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한 사람의 등장
무더위가 막 찾아오려던 6월 말, 나는 그와 처음 만났다. 그와 대화를 조금 하고 나니 느껴지던 감정은 ‘익숙함’이었다. 나와 너무 비슷한 사람이기 때문이었을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익숙함에 더불어 편안함까지 느껴지던 첫 만남이었다. 그는 나와 똑같이 인천에서 나고 자랐다고 했다. 우리는 함께 학창 시절 인천에서 겪은 에피소드들을 풀었다. 너무 공감이 됐고, 너무 웃겼다. 한 달치 웃음을 다 웃은 듯했다. 그와 먹은 음식은 모두 맛있었고, 마신 술은 정말 달았다. 술을 조금 마신 우리는 말을 편하게 하기로 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 무색하게도 말은 너무나도 자연스레 놓아졌다. 그날 그와 함께한 모든 것이 자연스러웠다.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은 뭐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나도! “
이 대화를 시작으로, 우리는 서로의 취향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와 나는 정말 쌍둥이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똑같은 취향들을 가지고 있었다. 너무나도 신기한 경험이라서, 평소의 나라면 절대 하지 않을 제안을 했다. “네 컷 사진 찍으러 갈래?”
그와 헤어지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나는 ‘오늘 잠 잘 자겠다.’라고 생각했다. 글쎄,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몰랐었는데, 지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그건 내 마음속에서 무언가 시작되고 있다는 신호였다.
훈아 안녕, 반가워. 앞으로도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