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직전 탈출한 어느 직장인의 이야기
소시오패스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타인의 감정을 무시하고, 죄책감 또는 수치심이 결여되어 있으며 타인을 조종하는데 능수능란하다. 매우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에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면 거짓말은 기본으로 탑재되어 있다. 소시오패스는 상대방을 죽음으로 몰고 갈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인격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다루기 어렵고 관계 맺고 지내기 굉장히 힘든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주위에 이런 소시오패스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구별법을 알고 싶다면 이런 종류의 장애를 가진 상대를 관찰할 수 있어야 하고 그들의 행동과 말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물론이다. 그들은 수치심이 결어 되어 있다. 그래서 비도덕적인 행동을 하고도 전혀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다. 따라서 폭력적인 언행을 하거나 타인에 대한 행동에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 등의 부도덕하고 비양심적인 행동을 아무 부끄럼 없이 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사람을 조종하는 데 양심의 가책을 전혀 못 느끼기 때문에 바상식적인 일도 개의치 않고 쉽게 할 수 있다.
무역사무원 근무시절 직속 상사는 전형적인 소시오패스였다.
그 사람의 행동은 마치 1:1 공식처럼 모든 예시가 딱딱 들어맞았다. 꽤 오래 가스라이팅을 당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나 자신을 탓하거나 내가 너무 예민해진 탓인가 싶어 나의 문제를 먼저 찾으려 했었다. 하지만 업무 인수인계 해주던 전임과 연락이 닿으면서 모든 문제는 이 소시오패스의 계략때문임을 알게 되었고 나는 그냥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그랬다가는 억울한 내 삶이 숨이 막히고 답답해 미칠 노릇이었다. 적어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낱낱이 밝혀내고 싶었다.
소시오패스는 위에서 설명한 대로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상처에 무심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들 중에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도 꽤나 있다. 상처를 주는 방식은 오로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타인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지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또한 소시오패스는 동물학대를 일삼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행동에 대해 수치심을 갖거나 잘못된 행동이라는 생각을 아예 못하기 때문이다.
상사의 이야기로 다시 넘어가 보겠다.
나의 소시오 상사는 개와 고양이를 혐오했다. 뿐만 아니라 개와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도 그 이상으로 혐오했다. 내가 고양이를 키우는 걸 알면서도 왜 고양이를 키우냐고 한두 번 뭐라 한 것이 아니다. 나는 속으로 당신이 뭔데 남의 집 반려묘까지 키우라 마라 간섭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무시했다. 그랬더니 별 사소한 것을 가지고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회사 사무실 청소를 하라는 소시오 상사의 지시가 떨어졌는데, 결국 그 청소라는 짓거리를 나 혼자 하게 되었다. 현관문 닦아라, 테이블 닦아라, "사무실에 손님들 오시면 내 얼굴이 화끈거리고 창피하다" 등등 온갖 짜증은 다 부리면서, 결론은 나보고 청소 좀 하라는 것이었다. 바보같이 순진한 쫄따구인 나는 시키는 대로 청소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집먼지진드기에 알레르기 증상이 있는 나는 결국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호흡이 힘들어졌고 상비약으로 챙겨 둔 의사에게 처방받은 항히스타민제 복용 후 겨우 나아졌다. 그런 나에게 소시오 상사는 이런 말을 했다.
"나 같으면 그 개나 고양이 벌써 다 갖다 버렸지. 그런 걸 왜 키워? 그런 거 키우니까 이렇게 청소 하나 제대로 못하게 몸이 나빠지지!"
아니, 내가 알레르기 있는 게 왜 반려동물을 키우기 때문이라는 건지, 그런 발상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었지만 대답조차 하기 싫어 눈도 마주치지 않고 나는 미친 청소나 열심히 했다.
소시오패스의 특징 중 내가 겪은 특징은 바로 거짓말을 지속적으로 떳떳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하면서 안정감을 느끼고 오히려 진실을 말할 줄 모르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거짓말이 익숙한 사람들이다.
게다가 자신의 과거에 대해 거짓으로 묘사하거나 위장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하지만 그들의 말을 잘 듣다 보면 반드시 모순되는 부분을 찾을 수 있다. 또한 자신의 거짓말을 믿게 하기 위해서 어떠한 고생도 마다하지 않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고생이라기보다 자신만의 철저한 알리바이를 구축하는 거라고 봐야 무방하다.
이렇게 다수의 소시오패스들은 자신의 거짓말과 거짓된 행동을 진실이라고 믿는 망상을 겪고 있어서 오히려 주변에 알려지지 않은 완벽(?)한 소시오패스에게 지속적인 가스라이팅을 당한 피해자가 정신이상자로 몰리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나의 경우가 그에 해당된다.
그들은 거짓말을 하고 남을 잘 속이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마치 자신이 문제의 원인이라는 생각을 가지도록 조종한다. 전문용어로 이것을 '투영'이라고 칭하는데 이것은 소시오패스의 특징 중 하나이다.
나의 소시오 상사도 이와 동일했다. 회사의 공금횡령, 부하직원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공황장애 증상이 발현되도록 괴롭혀놓고도 전형적인 소시오패스의 증상, '남 탓하기'를 아주 능수능란하게 잘 해냈다. 자신이 한 거짓말이 폭로되자 진실을 밝힌 나에게 오히려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모든 죄를 부하직원에게 덮어 씌우고, 정신이상자라는 오명을 씌우기까지 했다.
이것은 전형적인 소시오패스의 특징 중 하나인데 '미치게 하기' 수법이다. 미칠 것처럼 사람을 궁지에 몰아넣고 마치 상대방이 미치광이인 것처럼 만들어버린다.
어느 정도 증거를 수집한 후 나는 노동부에 녹취기록까지 담아 소시오 상사의 만행을 고발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위조된 서류와 정신이상자라는 낙인뿐이었다. 신고를 한 내가 말이 통하지 않고 소통의 어려움이 있어서 벌어진 문제라고 일축하며 특유의 그 능수능란한 거짓말로 모든 신고는 물거품이 되었다.
피해자의 불안감은 오히려 소시오 상사에게 마음만 먹으면 다 조종할 수 있다는 힘을 주는 강한 에너지나 다름없다. 소시오패스 상사는 나를 위협하기 위해 차갑고 초점 없어 보이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내가 느끼는 불편함과 긴장감에 대한 죄책감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사람이었다.
연구에 의하면 소시오패스는 불안을 느끼는 충격적인 이미지나 그런 환경에 노출되어도 불안감을 나타내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소시오패스의 또 다른 특징은, 처음에는 소울메이트처럼 다가온다. 마치 가장 좋은 사람을 얻게 된 것처럼 만들기 위해 가면을 쓰고 다가온다. 이것은 나를 고립시키고 싶어 하는 소시오 상사의 계략이었다.
처음에는 나와 내 일에 대해 열과 성을 대해 도와주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하지만 그것은 먹잇감을 사냥하기 위해 욕구나 소망에 꼭 맞는 가면을 쓴 늑대였다. 마치 그 상사 외에는 아무도 주변에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식으로 지속적으로 가스라이팅 했고, 순진했던 나는 잠시 잠깐 정말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이것은 모든 계획을 자신에 맞게 짜 맞춘 하나의 작전에 불과했고 오직 자신의 말만 듣도록 노예를 하나 만들어 놓은 것뿐이었다.
나는 달아나야만 했다.
다음 편에 이어서 내가 어떻게 달아날 궁리를 했는지 적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