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를 떠나고 2년의 시간을 계획했고, 다시 돌아오는 것까지는 실행했다.
2023.10.25 귀국
2025.10.26 출국
내 루트는 인천에서 멕시코 시티, 시티에서 메데진이었고, 경유지에서 6시간 40분 대기를 했다.
마침 멕시티에 아는 분이 있어 공항으로 마중 나와준다고 했다. 덕분에 혼자 심심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14시간의 이코노미는 참 쉽지 않았다. 모두가 자는 시간에 옆자리 분은 좌석 불을 켜고 책을 읽었고, 앞좌석 멕시칸은 뒤로 바짝 누워있고, 내 좌석은 바로 뒤가 화장실이라 더 넘길 수도 없고 여러모로 최악이었다.
본래 출발 전부터 장염에 맹장염이 의심되어 조영제 주사 맞고 ct까지 찍고, 온 터라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래도 멕시코 공항에서 밥이랑 커피까지 멕여야 한다며 이것저것 시켜줘서 최대한 튀긴 거 빼고 건강해 보이는 것들로 주문해서 먹었다.
할로윈이나 망자의 날 시즌이 10월 말이라고 한다. 본래 그런 걸 챙겨본 적이 없던 터라 모르고 있었는데, 이번 주 금요일에 행사가 몇 있을 거라고 했다.
멕시코 공항에 세면대는 다 이런 식인데, 수도꼭지에 달려있는 저 쇠막대를 눌러야 물이 나온다. 굳이 이렇게 불편하게 설계했어야 했나 싶다. 국제공항이라고 하지만 멕시코에 왔다는 걸 화장실만 봐도 후각과 시각적으로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저녁 7시 다시 비행기를 탔다. 4시간 비행이라 14시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마저 들었다.
출국 하루 전날 짐 챙기느라 늦게 자고, 14시간 동안 한 30분 정도 쪽잠을 자고, 경유지에서도 7시간 깨어있다가 마지막 4시간 비행 동안 자야지 했는데 1시간 만에 깨버렸다. 그리고 계속 졸리지만 잠은 못 자는 피곤한 상태가 지속되었다.
1시간 자고 일어나니 멕시티에서 과테말라를 지나고 있었다. 가본 몇 군데 지명이 눈에 띄었다. 몇 번 가봤다고 이젠 중미를 더 탐험해 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무섭다고 하는 곳도 다 가볼 수 있을 것만 같다.
드디어 도착한 메데진 공항
멕시코 가는 비행기는 만석이었는데, 메데진 올 때는 거의 반이 비었다. 내 옆에 분명 커플이 앉아있었는데, 1시간 정도 잠들었다가 일어나니 사라졌다. 뒤를 돌아보니 좌석이 텅텅 비어서 아무 데나 앉았던 것 같다.
사실 필요한 짐은 캐리어 1개만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멀리 가는 티켓은 보통 위탁 수화물 25kg 2개를 제공해 준다. 나머지 하나는 버릴 생각으로 친구들 선물을 담았다. 그리고 많이 낡아서 버릴 도복도 다 챙겨왔다. 몇 번 입다가 찢어지면 바로 버릴 생각으로.
캐리어가 2개라 좀 쓰려고 했는데 한 아저씨가 손으로 막아섰다. 6개를 본인이 다 쓰실 건가 생각하는 데 손으로 가격표를 가리켰다.
COP 13,000
DOLLAR 4
EURO 4
'아.. 돈 내고 쓰라는 거구나.' 공항에서 이것도 유료인가 싶었지만, 뭐 어쩌겠나. 그냥 손으로 끌고 갔다.
공항에서 SAN DIEGO까지 버스가 있다. 이 버스는 17,000페소 (한화 약 6,290원) 내면 메데진 시내까지 데려다준다. 그리고 거기서 택시를 잡아타면 보통 많이 가는 엘 포블라도든 라우렐레스든 아무리 비싸도 20,000페소(7,400원) 내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이 방법이 가장 저렴하다.
디디를 불러 잡으면 아마 10,000페소 (3,700원) 내외지 않을까 한다. 그럼 한 만 원 선에서 공항에서 메데진 시내까지 갈 수 있다.
낮에 도착했더라면 당연히 그 방법을 택했겠지만, 여긴 콜롬비아다. 안전이 무엇보다 1순위고, 심카드도 없었기 때문에 길거리 노랑 택시를 타는 것도 위험하고, 그냥 디디를 불렀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거리가 좀 있는 편이라 택시비로 7-8만 원 나오는 줄 알았다. 근데 92,900페소 (34,374원)가 떴고, 바로 결제했다. 하루 동안 디디를 써보니 요금을 내가 업앤 다운 할 수 있었다. -500페소씩 몇 번 누르면 미니멈 요금제로 선택할 수 있는데, 요즘 택시 기사님들이 많아져서 밤늦게도 택시가 잘 잡히는 것 같다. 새벽 도착이라면 한 번 미니멈으로 세팅해서 3만 원에도 가능할 것 같다.
그리고 공항에서 처음 나오는 곳에 택시를 타라고 호객행위가 엄청난데, 그런 거 다 무시하고 바로 2층으로 올라가면 된다. 공항에서 나오는 곳, 버스가 세워져 있는 곳이 1층이라 바로 정면 앞에 계단과 엘리베이터가 있다.
공항 와이파이를 잡아서 디디 기사님과 연락해서 2층 몇 번 출구에서 만나자고 연락하면 참 쉽게 공항을 빠져나올 수 있다.
밤늦게는 디디나 우버 부르기 (디디는 요금 좀 깎아서 요청해도 수락하는 기사님이 많다는 팁)
우버는 안 써봐서 모르겠다. 전에는 두 개 다 켜서 요금 저렴한 걸 선택했는데 이번엔 디디만 쓰는 중이다.
HOTEL AURA 조식
첫날은 친구네 집으로 가려고 했었다. 근데 이 친구가 연락도 뜸하고 나름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약간 좀 반겨하지 않는 어색한 느낌이라 그냥 맘편히 저렴한 호텔로 예약했다.
UPB 근처 HOTE AURA였는데 여긴 진짜 추천하고 싶지 않다. 1박 25,500원 정도였는데, 프런트 데스크 아주머니 2분이 왓츠앱을 열어보라고 하더니 내 채팅 목록을 구경하고, 프로필 사진이 너 맞냐고 물어보는 둥.. 조금은 불쾌한 행동을 했다. 내 이름을 부를 때도 (발음하기 어렵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괜히 장난치듯이 웃으며 하는 모습에도 썩 기분이 좋진 않았다.
내 방은 하필 또 프런트 데스크 바로 옆 108호였는데 새벽 내내 둘이 떠드는 소리에 잠들 수가 없었다. 샴푸나 비누가 없는 건 기본이었고, 화장실 변기도 커버가 없었다. 게다가 저 가격에 조식이 제공된다길래 의아했지만, 딱 고정도 수준으로 나왔다.
도착한 첫날 또한 엄청 피곤한데 잠은 1시간 자고 깨고, 2시간 자다 깨고 이래서 그냥 아침부터 계속 에어비앤비와 연락해서 방을 한 3곳 정도 봤다. 본래 집 전체 1인실을 좀 비싸더라고 살고 싶었는데, 가격대가 요즘 환율 때문에 넘사벽이 되었다.
2,000,000페소면 한화 약 74만 원인데 보통 라우렐레스에 괜찮다 싶으면 월세가 80 정도 생각해야 한다.
서울에서도 그 정도는 안 살아봤는데, 이게 맞나 싶어서 그냥 또 이전처럼 큰 집에 여러 명이 같이 사는 곳을 택했다. 그래서 그나마 월세 절반은 줄였다.
부엌을 공유하는 곳이 참 불편하고 식기류가 깨끗하지 않고, 냉장고는 관리가 되지 않아 잡다하게 썩어가는 재료가 넘쳐나는 그런 곳임을 알고 있었으나 지금 하루 한 끼 먹고 약 먹는 마당에 당장은 그런 게 급하지 않았다. 아무튼 또 저렴이 월세를 구했다.
가장 중요한 핸드폰, 아 콜롬비아는 참 핸드폰 문제가 많다. 콜롬비아에 45일 이내 여행하고 떠날 사람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그 이상 거주할 목적이라면, 반드시 동네 대리점이 아닌 큰 본점(?)을 가야 한다. 라우렐레스에 있다면 로스 몰리노스 3층에 가시면 된다.
등록을 하지 않고 그냥 심카드만 사서 사용하면 처음 핸드폰을 콜롬비아 내에서 켠 날로부터 45일 이후 자동 차단된다. 2년 전에 경험해 보았다. 근데 또 이게 아이폰은 문제가 없단다.
삼섬 갤럭시가 문젠데, 한국에서 사 온 5G 제품, 갤럭시 등은 등록을 해도 차단된다. 이게 좀 복잡하다. 휴대폰 IMEI와 어디서 휴대폰을 샀다는 증명해야 되고 등등.
갤럭시를 사용하고 이런 거 다 잘 모르겠다 싶으면 그냥 콜롬비아 내에서 A 시리즈 하나 사는 게 속 편할 수 있겠다. 1,000,000페소 (37만 원) 짜리 하나 사면 이런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아 나도 그럴걸.' 아이폰은 한국보다 비싸다고 들었는데, 삼성 갤럭시는 그런 것 같지 않았다.
2년 전에는 그래도 스페인어를 거의 몰라서 설명해 주는 거 한 10%도 이해 못 해서 친구 데려가서 영어로 번역해서 억지로 억지로 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는 생각보다 대충 잘 알아들은 듯했다.
물론 거의 대부분 이해하지 못했지만, 최대한 이해해 보려 노력했다. "정말 미안한데, 말이 너무 빨라서 다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말을 천천히 해달라."라고 요청하면서 뭔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단어가 있으면 메모지에 적어서 검색해보고 확실하게 했다.
내가 가져간 핸드폰도 5G 제품이라 당연히 안 될 줄 알았는데, CLARO 직원 분이 된다고 하니 또 이상했다. 이번엔 아예 구매 인증 요청도 안 했는데 이렇게 쉽게 되려나 싶다. 45일 뒤에 문제가 생기면 안 따지고 바로 1,000,000페소짜리 살 거다.
한 번 블락된 건 풀기가 매우 어렵다. 물론 이걸 해제했다고 하는 분의 글이 올라오기도 하는데, 나는 이미 경험해 봐서 더는 못할 것 같다. 그냥 편하게 들고 다닐만한 왓츠앱, 카톡용으로 하나 사서 써야겠다.
다들 굉장히 친절하시다. 항상 말할 땐 DISCULPE, SEÑOR, SEÑORITA , POR FAVOR를 입에 달고 살아야 한다.
첫날 일정 끝