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같은 일상
누군가 만약 당신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내게 물어본다면… 나는 아마 로또에 당첨되거나 큰 집을 샀거나 크나큰 명성을 얻었을 때를 회상할 것 같지는 않다.
첫 아이의 첫걸음마, 내 아이들과 깔깔대며 배꼽 잡으며 웃었던 기억, 첫눈이 내리던 아침 뽀득 거리는 그 발자국 소리, 추운 겨울 길가에 울려 퍼지던 캐럴송과 따듯한 군고구마. 퇴근길 지하철 사랑하는 연인의 반가운 문자메시지. 케케묵은 오래된 사진 속 젊고 아리따웠던 우리들의 추억. 부모님의 젊은 시절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던 나도 그 시절을 지나고 있다는 사실. 일상이 선물 같다는 기적.
저 멀리서부터 저물어가는 저녁노을과 그 고요함이 나를 위로하며 잔잔한 감동으로 나의 불안을 잠재운다. 그리고 다시 둘러보라며 이미 내 안에 있는 일상을 감사의 자리로 옮겨둔다.
지나면 괜찮은 것을 힘들다 버겁다 하며 발버둥 치며 지내온 내 과거가 숨 막힌다며 달아나고만 싶었지만 또 살아내고 나니 그것 또한 기억해도 괜찮은 내 삶이려니 인정하는 법을 배운다. 겸손을 내 마음에 들여놓기가 준비 안 된 이별을 인정하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라는 사실을 삶으로 깨닫는다.
매일 봐도 예쁜 노을처럼 매일 아름다운 내 인생길이길… 그리고 매 순간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길 기도한다.
그래도 로또라도 당첨되면 나를 겁주는 경제적 속박을 한 짐 덜어낼 수는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