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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들 Jul 22. 2024

정병러 일지 05

자살시도를 통해 알게 된 것 - 삶에 대한 의지 

 나는 한 번의 자살시도 밖(?)에 하지 않았다. 그리고 죽음으로 가는 낮은 확률을 통과하지 못하고 살아남았다. 이쯤 해서 내 직업을 밝혀야 할 것 같다. 실은 나는 의사다. 병리의사. 대개 병리의사가 된 사람이 법의학을 하게 된다. 따라서 병리의사가 되는 과정 중에서는 법의학을 위해 부검이라는 과정을 훈련받는 기간이 있다. 


 자살 시도에 실패하여 응급실로 실려 온 사람들, 자살 시도에 성공하여 부검대 위로 실려온  주검들을 나는 보아왔다. 목을 매다가 실패한 채로 응급실에 실려와서 자신이 살아남았음을 알고 울부짖었던 청년의 울음소리가 귀에 쟁쟁하다. 아주 낮은 확률이지만 그 확률을 뚫고 죽음이라는 세계로 간 사람들을 부러워한 때도 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나의 자살 시도는 실패로 끝이 났는데 내가 느낀 것은 안도감이었다. 살아 있다는 감각이, 그것도 후유증 없이 멀쩡히 내 발로 병원을 걸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 줄 몰랐다. 물론 직장에서는 잘렸지만 말이다. 어쨌든 자살 시도에서 살아남은 것은 신이 나에게 주신 기회였다. 또다시 병이 심해져 그 순간을 잊었던 때도 있지만 말이다. 지금도 가끔은 충동이 일곤 한다. 그러면 약을 먹고 주변에 알리고 도움을 구한다. 친구들은 대개는 내 말을 잘 들어준다. 그들이 믿는 신에게 기도해 준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 깃대어 살아간다. 내가 죽고 싶을 때 그때 나는 내가 얼마나 살고 싶어 하는지 똑똑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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