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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7월 마감일의 생산성 집착 기록

by 송건호

나는 자주 돈을 내고 일을 맡기면서도 화가 나곤 한다. 클라이언트는 그런 과정을 모두 겪지 않고, 필터링하고 완성된 결과와 협업 시스템만을 깔끔하게 얻어가면 된다.


시간은 정말 귀하다. 상대 대표님이나 이사님들의 커뮤니케이션 시간을 얻는다는 건 그것만으로 매우 비싼 투자를 받는 일이고, 그래서 그 옛날 엘리베이터 일분 스피치 같은 게 생긴 것이기도 하다. 나는 나름대로 서로의 ROI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과정 안에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간다.


에이전시 업종, 실력과 서비스를 모두 갖춰야 하는 분야에서 기업 프로젝트를 얻어내는 일은 정말 녹록치 않다. 나는 작품 빚듯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는 마음, 인하우스 아이덴티티를 대행 에이전시 조직/시스템에 이식하는 일을 몇년째 해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는 사람을 얻기 위한 포용력과 리더십도 중요하고, 너스레와 친화력도 중요하고, 성과에 따른 보상 시스템을 윈윈 조건으로 만드는 협상력과 커뮤니케이션 스킬도 매우 중요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거를 사람을 단번에 알아보고 걸러내고, 최대한 주변 인프라를 통해 새로운 인력과 팀을 셋업하는 역량이 필수임을 많이 느꼈다.


조직은 어떤 떡잎 좋은 뿌리로 인해 스케일업을 하기도 하고, 아주 작지만 썩은 DNA로 인해 망가지기도 한다. 거기에 사람이 있다. 클라이언트 프로젝트 성과라는 목표 하나를 두고 시스템을 최적화 했을 때, 그 기준에서 실력이나 태도 (약속 준수, 납기 준수, 스펙 준수)가 맞지 않은 사람은 빠르게 드랍시켜야 하고 그 자리를 누군가가 바로 대체하며 연속성을 띄어야 한다.


사람은 간사해서 자신의 대체재가 없다고 착각하면 오만해지고 평가가 두려우면 변명과 정치를 만든다. 사람은 나약해서 협업 구조의 R/R을 애매하게 붙여 놓으면 서로의 힘을 불필요한 잡음에 쓰기도 한다. 객관성을 잃고 계속 무언가 얻어내려고만 하거나, 누군가의 돈과 시간을 투자 받는 가치에 대한 무게감을 알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나는 내가 얼마를 벌든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지 않았으면 한다.


해그로시 프로젝트도 클라이언트에게 늘 그랬으면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클라이언트에게 받은 돈들로 내부의 시스템을 다지고 잡음을 없애며 필터링하고 대신 화내고 대신 다독이고 알려준다. 이 지난한 여정도 경험이 계속 쌓이면서 여유가 되고 단단한 구조가 되고 있다. 사람을 얻는 일은 참 귀하면서도 덧없는 것 같다.


하루에 정말 많은 일을 한다. 잡일도 있겠지만 우선순위를 가르기 어려울 정도로 여러 프로젝트가 돌고 있고, 나는 수많은 컨펌을 해야 한다. 클라이언트 사의 대표님, 이사님, 팀장님들도 다 같은 입장일 것이다. 그러니 늘, 뱉은 약속만 지키고 역지사지만 잘 하면 된다. 늘 그렇듯 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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