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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 5일, 우리 집 안방은 갑자기 ‘고야미 호텔’-4

썸 타는 여울과 난이

by 화우

4박 5일, 우리 집 안방은 갑자기 ‘고야미 호텔’-4

썸 타는 여울과 난이


손님 냥이들이 우리 호텔에 머문 지 벌써 4일째.
내일 저녁이면 드디어 집으로 돌아간다.

그래서인지, 희나는 아침부터 자기 케이지 안으로 쏙 들어가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기사님, 집으로 가는 딜리버리 언제 출발이죠?”

틈을 타 안방에 들어온 여울이는
어제와는 달리 하악질도 안 하고,
방을 한 바퀴 ‘감독관’처럼 휙 둘러보고
손님 사료를 아주 맛있게 먹고는 휙 나갔다.

“웅… 이 집 손님용 사료가 더 맛있네?”
완전 상뇨자 모드.

그런데 오늘은
난이를 보고도 하악질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둘이 얼굴을 가까이 대더니
뽀뽀라도 할 기세?!

어제까지만 해도 하악 난투극이었는데, 오늘 이 분위기 뭐죠?
연애 시작인가요?

잠시 후 여울이는 “너무 쉬우면 재미없지”라는 듯
휙 나가버렸다.
역시 상뇨자, 밀당의 대가다.

외출 후 돌아와 보니…
여울이의 소중한 ‘집 두 채’가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희나는 지붕 위에 올라가 있고,
난이는 방석 안에 터 잡아 눌러 앉아
집 골조가 무너질 판.

“야들아, 집 부서지면 재건축하고 가라!”

어젯밤도 난이는
혼신의 구슬픈 발라드를 밤새 불러댔다.

“엄마아아… 집사야아…(잔향)”

호텔 주인은 고객 컴플레인(=이웃 민원)이 걱정돼
결국 안방 문을 열어줬다.

진짜, 이래서 호텔 주인을 누가 하냐.
잠을 못 자서 죽겠다.

새벽에 보니,
난이는 온 거실을 헤집고 다니며 소변테러까지..흑흑
무언가를 열심히 찾고 있었다.

“엄마… 어디야…”

그 모습을 보며 주인은 속으로 외쳤다.
“조금만 참아라. 오늘 저녁이면 간다.”

희나는 어디 갔나 싶어 한참을 찾았더니,
캣타워 제일 높은 곳에서 떡하니 누워 있었다.

여울이가 항의하러 올라가도,
희나는 꼼짝도 하지 않고
캣타워 위를 한 바퀴 빙 돌며
“여기 내 자린데? 문제 있어?”
하는 표정을 지었다.

여울이는 몇 번 하악질하다
‘오늘까지만 참는다’며 후퇴했다.

"물에 빠진 고양이 구해줬더니 츄르 내놓라는 격이군." 냐옹

희나는 잘 먹고 잘 돌아다니고 하악질도 잘한다.

난이는 유순해서 조용히 있지만
먹지도, 마시지도, 자지도 않고
밤새 울며 주인장만 탈진시키고 있다.


그래도 이제 호텔주인이 주는 사료도 받아먹고

둘이 한집에 의지해 있는 모습에 맘이 스르르 녹는다. 너희들 나랑 친해진거 맞제?



호텔 주인은 낮에 보충잠을 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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