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가 미래에 최대 전력 공급원이 된다고?!
01. 신재생에너지 = 신에너지+재생 에너지
"2025년 초, 재생 에너지가 전 세계 최대 발전원이 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22년 발표한 신재생에너지 연례보고서에서 자신 있게 내놓은 예측입니다. IEA는 재생에너지가 향후 5년간 이루어질 전 세계 전력 확대량의 90% 이상을 차지함으로써 2025년 초에는 재생에너지가 석탄 화력 발전을 추월해 세계 최대 전력 공급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나아가, 2027년까지 석탄, 천연가스 및 원자력 발전량은 감소하는 데 반해 재생 에너지 발전량은 점차 증가하여 전체 전력 생산량의 40%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재생 에너지란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많은 분들이 태양광 에너지나 풍력 에너지를 떠올리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네 맞습니다. 다만, 조금 더 정확한 이해를 위해 개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우선, 전 세계적으로는 Renewable energy, 즉 재생 가능 에너지라는 용어를 널리 사용합니다. 태양열, 태양광, 풍력, 수력 에너지 등이 대표적으로 속해 있죠. 그런데, 이 재생 가능 에너지는 국가마다, 기구마다 조금씩 다르게 정의됩니다. IEA가 가장 좁은 정의를 내리고 있고, 대한민국은 꽤나 넓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IEA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로써의 재생 가능 에너지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친환경 에너지, 자연 유래 에너지에 대응되는 범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것보다 조금 더 넓은 범위를 '재생 에너지'라고 부르며, 이와 별개로 '신에너지'라는 개념을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두 개념을 합쳐 '신재생에너지'라고 명명하여 재생 가능 에너지를 대신하는 용어로 사용해 왔습니다. 신재생 에너지는 우리나라에서 화력 발전 방식의 가장 핵심적인 대안이자 보완책으로 각광받아왔습니다.
02. 신에너지: 새로운 기술로 만드는 에너지
신재생에너지를 구성하는 첫 번째 범주인 신에너지는 기존 자원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더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을 말합니다. 신에너지에는 대표적으로 수소 에너지, 연료전지 등이 있습니다. 이 중 수소 에너지는 수소의 형태로 에너지를 저장하고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천연가스를 이용해 기체 상태의 수소를 만들면, 이를 연소시켜 발생하는 에너지로 발전기를 돌려 전기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수소 에너지는 또한 연료전지와도 깊이 연관이 있습니다. 연료전지는 연료가 갖고 있는 화학에너지를 전기화학적인 반응을 통해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방식입니다. 연료전지에는 연료와 산화제라는 두 가지 주요 구성 요소가 있는데, 각각은 전해질로 분리되어 있는 음극(연료 전극)과 양극(산화 전극)으로 공급됩니다. 여러 가지 정의가 있지만, 어떤 물질이 전자를 잃으면 그 물질은 산화되었다고 하고, 반대로 전자를 얻으면 환원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산화제는 산화 환원 반응에서 상대를 산화시키고 자신은 환원되는 물질을 말합니다. 즉, 음극에서 연료 분자는 전자를 잃는 산화 반응을 하고, 이 전자는 양극으로 이동해 산화제와 결합합니다. 이 과정에서 저자가 외부 회로를 흐르면서 전기 에너지가 생성되는 것입니다.
연료전지 중에서도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수소 연료 전지’는 음극에서 수소분자가 전자를 잃고 양성자로 분해되고, 양극으로 이동한 전자가 산소 분자와 결합해 물을 생성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수소 연료 전지는 발전 과정에서 공해가 없고, 터빈 발전 방식에 비해 에너지 효율도 높을 뿐 아니라, 자연환경에 따라 에너지 발전량이 들쑥날쑥한 재생 에너지의 불안정성까지 보완할 수 있어 미래의 청정 에너지원으로 높은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수소 에너지는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수소 자동차'입니다. 수소 자동차는 수소 연료 전지를 이용해 전기 에너지를 생성해 움직입니다. 수소 자동차에는 고압 수소 탱크가 있어 수소를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습니다. 여러 개의 연료전지가 모여 이룬 연료전지 스택에서 저장한 수소를 사용해 전기를 생성합니다. 생성된 전기는 전기 모터를 작동시키고, 전기 모터는 바퀴를 구동시킵니다. 이러한 전기 모터는 기존 내연기관보다 효율이 높고, 소음과 진동이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자주 비교 대상이 되는 전기차가 배터리를 충전하는 시간에 비해 수소차가 수소를 충전하는 시간이 훨씬 짧다는 점, 충전 방식이 간단하다는 점 등 역시 장점입니다.
이와 같이 수소 에너지는 저공해, 고효율의 에너지원으로서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손꼽힙니다. 그러나, 아직까진 여러 한계와 제약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수소 에너지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경제성입니다. 수소는 자연 상태에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양이 적어 수소 에너지 기술은 다양한 화합물 형태로 존재하는 수소를 분리하거나 생산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때 가장 유용하게 사용되는 것이 물인데, 수소는 물의 전기분해로 쉽게 제조됩니다. 그런데, 이때 문제는 이렇게 수소를 확보하고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비용이 너무 커서 수소 에너지를 이용할 경제적 유인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러한 경제적 요인 때문에 다른 분야의 공정 과정 중 부산물로 나오는 수소가 수소 에너지에 주되게 사용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부산물 수소의 양도 한정적이라서 경제성은 수소 에너지가 보다 더 상용화되기까지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또한, 물의 전기분해 등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 에너지가 필요한데, 이때 사용되는 에너지를 충당하는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쉽게 말해, 100만큼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수소 에너지를 활용하려고 하는데 수소를 만드는 데 100만큼, 또는 그 이상의 탄소 배출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선, 태양광 에너지나 풍력 에너지를 결합시켜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이 개발 중에 있습니다.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을 통해 전기를 공급하고, 공급된 전기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한다는 것입니다. 한편, 촉매를 이용해 수소 생산 효율을 높이는 기술에 대해서도 연구 중입니다. 대표적으로, 백금과 같은 전통적인 귀금속 촉매 대신 비용이 낮은 비금속 촉매를 개발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입니다. 또한, 빛을 이용해 화학반응을 촉진하는 광촉매를 활용하여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2020년대에 들어서는 생물학적 방법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에 대한 기술 개발 및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생물학적 수소 생산은 미생물이나 조류 등을 이용해 수소를 생성하는 방법입니다. 두 가지 방법이 주로 연구되고 있는데, 미생물 전기화학적 시스템(Microbial Electrochemical Systems, MES)과 바이오 광합성을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MES는 미생물이 유기물 등을 분해하면서 생성하는 전자를 수집하고, 이를 이용한 전기화학적 반응을 통해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입니다.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 등 다양한 기관 및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한편, 바이오 광합성은 광합성 미생물이나 조류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입니다. 이 분야 또한 많은 전문가들이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데, 그 결과물 중 하나가 2021년 이탈리아 바실리카타 대학교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연구진은 다양한 미세조류를 이용한 바이오 수소 생산기술과 그 응용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하였습니다. 또한, 논문은 미세조류의 생화학적 및 분자적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수소 생산을 극대화하기 위한 최적화 전략을 다루었습니다.
03. 재생 에너지: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변환시키다
이렇듯 수소 에너지나 연료 전지 등은 에너지원으로서 연료가 필요하고, 연료를 충당하고 확보하기 위해 꽤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와 달리 재생 에너지는 햇빛, 물, 바람 등 계속 사용해도 다시 자연적으로 재생되는 자원으로부터 얻는 에너지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태양광, 태양열, 풍력, 수력, 지열, 해양, 바이오, 폐기물 에너지를 재생 에너지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 중 대표적인 발전 방식들을 간단하게 살펴보자면, 우선 태양광 에너지는 태양 전지를 이용해 태양빛을 전기에너지로 직접 변환시키는 발전 방식을 말합니다.
태양광 발전 시스템은 태양전지로 구성된 모듈(module)을 포함합니다. 태양전지는 실리콘과 같은 반도체 물질로 주로 만들어집니다. 반도체 물질은 일정 수준 이상의 에너지를 받으면 자유전자와 그 전자가 있었던 자리가 비워짐에 따라 생기는 양공을 형성합니다. 태양전지의 경우 태양광에 있는 에너지가 자유전자와 양공을 형성하게끔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만들어진 자유전자는 전기장을 따라 이동하면서 전류를 생성합니다. 전자가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전류는 외부 회로를 통해 전기 에너지로 변환되어 우리가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한편, 태양열 발전은 태양으로부터 오는 빛을 흡수해 열에너지로 전환하여 사용하는 방법과 태양빛을 모아 열 발전 장치를 통해 전기를 발생시키는 방법이 있습니다. 우선, 주로 검은색 금속판으로 만들어져 태양열을 최대한 흡수하는 태양열 집열기가 태양열을 흡수합니다. 집열기는 흡수한 열을 열전달 매체로 전달하고, 이렇게 전달된 열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열은 그 자체로 난방, 온수 공급 등의 용도로 활용되기도 하고, 태양열 발전 시스템을 구동하는 데 사용되기도 합니다. 태양열 발전 시스템은 모인 열을 통해 고온의 공기, 수증기를 만들고, 이들이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입니다.
이와 같이 태양 에너지를 이용하는 발전 방식은 설치 비용이 비교적 저렴하고, 소음 발생이 없으며, 태양빛이라는 무한한 자원으로부터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사량에 따라 발전량 변동이 커 안정적인 전력 수급이 어려울 수 있고, 낮 동안만 발전 시스템 구동이 가능하다는 한계 역시 존재합니다. 또한, 태양광 발전의 경우, 아직까지는 태양 에너지양에 비해 실제 전력으로 변환되는 에너지의 양이 적습니다. 이러한 변환 효율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태양 전지의 효율 개선이 필요하고, 실제로 많은 연구진과 기업들이 보다 높은 에너지 효율의 전지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다음으로, 풍력 발전은 바람의 운동에너지를 기계적 에너지로 변화하고, 이를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입니다. 풍력 발전기에는 '블레이드'라고 하는 거대한 날개가 있습니다. 바람이 블레이드를 통과하면 블레이드가 회전하면서 바람의 운동 에너지를 회전 에너지로 변환합니다. 블레이드가 연결된 로터가 회전하면서 운동에너지를 모터에 전달하는데, 이때 로터의 회전속도가 충분히 빠르지 않기 때문에 증속기(Gearbox)가 필요합니다. 증속기는 로터의 회전속도를 높여 발전기에 적합한 속도로 변환합니다. 증속기를 통해 전달된 회전 에너지는 발전기로 가 전기 에너지로 변환됩니다. 발전기는 전자기 유도 원리를 이용해 회전 운동을 전기 에너지로 변환합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전자기 유도 원리란, 자석이 어떤 코일 근처에서 움직이면 코일을 통과하는 자기장의 양이 변화하면서 자속이 변하고, 자속의 변화에 따라 코일에 기전력이 유도되어 코일에 전류가 흐르게 되는 현상입니다. 발전기에서는 이를 이용해 자석이 코일 내부에서 회전하면서 자속을 변화시키고, 이로 인해 전기가 생성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기는 변압기를 통해 전압이 조정되고, 전력망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됩니다.
풍력 에너지는 바람이라는 무한정의 청정 에너지원을 이용한다는 장점이 있으며, 현재는 풍력 발전소를 통해 대규모 전력 생산에 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풍력 발전이 갖는 태생적 한계도 존재하는데, 대표적으로 설치 공간의 문제가 있겠습니다. 풍력 발전으로 얻는 에너지 양은 일반적으로 블레이드 직경과 풍속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풍력 발전 시스템은 넓은 설치 공간을 필요로 하며, 바람이 많이 부는 기후적 특성을 갖는 위치에 설치되어야 합니다. 또한, 태양 에너지와 마찬가지로 자연적 환경에 따라서 영향을 받기 때문에, 풍속 변동 등에 따른 발전량 변동으로 인해 전력 공급에 차질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음은 수력 발전입니다. 우리는 꽤 오래전부터 수력 발전을 이용해 왔습니다. 일례로, 물레방아를 이용해 곡식을 빻는 것은 수력 발전의 기본 원리와 동일한 메커니즘을 이용한 것입니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의 위치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변환하여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죠. 이때, 대부분 댐과 발전소를 이용하게 됩니다. 댐을 통해 물을 높은 위치에 저장하면 물은 위치 에너지를 갖게 됩니다. 저장된 물은 '펜스톡'이라는 경로를 통해 발전소의 터빈으로 유도되며, 이 과정에서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물이 이렇게 낙하하면서 물의 위치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변환되는 것입니다. 낙하하는 물은 터빈의 블레이드를 돌리고, 터빈은 물의 운동 에너지를 기계적 에너지로 변환합니다. 그다음 과정은 풍력 발전에서 살펴본 바와 같습니다. 터빈에 연결된 발전기가 회전하면서 전자기 유도 원리를 통해 전기 에너지가 생성되고, 변압기를 통해 전압이 조절된 전기가 전력망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되는 것이죠.
이러한 물의 힘을 이용하는 발전 방식이 또 하나 있습니다. 해양 에너지 발전은 바다에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생성합니다. 이는 해양의 조수, 파도, 해류, 온도차 등을 이용하는 기술로서, 어떤 요소를 이용하는지에 따라 조력, 파력, 해류, 온도차 발전 등으로 구분됩니다. 우선, 조력 발전은 밀물과 썰물에 의해 발생하는 바닷물의 위치 에너지를 전기로 변환하는 방식입니다. 적절한 위치에 댐을 건설하여 밀물 시 바닷물이 댐 뒤에 저장되고 썰물 시 저장된 물이 방출될 수 있게 하면, 이러한 물의 흐름이 터빈을 돌립니다. 터빈이 회전하면서 발전기를 통해 전기 에너지가 생성되는 것입니다. 한편, 파력 발전은 파도가 가진 운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는 방식입니다. 파도는 바람에 의해 생성되는 것이니 사실상 바람에 의존하는 발전 방식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파력 발전 시스템의 경우 파력 변환 장치를 포함하고 있는데, 여기에 파도가 닿으면 장치가 파도의 상하 운동에 의해 구동됩니다. 파력 변환 장치의 기계적 시스템이 움직이게 되면 기계적 에너지가 형성되고, 이는 다시 발전기를 통해 전기 에너지로 변환됩니다. 다음으로, 해류 에너지는 바닷속 해수의 유동인 해류의 운동 에너지를 이용합니다. 해류 발전 시스템에 속한 해류 에너지 변환 장치가 해류의 운동 에너지를 포착하고, 이때의 해류의 흐름이 터빈을 회전시키고 전기에너지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해양 온도차 발전은 해양 표면층의 온수와 심해 500~1000m 정도의 냉수와의 온도차를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따뜻한 표층수를 이용해 암모니아 등의 액체를 증기로 변환하고, 이 증기가 터빈을 회전시킵니다. 그러면 차가운 심층수를 이용해 증기를 다시 액체로 냉각시키고, 이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열에너지를 운동 에너지로 변환시켜 전기를 생산합니다.
이와 같이 물을 이용하는 발전 방식들은 다른 재생 에너지들에 비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댐 건설이 필요한 경우 댐 건설로 인해 환경이 파괴될 수 있고, 댐 건설을 위한 넓은 공간 확보가 필요하다는 점은 단점입니다. 또한, 해양 온도차 발전 등의 방식은 아직 높은 초기 투자비가 필요한 데 반해 효율이 낮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열 발전은 지구 내부에 존재하는 물, 마그마 등의 열에너지를 이용하는 발전 방식입니다. 지열 발전을 위해서는 우선 지열 자원이 풍부한 지역을 찾아내어 해당 지역을 지하 깊이 시추를 합니다. 이때 뜨거운 물이나 증기가 지표면으로 추출되는데, 이를 발전소로 이동시켜 터빈을 회전시킵니다. 그러면 터빈에 연결된 발전기를 통해 전기에너지를 생성하게 되는 것입니다. 지열 발전에는 세부적으로 몇 가지 유형이 있는데, 그중 현재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식은 플래시 증기 발전(Flash Steam Plants)입니다. 플래시 증기 발전소는 고온의 물을 지하에서 추출하여 압력을 낮춰 증기로 변환합니다. 이 증기를 통해 터빈을 돌려 전기를 얻고 터빈을 돌리고, 남은 물은 다시 지하로 재주입합니다.
지열 발전은 에너지의 원천이 땅속에 있는 만큼 태양열이나 풍력 에너지과 같은 재생 에너지와 비교해 날씨나 기후의 영향이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꾸준히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으며, 환경오염이 없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이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지열 발전은 전력 1 기가와트를 생산하는데 900㎡ 이하 면적으로도 충분하다고 합니다. 이는 다른 발전 방식과 비교할 때 토지 이용 관점에서 공간 효율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발전 시스템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지열 자원의 분포가 제한적이며, 초기 투자 비용이 높은 점, 상용화를 위해서는 아직 기술개발이 좀 더 필요하다는 점 등은 극복해야 할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04. 재생 에너지의 한계와 향후 에너지 정책의 방향성
여기까지 읽어보신 분들은 이미 아셨겠지만, 재생 에너지들은 몇 가지 공통적인 한계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앞서 살펴본 태양광, 태양열, 풍력, 해양, 지열 에너지 등은 모두 지리적, 지형적 특징에 의존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재생 에너지들은 대부분 벌전소를 건설할 때 자연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바다와 인접하지 않은 국가는 해양 에너지에 적합하지 않을 것이고, 지열 에너지 역시 지열 자원이 풍부한 특정 지역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경우에도 지리적 특성 때문에 태양 에너지나 풍력 에너지 등을 전력 생산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국토에서 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 태양광 패널을 깔 면적이 충분하지 않고, 풍력발전시설을 대규모로 짓기에 적당한 지역이 많지 않은 것입니다.
또한, 재생 에너지 발전 방식들은 공통적으로 개발 초기에 투자 비용이 많이 들고, 경제성이 낮은 편입니다. 나아가, 이러한 경제적 요인을 극복한다 해도 전력 불안정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재생 에너지의 전력 공급 문제를 잘 보여주는 것이 2021년 1월 독일의 전력망 불안정 사태입니다. 당시 독일은 적극적인 탈원전 정책을 실시하면서, 동시에 재생 에너지 발전을 크게 확대했습니다. 그러던 중, 극도의 한파가 오자 관련된 전력 수요가 증가하는 한편 재생 에너지의 출력이 큰 변동성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유럽 전체 전력망에서 큰 전압 변동이 발생했고, 독일을 포함한 여러 국가의 전력망 주파수가 급격히 낮아져 대규모 블랙아웃의 위험이 발생하였습니다. 여러 가지 비상조치를 통해 전력망을 안정화하는 데에는 성공을 하였지만, 이 사건을 통해 재생 에너지 확대에는 전력망 안정성 유지가 중요한 과제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서는 '에너지 믹스'가 중요할 수 있습니다. 재생 에너지 외에도 LNG, 원자력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균형 있게 활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재생 에너지 확대 정책을 진행시킬 경우 전력망 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전력망 관리와 저장 기술 개발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나아가, 현재 국제 사회에서 전력망이 상호 연결되어 있는 국가들이 많기 때문에 이러한 에너지 정책에 있어 국제적인 협력과 조율도 필수적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 세계 각국이 어떤 에너지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노력이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에너지 정책의 흐름을 알아보고, 앞으로의 에너지 문제가 다루어져야 할 방향성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