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세계, 우주를 탐사하다?!
01. 우주 탐사의 시작과 로켓 기술
온라인상으로나 편지와 같은 간접적인 통로로 사람을 만나본 적이 있으신가요? 상대에 대해 아무리 많은 정보를 얻는다 해도 실제로 만나보고 싶다는 열망을 잠재우기는 힘듭니다. 설사 화상 통화 등으로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어봤다 해도 말입니다. 우주라는 상대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비슷한 경험을 한 듯 싶습니다. 상대에 대한 파악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으니 실제로 만나보고 싶었던 것이죠.
이러한 열망은 우주 탐사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우주 탐사의 역사는 20세기 초 로켓 기술의 첫 실험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지구를 넘어, 우주로 탐구의 영역을 확장하게 된 것입니다. 초기 우주 탐사 노력은 주로 로켓 기술 개발에 집중되었습니다. 로켓 발사 기술은 로켓의 구조 및 각 부분들의 역할과 깊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로켓은 용도와 사용 목적에 따라 구조가 다르지만, 현재 가장 널리 활용되는 액체 로켓 발사체의 기본적인 구조를 통해 전반적인 구성과 원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로켓의 구성과 각각의 역할
우선, 로켓 맨 앞의 원뿔형 기수는 Nose cone으로, 이는 그 아래쪽의 탑재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로켓이 빠른 속도로 추진하게 되면 대기권 밖으로 나가기 전 심한 공기와의 마찰을 겪고, 이에 따라 가장 앞쪽에 위치하고 있는 인공위성 등의 탑재물들이 손상을 입을 우려가 있습니다. 때문에 공기 저항이 적은 원뿔형 구조를 이용해 공기를 갈라 탑재물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탱크부는 연료와 산화제가 들어있는 탱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지상 30km 정도만 되어도 공기가 희박해져서 연료 자체만으로는 연소가 불가능하고, 이에 따라 산화제를 함께 활용하여 로켓이 자체적으로 산소를 공급해줘야 합니다. 연료와 산화제는 배관을 타고 내려와 엔진부의 연소실에서 만나 연소하게 됩니다. 이때 연료 및 산화제가 빠져나갈수록 탱크부의 내부압력은 감소하고, 연소실로 배출되는 힘이 약화되는 문제가 생깁니다. 이에 대응해 로켓은 크게 2가지 기술장치를 활용하는데, 첫째는 가압탱크로, 탱크에 담긴 비활성기체인 헬륨가스가 연료 및 산화제가 나간 자리를 채워 처음과 똑같은 힘으로 연료 및 산화제가 빠져나가도록 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터빈을 이용해 터보펌프를 돌려 똑같은, 일정한 힘으로 연료 및 산화제를 분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연소실로 들어간 연료 및 산화제에 의해 가스가 발생합니다. 생성된 연소가스는 노즐을 통해 밖으로 배출되는데, 이로써 작용-반작용 힘을 얻게 되어 로켓이 추력을 얻게 됩니다. 이때 같은 추력일지라도 로켓의 무게가 가벼우면 로켓이 더 높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로켓은 여러 단을 이루어 만들어집니다. 점화 후에 1단의 연료를 다 쓰면 1단 로켓이 로켓 본체에서 떨어져 나가고 그 후 2단 로켓이 점화되는 방식으로 로켓을 가볍게 하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여러 장치가 필요 및 목적에 따라 역할을 합니다. 대표적으로, 로켓 발사 시 여러 제어를 담당하는 장치들이 있는데, 자세제어부는 여러 단의 로켓에서 1단과 분리된 후 2단, 3단 로켓의 자세 제어를 담당하는 부분입니다. 이곳의 가스제트 자세제어 시스템은 분리 이후의 로켓의 자세를 제어하는 장치로, 바람이나 공기 흐름의 이상으로 인해 틀어진 로켓의 자세를 반대쪽으로 가스를 분출해 바로잡는 역할을 합니다.
(2) 로켓 발사의 원리: 뉴턴의 법칙
이러한 로켓이 발사되는 과정에는 수많은 과학적 원리가 활용됩니다. 그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뉴턴 법칙입니다. 로켓 발사과정에는 뉴턴 1, 2, 3법칙이 모두 적용되고 있습니다. 우선, 뉴턴 1법칙인 관성의 법칙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발사대의 로켓은 중력과 수직항력이 평형을 이루고 있는 상태이다가, 이후 엔진이 점화되면 로켓의 추력이 형성되어 힘의 평형이 깨지고 로켓이 위쪽으로 이동하게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후 우주 공간에 들어선 이후에도 로켓에 가해지는 힘이 균형을 이루면 로켓은 직선으로 이동할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지구나 달과 같이 우주의 큰 물체 근처에 있을 때는 그 물체의 중력에 의해 힘의 균형이 깨지고 경로가 휘어지게 됩니다. 이에 따라 지구 표면에 평행한 경로로 발사된 로켓은 또 다른 외부의 힘에 의해 균형이 깨지지 않는 이상 행성 등의 궤도를 돌게 됩니다.
뉴턴 제3법칙은 로켓의 발사 과정에 가장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습니다. 작용-반작용 법칙이라고 불리는 제3법칙은 로켓 엔진에서 가스를 방출할 때 발사대에서 이륙되는 것을 설명합니다. 즉, 로켓은 가스를 밀어내고, 그 반대방향으로 가스는 로켓을 밀어내는 것입니다. 이때 외부 대기의 존재는 가스의 배출을 저해하거나 로켓의 움직임을 마찰로 방해하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대기가 없는 우주에서는 보다 작은 추력으로도 로켓의 이동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한편, 이러한 추력의 크기는 엔진을 통과하는 질량 유량(mass flow rate), 가스 배출 속도, 노즐 출구 압력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추력의 구체적인 크기는 thrust equation이라는 보다 복잡한 식을 통해 계산될 수 있습니다. (관심이 있는 분들이시라면 찾아보시길!)
마지막으로 로켓에는 뉴턴 제2법칙 역시 적용됩니다. 로켓은 추진체가 전체 무게의 70~80%를 차지하므로 시간이 갈수록 로켓의 질량은 점차 감소하게 됩니다. 로켓의 전후 운동량이 운동량 보존 법칙에 의해 같다는 사실과 로켓의 상대속도를 통해 연료 및 가스의 방출 속도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을 이용하면, 로켓의 질량 감소량과 상대속도의 곱이 로켓의 최초 질량과 속도 변화량의 곱과 같다는 관계식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양 변을 시간에 대해 미분하면, 연소 가스의 방출 속도와 연료 질량의 감소 속도에 비례해 로켓 가속도가 영향을 받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런 수식 관련된 내용보다는 이것이 어떤 쓰임이 있는지에 더 초점을 맞춰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뉴턴 제2법칙은 로켓 설계 단계에서 특히 유용하게 활용됩니다. 로켓이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나아갈 수 있으려면 시속 40250 km/h 이상이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속도에 효율적으로 도달하기 위해서는 뉴턴 제2법칙에 따라 큰 질량의 연료가 연소되고, 생성된 가스가 가능한 한 빠르게 로켓 외부로 빠져나가 로켓 질량이 빠르게 줄어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로켓이 발사되어 발사대에서 이륙하고, 이후 운동 방향 및 속도를 변화시켜 궤도에 안착하는 과정은 뉴턴 제1법칙에 따라 힘의 균형을 깨는 힘이 가해져야 합니다. 또한, 우주 공간으로 진입하기 위해 사용되는 추력은 로켓 엔진에 의해 생성되는데, 이러한 힘은 연소되는 로켓 연료의 질량과 가스가 로켓을 탈출하는 속도에 의해 결정됨을 뉴턴 제2법칙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뉴턴 제3법칙에 따라 로켓의 추력은 로켓이 가스를 밀어내는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서, 이와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여 로켓 발사의 동력이 됩니다.
02. 우주 경쟁 시대의 개막
로켓 기술을 포함한 우주 탐사 기술은 빠르게 발전했고, 이는 국가의 과학 기술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 역할했습니다. 우주 과학에 대한 국가 간 경쟁이 심화되었고, 이러한 흐름의 한가운데 있었던 것이 미국과 소련입니다.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미국과 소련 간 '우주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었습니다. 이 시기 양국은 냉전 시대에 있었고, 이 경쟁은 단순한 과학 기술의 발전을 넘어 양국의 정치적, 군사적 우위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써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양국은 우주 탐사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경쟁적으로 기술을 발전시켰고, 적극적으로 여러 프로젝트들을 진행했습니다.
1957년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한 사건은 본격적인 우주 경쟁을 촉발했습니다. 이 사건에 미국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기술우위를 확신하고 안주하던 국가가 후발주자의 기술에 충격받는 상황을 가리키는 '스푸트니크 모멘트'라는 말이 생길 정도였습니다. 충격 속에서 미국은 이후 국가 항공우주국(NASA)을 설립하고, 우주 개발에 대한 투자를 대폭 증가시키는 방식으로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이에 맞서 소련은 1959년 최초로 달까지 날아간 인공위성, 루나 1호를 쏘아 올렸고, 1961년 4월에는 보스토크 1호를 발사해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의 우주 비행을 세계 최초로 성공시켰습니다. 미국 역시 같은 해 5월에 앨런 셰퍼드를 우주로 보내 대응했고, 이후 양국은 더 긴 시간 동안의 우주 체류와 우주 유영 등 다양한 기록을 세우며 경쟁을 이어갔습니다.
여러 가지 분야의 성취 중에서도, 이 시기 우주 경쟁의 최대 목표는 달 착륙이었습니다. 이러한 목표에 먼저 도달한 나라는 미국이었습니다. 1969년 7월 미국의 아폴로 11호가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했습니다. 미국의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은 달 표면을 걸은 최초의 인간이 되었습니다. 이는 우주 경쟁에서 미국이 승리했음을 선언하는 사건이었으며,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우주 경쟁은 과학 기술의 급속한 발전을 이끌었습니다. 이 시기 개발된 우주 과학 기술들은 현대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당시 여러 언론들의 적극적인 보도를 통해 우주 경쟁의 양상과 흐름은 대중들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되었고, 결과적으로 국제 관계와 냉전 시대의 정치 역학에 있어서도 큰 의미와 중요성을 가졌습니다.
03. 우주 탐사의 확장
(1) 우주 정거장과 태양계 탐사
1970년대 이후 우주 탐사는 냉전 시대의 경쟁적 양상에서 벗어나, 보다 협력적인 방향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이 시기에는 우주 정거장 건설과 운영, 무인 탐사선을 이용한 태양계 탐사가 우주 탐사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1971년 소련의 살류트 1호 발사나 1973년 미국의 스카이랩 발사 등을 통해 우주 정거장의 시대가 개막했고, 미르 우주 정거장과 국제우주정거장(ISS)이 대표적인 성과입니다. 이러한 우주 정거장들은 우주에서의 장기 체류 실험과 무중력 환경에서의 과학 실험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때 특징적인 것은 우주에서의 국제 협력이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1975년 미국과 소련의 아폴로-소유즈 프로젝트가 우주에서의 국제 협력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고, 이는 국제우주정거장 등의 성과를 가져왔습니다. 국제우주정거장은 여러 국가가 참여하는 대규모 국제 협력 프로젝트입니다. 여러 국가들이 참여하여 공동으로 운영되며, 다양한 국적의 우주비행사들이 함께 생활하며 과학 실험 및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있어서 국제적인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 연구, 자연재해 모니터링 등을 위해 여러 국가들이 지구 관측 데이터를 공유하고 있는 것, NASA, 유럽우주국(ESA), 캐나다 우주국의 협력으로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을 개발한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한편, 1970년대 이후 세계 각국은 태양계 천체 탐사에도 박차를 가했습니다. 다수의 무인 탐사선들이 태양계의 다양한 천체들을 탐사했습니다. 바이킹 1호와 2호의 1976년 화성 착륙은 화성 표면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했고, 1977년 발사된 보이저 1호와 2호는 목성과 토성을 탐사하여 여러 가지 중요한 과학적 발견을 했으며, 1997년의 화성 패스파인더 임무는 화성 표면에 대한 더욱 상세한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이러한 탐사들은 많은 과학적 성과를 거두었고, 특히 화성 탐사의 경우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생명체 존재 가능성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1990년 발사된 허블 우주 망원경은 우주 관측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행성, 위성, 소행성 등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크게 확장시켰습니다.
(2) 우주 과학에서 경험한 실패와 한계: 챌린저 호 폭발 사건을 중심으로
그러나, 이와 같은 많은 성과와 발전을 이룬 동시에, 이 시기 우주 과학은 엔지니어링 실패와 과학의 한계를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1986년 1월 발생한 챌린저 호 폭발 사건입니다. 미국 우주왕복선 챌린저 호가 발사 73초 만에 폭발한 이 비극적인 사건으로 인해 7명의 승무원 전원이 사망하였고, 미국 우주 프로그램은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폭발의 주요 원인은 O링이라 불리는 고무 밀봉재의 결함이었습니다. 당시 케이츠 커내버럴 기지의 이례적으로 낮은 기온의 기상조건으로 인해 O링의 탄성이 상실되었던 것입니다. O링이 탄성을 상실함에 따라 연결 이음새를 제대로 막지 못하여 고체연료 부스터의 외벽 이음새에서 부식이 발생했고, 연료 대량 유출로 인해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챌린저 호 폭발 사고는 주로 ‘비윤리적인 경영자’와 '의사결정 과정의 결함', 그리고 ‘개개인의 윤리성’의 문제가 비극적인 결과로 이어진 사례로서 다뤄져 왔습니다. 우선, 발사 전날 NASA와 씨어콜 사가 진행한 원격회의에서 씨어콜 사의 엔지니어 로저 보졸리가 기온 저하에 따른 오링 오작동 가능성을 경고했으나 NASA 및 씨어콜 사의 경영진이 의견을 묵살하여 발사를 강행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즉, 기술적 결함이 사전에 인지되어 있었으나 의사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경영진과 일부 엔지니어들이 이를 무시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특정 개인을 윤리, 도덕적으로 비판하고 모든 책임의 소재를 돌리는 접근을 통해서는 사례를 사후적으로 고찰하는 데서 나아가기 어렵습니다. 본질적인 개선과 예방을 위해서는 구조적, 문화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관점을 택하는 대표적인 분석으로, 조직 문화와 생산 압박의 문화에 재앙의 원인이 있다는 해석이 있습니다. 당시 우주왕복선 프로젝트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던 NASA와, NASA와의 재계약을 앞두고 부담을 느끼던 씨어콜 사의 경영자 및 엔지니어들이 발사 일정을 맞추고자 급박하게 진행하여 기술적 결함이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분석은 개인의 책임을 약화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이는 의사결정을 만드는 작업장문화와 세부적인 담당 영역에 매진하는 엔지니어들의 일상에서 수용가능한 위험이 구성되는 방식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러한 해석에 기반해 공학윤리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입장에서는 피드백 메커니즘의 활성화, 이를 위한 열린 리더십, 개개인 엔지니어의 노력 등을 강조하면서 구조적인 차원의 개선을 요구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구조적, 문화적 원인들을 해결하고 이에 기반한 과학기술윤리를 확립하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이는 중요한 과제들이지만, 이것만으로 완전한 해결과 예방은 불가능한 이유는 우리가 앞서 몇 차례 알아보았던 과학에 내재되어 있는 불확실성 때문입니다. 고체연료 로켓부스터의 안정성을 중심으로 한 스페이스 셔틀 설계 및 제작 과정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해석이 실제 과학 활동 양상과 정합함을 알 수 있습니다. 부스터 설계를 둘러싼 논쟁에서 NASA의 경우 보수적 엔지니어링을, 씨어콜 사의 경우 실용적 엔지니어링을 지향했습니다. NASA는 로켓 발사 순간 연결부위가 열린다고 주장했고, 씨어콜 사는 열리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논쟁을 종결시키기 의해 물 분사 실험을 진행해 각자의 이론을 검증하고자 했습니다. 그 결과 20차례 압력 사이클에 노출하자 8번째부터 연결부위가 열리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이를 두고도 상반된 해석이 나왔습니다. NASA는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음을 입증하는 실험이라고 본 것과 달리, 씨어콜 사는 검사환경이 실제 환경보다 훨씬 가혹한 조건이었고 7차례까지는 문제없었기 때문에 충분한 안정성이 확보되었음을 보여주는 실험결과라고 해석한 것입니다.
발사 전날 이루어진 회의에서 O링에 대한 로저 보졸리의 문제제기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발사 예정일의 기온 예보는 영하 1.7도였는데, 기존의 24번의 발사 과정에서 이보다 낮은 영하 6.7도에서 잘 작동할 때도 있었고, 이보다 높은 기온에서 누출이 일어난 적도 있었습니다. 즉, 기온과 오링 안정성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에 더하여 설계 안전 여유 수치 내에서 부식의 정도가 포함될 것이며, 점화 후 0.6초만 견디면 안정성을 회복하기 때문에 수용 가능한 위험이라고 판단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주장과 해석은 모두 과학적 분석에 근거한 예측이며, 과학적 실험 결과를 기반으로 한 것이었습니다. 상반되는 의견이 모두 나름의 과학에 근거하고 나름의 합리성에 기반하고 있었다는 것이며, 위험의 수용 여부가 과학적인 판단 근거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죠. 단지 결과론적인 평가만 가능할 뿐, 과학기술이 가지고 있는 불확실성에 의해 당시에는 무엇이 맞는 것인지 쉽게 결정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현대의 거대 공학기술 시스템의 경우 이러한 예측불가능성이 더욱 심화됩니다.
사고의 발생 과정을 단순화한 상상을 통해 위험성이 없는 인공물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함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작동에 실패할 확률이 0.01%에 불과한 부품 100개로 이루어진 기술 시스템이 있다면 그것이 안전하게 작동할 확률은 0.9999의 100승으로, 약 99%입니다. 1000개로 이루어졌다면 약 90%가 되고, 10000개로 이루어진 시스템이라면 36.7%가 되는데,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함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수용 가능한 위험의 범위를 정하는 공학적 작업은 결함을 완벽히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필연적인 불확실성을 통제하려는 노력입니다. 복잡한 기술 시스템의 경우 사고 발생 후 그 원인을 짚어내기는 쉽지만 그것에 내재한 수많은 불안요소 중 어떤 것이 치명적 결함으로 이어질지 사전에 알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기술 시스템에 내재된 불확실성과 예측불가능성과 연결되는 것이 1장에서 제시한 대응입니다. 우리는 20세기의 보편적 과학관이었던 '단절된 과학', '완성된 과학'과 차별화되는 '네트워크적 관점에서 정치성을 갖는 과학'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때의 과학기술의 정치성은 사회의 각 행위자가 형성하고 있는 네트워크 상에서 관계를 맺고 있는 사회나 문화, 대중 등 여러 요소들과 상호작용하고 영향을 주고받는 것입니다. 어떤 유형의 위험을 얼마만큼 수용할 것인가의 문제는 불가피하게 정치적인 것이기 때문에 과학기술의 활용과 관련된 위험 또는 혜택에 관해 집합적 사고와 민주적 토론이 필수적입니다. 때문에 기술의 한계와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사회적 합의와 의사결정에 대한 대중 참여의 중요성 등에 초점을 맞추는 접근이 유의미할 수 있다는 것이죠. 우주 과학 기술 시스템은 이러한 관점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분야입니다.
04. 우주 탐사의 현재와 미래
여러 가지 사건들을 거쳐오며 변화와 발전을 거듭한 우주 탐사 과학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몇 가지 새로운 양상을 띠게 되었습니다. 현재 우주 과학은 달과 화성 탐사, 우주 관광, 소행성 채굴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때, 미국과 러시아 외에도 중국, 인도, 유럽 등이 우주 개발에 참여하면서 경쟁이 더욱 다각화되었습니다. 특히 미국과 중국 간의 새로운 우주 경쟁이 주목받고 있는데, 이는 21세기 전략적 경쟁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도 역시 우주 탐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인도우주연구기구(ISRO)는 달과 화성 탐사 등 대규모 프로젝트들을 수행해 왔습니다. 대표적으로 인도의 첫 화성 탐사선인 망갈라얀은 2014년 성공적으로 화성 궤도에 진입해 중요한 과학적 데이터를 수집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함께, SpaceX, Blue Origin 등의 민간 기업들의 참여로 우주 산업의 양상이 크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정부 주도의 탐사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들도 우주 탐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일례로, Blue Origin의 설립자이자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를 포함한 4명의 민간인을 태운 Blue Origin의 뉴 셰퍼드 우주선이 고도 100km 상공까지 발사 및 귀환에 성공했습니다. NASA와 SpaceX는 2030년대 화성 유인 탐사를 목표로 화성 표면 연구, 장기 우주 비행 기술 등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민간 기업들은 관련된 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우주 관광 등 새로운 산업 창출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미래에는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 등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천체들에 대한 탐사가 이루어질 것이고, 달과 소행성의 자원을 채굴하고 활용하는 기술이 더욱 발전함에 따라 우주에서의 장기 체류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또한, 극초음속 운송과 궤도 간 운송 기술이 발전하여 우주여행의 새로운 시대가 열릴 수도 있습니다. 물론, 장기간의 우주 비행으로 인해 발생하는 의학적 문제, 우주 방사선 문제, 원거리 통신 문제 등 많은 도전과제가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계획의 실현과 관련 기술의 발전은 우주 탐사 능력을 크게 향상할 것이고, 이는 우리의 우주에 대한 이해를 더욱 확장시킬 것입니다. 우주 탐사는 인류에게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제공하고 자원 혁신의 가능성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