리고 최근 사회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최근 파리 협정에 대한 이야기를 신문이나 뉴스에서 보셨을 수도 있습니다. 바로 국제 정치 면에서요. 미국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선거유세 때부터 파리 협정을 탈퇴하겠다고 말해왔고, 2020년 실제로 공식적으로 탈퇴하였습니다. 트럼프는 “기후변화는 날조된 것”이라거나 “기후변화는 미국의 사업을 방해하려는 중국의 사기극”이라는 주장을 이어왔습니다. 이후 2018년에는 다소 입장이 덜 강경해졌음에도 “기후 변화가 사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인간 때문에 발생했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기후변화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없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 선언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오마이뉴스)

사실, 이러한 기후변화 '회의론'은 트럼프가 처음 주장한 것이 아닙니다. 이미 2000년대부터 롬보르 등은 기후변화가 상당 부분 과장되었고, 미래의 결과가 불확실하다고 주장하였고, 2007년 3월 8일 영국의 Channel4는 “지구온난화는 대형사기극”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송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이 의견이 분분한 이유는 0장에서 언급했던 과학의 불확실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기후변화를 우려하는 측은 과학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고,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은 과학적 불확실성을 기후변화 주장의 약점으로 보고 있는 것이죠.


대표적으로 미국의 대기물리학자 프레드 싱어의 사례를 살펴볼 수 있겠습니다. 싱어는 IPCC의 결론을 거부하면서 “온난화의 과학적 근거 가운데는 일부 사실도 있지만 불확실성도 많고, 단순한 무지도 있다"라고 주장했으며 나아가 "온난화의 과학적 근거는 너무 불확실해서 지금 당장 과감한 행동에 나설 이유가 되지 못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1991년 싱어와 리벨 회의에서도 싱어는 기후변화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다음 세기에 예상되는 섭씨 1도 이하의 평균 온도 상승은 통상적인 연간 변동 폭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임을 주장하면서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경고한 IPCC, 제이슨 위원회 등의 주장과는 사뭇 다른 의견을 펼쳤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이 불확실성을 논거로 기후변화를 우려하는 측의 주장을 반박하거나 혹은 그들의 조치에 대해 거부하는 입장을 밝히는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하지만 기후변화 긍정론자들 역시 그러한 불확실성을 충분히 인정해 왔습니다. 예컨대, 줄 차니를 중심으로 한 차니 평가단은 바다의 열흡수로 인해 기후변화 속도 예측이 불확실함을 시인하였습니다. 바다는 엄청난 열 관성을 가지며, 정확히 기후 변화가 얼마나 빠르게 일어날지는 바닷물의 혼합 정도에도 영향을 받고 있으며, 바닷물의 혼합도가 증가된다면 대기의 온도 상승도 느려질 수 있다는 것이죠. 특히 해양수 혼합이 충분하다면 예측되는 온도 상승이 수 십 년간 지연될 수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 점에서 기후변화 긍정론자들 역시 과학의 불확실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이를 명시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 중 이런 의문을 갖고 답답함을 느끼는 분들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구온난화가 문제라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

"도대체 기후변화가 일어난다는 거야 안 일어난다는 거야? "


이에 대한 답은 '알 수 없음'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확실히 알 수 없으니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한 양측의 의견을 균형 있게 받아들인다'는 태도를 취해야 할까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런 '균형 잡힌' 태도가 과학이 작동하는 방식에 어울리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A와 B가 자신의 의견이 맞다고 싸우고 있는 상황을 생각해 봅시다. 과학자들은 경험에 기반한 검증을 통해 각 의견 중 어떤 것이 맞고 어떤 것이 틀린 지를 판가름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이 중 하나는 남고 하나는 폐기되겠지요. 균형을 잡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태양이 동쪽에서 뜨지만 서쪽에서 뜬다는 의견도 들어볼 만하다”는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이니까요.


03. 기후변화 문제와 윤리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하나의 입장을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태양이 동쪽에서 뜬다"는 것과 달리 경험에 기반한 과학적 검증이 어려운 기후변화 문제의 경우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만, 윤리적 판단의 기준을 도입하는 것이 하나의 방책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존 가드너의 말을 빌리자면, 애초에 기후변화에 대한 논의는 윤리적이고 정치적인 논의일 수밖에 없습니다. IPCC는 자연과학, 기술과학뿐만 아니라 사회과학이 기후변화에 대한 의사결정에 중요한 단초를 제공한다고 말했습니다. 동시에 이때의 의사결정은 가치판단이라는 점을 명확히 합니다. 가령 1992년 제정된 유엔의 기후변화협약에 명시된 “평등”, “공통적이지만 차별적인 책임”, “개발도상국들의 특별한 필요” 등의 표현들은 의사결정 주체들의 가치판단 결과를 보여줍니다. 이는 넓은 의미의 도덕, 정치철학과 연관되는 것입니다.


기후 변화 문제는 여러 가지 윤리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중첩되어 있습니다.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은 “기후변화가 미래에는 환영받을 수도 있다”, “역사상 그래왔듯 기후변화 취약국의 경우 ‘이주’라는 방법을 택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세대가 기후변화로 인해 부담할 비용이 현세대가 온난화를 막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보다 적을 수 있다” 등의 주장을 합니다. 탄소배출을 줄이는 ‘완화’보다는 ‘적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인 것이죠. 같은 논리의 연장선에서, 롬보그의 경우, “유럽연합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 감축하자고 했지만, 그 성과는 지구온난화를 고작 2년 늦추는 데 그치는 반면 비용은 900억 달러 수준이 든다. 하지만, 이를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사용할 경우 30억 달러를 투자하면 8억 5천만 명의 인명을 구할 수 있고, 매년 2억 5천만 명의감염을 막을 수 있다.”며 영양실조나 에이즈, 공기 및 식수 오염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후변화에 무익하게 쓸 돈을 투자하면 훨씬 더 결과가 좋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기후위기 긍정론자들은 이러한 주장들을 비판합니다. 첫째로, 회의론자들의 이러한 주장은 현재세대와 미래세대의 잘못된 이분법에 기초한다는 것입니다. 기후변화가 미래의 시민들에게만 영향을 미치고 현재 시민에게는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있는데, 이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죠. 둘째로, 미래 세대에 과도한 리스크를 부담시킨다는 점을 비판합니다. 기후변화는 과학자들의 예측과 다르게 이루어질 수 있고, 우려와는 다르게 결과가 나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비용을 치르게 된다면요? 여기, 마시면 10%의 확률로 목숨을 잃게 되는 약이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여러분은 90%의 확률을 믿고 약을 드실 건가요? 기후위기 긍정론자들은 기후변화를 부정하고 대응하지 않는 것이 미래 세대에게 이런 약을 마시는 것을 강제하는 것일 수 있음을 지적합니다. 셋째로, 미래의 사람들에게는 정상적인 기후를 누릴 권리와 발전된 사회 및 경제 시스템에서 살아갈 권리가 모두 있음을 강조합니다. 즉, 현세대는 기후파괴를 야기하지 않고 사회와 경제를 발전시킬 의무가 있지, 이 중 하나를 다른 하나로 대체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04.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책: 환경기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앞서 언급한 트럼프와 같은 사례도 있지만, 현재 많은 사회 구성원들은 기후위기론에 공감하고 있는 듯합니다. 대다수의 국가들에서 기후변화를 중요한 문제로 지정하고, 여러 가지 대응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것이 환경기술 분야입니다. 환경기술은 청정기술, 녹색기술이라고도 부르며 지속가능성이 핵심입니다.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목표는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어 다양한 기술의 발전을 가져왔습니다. 생분해성 재료 및 소재로 대표되는 녹색 화학이나 환경오염 방지를 위한 폐기물 처리 및 정화 기술 등이 모두 해당됩니다.


이 중, 대표적인 환경 기술로서 빠르게 확장되고 있는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초점을 맞춰보려 합니다. 신재생 에너지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을 개발하고 이를 이용하는 기술입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태양광, 수력, 풍력 발전 등은 재생 에너지에 속하고, 수소 에너지, 연료전지 등은 신에너지로 구분됩니다. 이 중, 다음 2편에서는 다양한 재생 에너지를 각각의 특징과 장단점을 중심으로 알아보고, 3편에서는 수소 에너지의 현재와 발전가능성, 확장 등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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