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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Nov 16. 2024

반가웠어요 ^^

"어디야?"

"집이에요."


오후 송영을 마치고 집으로 출발하면서 남편이 전화를 했다.

"오늘 뭐 먹을까?"

"생각해 봤는데요. 청국장 어때요?"

"15분이면 도착할 것 같아."

"네, 준비하고 있을 게요."

"오늘은 스타벅스 가서 차도 마시자."

"네, 그래요."


집 근처에 있는 우리들의 맛집 식당에 갔다. 거의 20년 가까이 되었다. 비빔밥, 찌개류가 6천 원 정도인데(5천 원 하다가 올해에 올렸다.) 밥도 수북이 주고, 더 먹을 수 있고, 반찬도 매일 바꾸어서 4가지 종류, 더 갖고 와서 먹어도 괜찮다. 떡볶이와 김밥류를 같이 먹어도 8천 원 미만이다. 집에서도 가깝고, 도서관 근처여서 우리는 더 잘 가게 되었다. 조리하시는 분과 종업원 분과도 살가운 대화를 나누는 정도가 되어서 혼자서도 가끔 간다. 나는 꼭 두 사람에게 깍듯이 인사를 하고 온다. 


평소 같으면 도서관 주변의 올레길을 몇 바퀴 걷다가 소화를 시킨 후에 집으로 가는데 오늘은 스타벅스로 향했다. 




스타벅스 2잔 커피, 크림카스텔라 1개 쿠폰이 오늘까지라고 해서 남편과 집 근처에 있는 곳보다는 우리 도시 명소인 ○○산에 있는 스타벅스에 갔다. 카페모카와 화이트초코모카, 크림카스텔라를 주문하고 전망이 좋은 2층으로 올라갔다.


"어, 안녕하세요."

2층 입구, 널찍하게 앉을 수 있는 좌식마루에 반가운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한눈에 다 아는 사람들이었다. 일어나서 나에게 반갑게 인사를 한다. 나를 포옹하고 놔주지를 않는 시니어 직원부터, 반갑게 손을 잡아주는 직원들, 서로 얼굴을 내밀면서 어떻게 지냈느냐고? 정답게 묻는다. 


작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날 저녁에, 센터에서 직원들과 회를 시켜서 파티를 했었다. 그 이후로 오늘 처음 보는 것이었다. 

"너무 보고 싶었어요."

우리는 서로 보고 싶었다고 안부를 물었다. 시니어 직원 두 분이 오늘 마지막 날이어서 저녁을 같이 먹고 차를 마시러 왔다고 했다. 오늘 센터에서 어르신들 생신 파티를 하고, 어르신들께 생신 선물도 드리면서 시니어 직원 두 분에게도 선물을 줬다고 한다. 반가운 인사를 하고, 나와 남편은 창가의 다른 자리에서 티 타임을 가졌다. 같이 합석을 하자고 했지만 직원들끼리 오붓하게 티타임을 가지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그런데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1년에 1번 될까 말까 한 그런 날이 하필이면 오늘이었다. 나는 화장을 꼭 한다. 외출을 하든 안 하든, 나에 대한 하루 시작의 예의다. 그런데 오늘은 아침부터 괜스레 바빴다. 부산하게 바빴다. 건너뛰어도 될 것 같은 날, 그런 날이 오늘 하루쯤은 괜찮을 것 같았다. 


화장을 하지 않은 날, 그래도 나는 오늘 뿌리염색을 하려고 헤어숍에 갔다 와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마무리를 할 때 아이롱드라이를 해준 헤어디자이너 덕분에 헤어스타일이 엣지는 있었다. 


하의는 캐시미어 베이지 미디엄 니트 스커트(몇 전에 아울렛에서 90%로 4만 원에 구입하여 아주 입고 있다. 부드럽고 가볍고 따뜻해서 여름 외에는 입는다.), 상의는 이너로는 블랙 크롭 뮬라웨어를, 그 위에 버버리 베이지 카디건을 입고, 노스페이스 블랙 크롭 패딩베스트를 입었다. 그리고 블랙롱부츠를 신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후줄근하게 입고 있지는 않아서. 그래도 화장을 자꾸 신경이 쓰였다. 입술에 립밤도 립스틱도 바르지 않은 완전히 얼굴이었다. 비비크림 정도만 얇게 발랐다. 


하필이면 오늘 화장 안 한 날이냐? 나를 좀 탓했다. 오늘 하루, 실수한 날이네. 화장한 게 더 예쁜데. 오랜만에 보는 직원들이어서 출근할 때처럼 멋지게 보이고 싶었다. 


어둠이 깔린 창밖 가로등을 보면서 핸드백에 립밤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꺼내어서 살짝 발라보았다. 화장실에 갔다 온 남편이 직원들이 오늘 같이 하자고 했었는데, 자기는 괜찮다고 직원들끼리 하라고 했다고 한다. 두 분만 올해에 새로 오신 분이고 다들 예전부터 있었던 직원들이다. 


우리 센터는 한 번 입사하면 거의 몇 년씩 일한다. 퇴사한 이후에도 다시 연락이 와서 일하고 싶다고 하여 몇 사람이 다시 입사를 한 적이 있다. 식사비는 저렴한데(한 끼당 2천 원, 4천 원을 받는다. 아침 식사와 간식, 커피 및 차는 서비스로 나간다.) 식사가 아주 잘 나와서(매 끼당 단백질부터 영양식을 고려한 식사, 시골에서 농사를 지은 마늘, 고춧가루 등 양념을 사고 식육점에서 고기를 산다. 개원할 때부터 재료와 식단을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직원들부터 어르신들, 보호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주변에 입소문이 좀 났다. 


직원들이 일어선다. 나는 직원들께 가서 오늘 너무 반가웠다고 인사를 했다. 나를 만나고 싶어 했던 시니어직원과도 친밀하게 인사를 나누었다. 10년 출강했었던 학교에서 함께 일했었던 강사가 그분의 며느리이다. 요즘 근황도 들었다. 미술학원을 차려서 수강생이 많다고 한다. 


참 반가웠다. 나와 몇 년을 함께 동고동락했었던 직원들이어서 더 반가웠고, 직원들도 센터가 잘 되어서 좋다고 좋은 안부를 전해주어 더 반가웠다. 

"요즘 어르신들이 늘어서 힘들죠?"
"아니에요. 오히려 어르신들이 많아서 더 좋아요."

그 직원들이 있어서 나는 안심이 되었다. 모두들 마음으로 일해주는 직원들이다. 


뜻밖에 만났다. 어떻게 그렇게 딱 맞게, 그 장소에서 그 시간에 만날 수 있었는지, 참으로 행복한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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