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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 to the Z Aug 12. 2024

우주와 인간(1)

'빵'하니까 '짠'하고 우주가 만들어졌다고?!

01. 우주의 기원: 빅뱅 이론

여러분은 어디에 살고 계신가요? 거주하는 동네를 말하는 분도 계실 테고, 도시를 말하는 분도, 대한민국이라고 답하는 분도 계실 겁니다. 좀 더 스케일을 키워보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는 지구에 살고 있고, 우리 은하에 있으며, 더 넓게는 우주에 존재합니다. 이렇게 규모를 키워가면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다 보면 우주의 광활함에 경이롭기도 한 한편, 나라는 존재가 참 작고 사소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수많은 존재들을 품고 있는 우주의 기원은 무엇일까요?


1) 우주는 언제 만들어졌을까?: 우주의 나이 추정

우주의 탄생에 대한 여러 가지 과학적 연구와 이론이 있지만, 현재 가장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빅뱅 이론'입니다. 우주에 딱히 관심이 없으신 분들이라 해도 '우주의 시작'과 관련하여 한번쯤은 들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빅뱅 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약 137억 년 전 생성되었습니다. 이렇게 추정한 데는 여러 가지 과학적 원리와 관측이 활용되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허블 법칙(Hubble's Law)을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에드윈 허블은 먼 은하들이 우리로부터 멀어질 때, 멀어지는 속도가 우리와의 거리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이를 허블 법칙이라고 합니다. 이때 은하의 후퇴 속도와 은하까지의 거리 사이의 비례 상수가 '허블 상수'입니다. 허블 상수를 계산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적색편이' 측정을 통한 방법입니다. 적색편이는 은하의 스펙트럼을 분석하여 측정할 수 있는데, (관측된 파장-원래 파장)을 원래 파장으로 나눈 값으로 정의됩니다. 이는 은하가 우리로부터 얼마나 빠르게 멀어지고 있는지를 나타냅니다. 즉, 각 은하 별 적색편이를 측정하고, 이 값들이 각 은하의 거리와 맺는 비례 관계를 계산해 허블 상수를 계산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허블 상수를 구했다면, 우주의 나이를 추정할 수 있게 됩니다. 만약 우주가 일정한 속도로 팽창해 왔다면, 허블 상수의 역수가 우주의 나이에 대한 근삿값이 된다는 것이죠. 물론, 실제 우주는 가속과 감속을 반복하며 팽창해 왔기 때문에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대략적인 토대는 될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실제 관측 결과와 부합하는, 보다 복잡한 우주 모형을 도입하여 더 정확한 값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빅뱅 이후 약 38만 년 후 형성된 빛의 잔재를 '우주 배경 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 Radiation)'라고 하는데, 이 복사의 특성을 측정하여 우주의 초기 상태와 진화 과정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측 및 분석 결과 등을 종합하여 계산한 결과, 약 137억 년이라는 값이 도출된 것입니다.


2) 우주는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 암흑 물질과 기본 입자, 표준 모형

우주의 구성요소는 크게 물질과 에너지로 구분될 수 있습니다. 이때 물질은 암흑 물질(Dark matter)과 일반 물질을 포괄하고, 에너지는 암흑 에너지(Dark energy)를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암흑 에너지에 대해서는 조금 이따 다뤄보도록 하고, 물질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우선, 암흑 물질은 우주의 질량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면서도 빛과 상호작용하지 않아 직접적으로 관측할 수 없는 물질을 말합니다. 대신, 암흑 물질은 중력을 통해 다른 물질과 상호작용합니다. 이로 인해 암흑 물질의 존재를 여러 가지 천문학적 관측 결과를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우주 배경 복사 분석, 은하단의 중력 렌즈 효과 등을 통해 암흑 물질의 존재를 추론할 수 있습니다. 각각을 간단히 알아보면, 앞서 언급된 우주 초기의 빛인 우주 배경 복사의 불균일성을 분석함으로써 암흑 물질의 존재와 우주 총질량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우주 배경 복사 데이터는 암흑 물질이 우주 질량의 약 27%를 차지함을 시사합니다. 또한, 암흑 물질은 질량을 갖고, 중력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암흑 물질이 존재하는 영역에서는 중력이 빛을 굴절시키는 중력 렌즈 효과가 관측됩니다. 은하단의 중력 렌즈 효과를 통해 암흑 물질의 분포를 분석하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관측과 분석으로 암흑 물질의 존재는 추정할 수 있지만, 아직 암흑물질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여러 가지 후보 물질들은 있지만, 아직 확실한 결론이 나지 않은 것이죠. 암흑 물질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은 우주론과 입자 물리학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현재에도 암흑 물질을 직접 확인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암흑 물질에 대한 미스터리를 풀게 되면 우주의 본질에 한층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한편, 우리가 직접 관측할 수 있는 우주의 구성 요소들은 일반 물질로 분류됩니다. 일반 물질은 '기본 입자'에 기초해 형성되었습니다. 기본 입자란, 현재의 표준 모형 하에서 우주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로, 더 이상 분해되지 않는 입자를 말합니다. 어떤 분들은 여기서 원자의 개념을 떠올리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면 유사하게 들리지만, 기본 입자들이 원자보다 훨씬 작은 단위라고 이해하시면 될 듯합니다. 

원자, 핵, 양성자(중성자), 전자와 쿼크 간 관계 및 크기 비교(고대신문)

기본 입자는 크게 쿼크(quark)와 렙톤(lepton)으로 나뉩니다. 1932년 중성자를 발견한 물리학자들은 원자가 중성자, 양성자, 전자로 구성된다고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1960년대 실험을 통해 원자를 구성하는 입자들이 예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에 물리학자들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기본적인 입자들이 더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실제로, 실험을 거듭하면 할수록 서로 다른 종류의 입자들을 더 발견하게 되었고, 그 수는 100여 개에 달하게 됩니다. 그러던 1963년, 머레이 겔만(Murray Gell-Mann)은 당시까지 발견된 100여 종의 입자들을 완벽히 설명할 수 있는 ‘쿼크’란 개념을 정립했습니다. 겔만이 제안한 쿼크의 존재는 1969년 미국 스탠퍼드 선형가속기연구소에서 전자를 가속시켜 수소 원자핵 안에 있는 양성자와 충돌시키는 실험 결과를 통해 확인되었습니다.


쿼크에는 6가지 종류가 있으며, 각각 고유한 질량과 전하를 가지고 있습니다. 업 쿼크(Up quark, u), 참 쿼크(Charm quark, c), 탑 쿼크(Top quark, t)는 +2/3 전하를 갖고, 다운 쿼크 (Down quark, d), 스트레인지 쿼크 (Strange quark, s), 바텀 쿼크 (Bottom quark, b)는 -1/3 전하를 갖습니다. 스트레인지 쿼크와 참 쿼크는 고에너지 상태에서 존재하며, 이보다 더 높은 에너지 상태에는 탑 쿼크와 바텀 쿼크가 존재합니다.


쿼크는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고, 두 개 이상의 쿼크가 강한 상호작용을 통해 결합하여 '강입자', 즉 '하드론(hardron)'을 형성합니다. 이때, 쿼크 간의 강한 상호작용은 일종의 접착제인 글루온(gluon)이라는 입자를 통해 매개됩니다. 하드론에는 두 가지 형태로 구분되는데, 각각 양성자와 중성자와 같은 '중입자(bayron)'과 파이온(pion)과 같은 '중간자(meson)'를 포함합니다. 예를 들어, 중입자의 하나인 양성자는 두 개의 업 쿼크와 하나의 다운 쿼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2/3의 전하를 갖는 업 쿼크 두 개와 -1/3의 전하를 갖는 다운 쿼크 하나가 합쳐져 양성자가 1의 양전하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반면, 중성자는 한 개의 업 쿼크와 두 개의 다운 쿼크로 이루어져 전체적으로 전하를 띠지 않게 됩니다.


한편, 글루온을 통한 강한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기본 입자를 '경입자', 즉 렙톤이라고 합니다. 대신, 렙톤은 포톤(Photon)을 통한 전자기 상호작용과 W, Z 보손을 통한 약한 상호작용에 참여합니다. 예를 들어, 베타 붕괴라는 과정에서 중성자가 양성자와 전자, 전자 중성미자로 붕괴되는데, 이때 약한 상호작용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렙톤에도 여섯 가지 종류가 있으며, 하드론이 아닌 전자나 중성미자로 구성됩니다. 렙톤은 세 가지 전하 입자와 세 가지 중성미자로 나뉩니다. 전자 (Electron, e), 뮤온 (Muon, μ), 타우 (Tau, τ)와 같은 전하 입자는 -1 전하를 갖습니다. 각각은 대응하는 중성미자를 갖는데, 중성미자는 전기적 전하가 없고 매우 작은 질량을 가지며 다른 입자와 상호작용을 거의 하지 않는 입자를 말합니다. 즉, 전자 중성미자 (Electron neutrino, νe), 뮤온 중성미자 (Muon neutrino, νμ), 타우 중성미자 (Tau neutrino, ντ)와 같은 중성미자가 존재하며, 이들은 0 전하를 갖습니다.


표준 모형. 6가지 쿼크와 6가지 렙톤, 4가지 게이지 보손, 힉스 보손으로 구성된다.(Maher Sami Seleh, 2021)

표준 모형은 이러한 기본 입자들과 이들 간의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이론적 틀입니다. 표준 모형은 쿼크와 렙톤뿐만 아니라 이들 간의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게이지 보손(gauge boson)'도 포함합니다. 게이지 보손은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강한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글루온(g), 전자기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포톤(γ), 약한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W와 Z 보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힉스 보손(Higgs boson)이 더해지면 표준 모형이 완성됩니다. 힉스 보손은 가장 최근에 존재가 알려졌는데, 2012년 유럽 입자 물리 연구소(CERN)의 대형 강입자 충돌기에서 발견되었습니다. 힉스 보손은 기본 입자들에게 질량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3) 우주는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우주의 팽창과 물질의 형성

이러한 기본 입자들은 지금 우주에 있는 물질들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빅뱅 이론에 따르면, 빅뱅은 우주가 매우 고온, 고밀도의 상태에서 급격히 팽창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초기 우주의 상태 중 중요한 시기가 '인플레이션' 단계입니다. 빅뱅 직후 10^-36초에서 10^-32초 사이의 시기를 인플레이션 단계라고 합니다. 이와 같은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우주는 급격히 팽창했습니다. 빅뱅 이후 1초 이내의 시기에는 쿼크가 결합하여 양성자 및 중성자와 같은 하드론을 형성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양성자와 중성자는 빅뱅 후 3~20분 사이의 시기에 서로 결합하게 됩니다. 이를 핵합성이라고 하는데, 우주의 온도가 충분히 낮아지면서 헬륨, 리튬과 같은 가벼운 원자핵이 형성된 것입니다. 빅뱅 후 약 38만 년이 지난 다음에는 우주가 충분히 냉각되어 전자와 원자핵이 결합하고, 그 결과 중성 원자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를 토대로 하여 이후 분자, 별, 은하가 형성되게 됩니다. 또한, 이 시기에 빛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되었고, 오늘날 이를 우주 배경 복사로 관측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때 우주는 특정한 위치에서 생성된 것이 아니라, 모든 공간에서 동시에 팽창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는 우주가 시간과 공간의 모든 점에서 팽창했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우주의 기원은 모든 곳에서 일어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우주는 현재에도 계속해서 팽창하고 있으며, 가속 팽창을 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1990년대 후반, 두 연구팀이 멀리 떨어져 있는 la형 초신성을 관측한 결과를 통해 우주가 가속 팽창 중이라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이러한 관측을 설명하기 위해 '암흑 에너지'라는 에너지 형태가 제안되었습니다. 일반적인 물질이나 에너지가 중력을 통해 우주를 수축시키는 것과 달리, 암흑 에너지는 음의 압력을 갖기 때문에 우주의 팽창을 가속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우주 생성 초기에는 물질(암흑 물질과 일반 물질)이 우주의 팽창을 지배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주가 팽창하면서 물질의 밀도는 줄어들었고, 암흑 에너지가 지배적인 에너지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암흑 에너지의 밀도는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아서, 물질과 달리 암흑 에너지는 우주가 팽창하더라도 동일한 비율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암흑 에너지가 우주의 팽창을 지배하게 되면서 가속 팽창이 일어나게 된 것입니다. 현재 우주론에서 사용하는 모형에 따르면, 암흑 에너지는 우주 전체 에너지 밀도의 약 68%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빅뱅 이론을 통한 우주의 기원에 대한 이러한 분석은 우주와 물질에 대한 기존의 이해를 크게 확장시켰습니다. 하지만,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들이 많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의 본질과 관련된 문제가 그러하고, 우주가 '왜' 빅뱅을 통해 생성되었는지에 대한 이유 역시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빅뱅 자체는 초기 조건과 물리 법칙에 의해 설명되지만, 그 이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왜 이러한 초기 조건이 존재했는지는 여전히 연구 중입니다. 아직 미지의 대상으로 남아있는 우주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경이롭고 신비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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